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질 여자에게 남김 질통에 긴 머리칼은 담그고 네가 소란함을 씻는 동안 교역자의 임무는 조용한 식물들을 태양 아래 심는 것 퇴비로 죽어 가는 말의 눈동자가 빛 속에 떠도는 먼지를 좇는다 마을 밖으로 우리는 오직 달리는 가운데 기도했다 혼자 아름다워서 너는 버려진 모든 창밖에 쪼그려 앉아 묽은 창공을 누르고 있다 # 김상혁,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 (민음, 2013) ... 토요일 오후 : 비교적 늦게 시작한 하루는 느즈막히 글을 쓰는 자리를 내놓습니다. 김상혁 시인의 시들 중에선 다소 낯설게만 느껴진 대목들이 많은데, 이것 역시 '상상'의 소산일지 아니면 뜻밖에도 '낯선' 경험에 기반한 것일지가 좀 궁금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