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 진은영, '청혼' 중에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문학과지성사, 2022)
여름을 재촉하는 봄볕
눈밑에 혓바늘이 돋는데
분홍빛 구름을 닮았구나
봄의 천사들이 내려앉았나
연신 사진 속 모델이 되고
순식간에 찾아온 꿈처럼
느닷없는 안부에 놀라고
반갑고 또 아리기만 해서
그해 겨울
함께 먹다 남긴 솜사탕처럼
편지를 주고받던 마음처럼
온기와 함께 녹아 흐르고
꽃잎이 녹아 흐른 냇물에
다시 봄비가 찾아올 테고
봄비가 두드리는 화음을
텅 빈 듯 고즈넉한 지혜를
네게 향하는 법을 배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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