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끝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 이성복, 같은 제목의 시집 (문지, 1990) ... 시월 하순을 맞으며 : 모처럼 이성복 시인의 옛 시집을 읽는데, 마치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읽을 때처럼 매우 고색창연하기만 합니다. 절절한 사랑 노래들을 어찌 이렇게 담았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