종로에서 아는 사람 다섯을 만났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정오께의 종로를 우연히 걷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어색한 미소로 인사하면서 지나치곤 했지 정독도서관에서 한강을 닮은 사람과 우연히 마주쳤고 뒷모습을 한참 쳐다봤어 머리카락이 너무 하얗게 세서 아직도 멀쩡한 나는 글쓰기가 부족해서일 거라고 믿었지 새벽마다 글쓰기를 연습하는 이유도 어쩌면 그리 똑같애 부지런한 새가 일찍 죽는다던 허튼 농담이 더 지겨워서 그래 소격동 골목길에서 회사 사람을 만났는데 인사도 없이 유니폼만 서로 힐끗 쳐다보았어 각자의 점심시간을 잊은 채 다가올 구조조정의 순간들을 서로 애도하며 분주하기만 할 뿐 직급을 없애겠다며 너도 나도 프로 골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