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습작

벚꽃

단테, 연분홍/연초록, 정독, 그리고 종로학파 2024. 4. 3. 06:58




   벚꽃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 진은영, '청혼' 중에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문학과지성사, 2022)


  
   여름을 재촉하는 봄볕
   눈밑에 혓바늘이 돋는데  
    
   분홍빛 구름을 닮았구나
   봄의 천사들이 내려앉았나
   연신 사진 속 모델이 되고
  
   순식간에 찾아온 꿈처럼
   느닷없는 안부에 놀라고
   반갑고 또 아리기만 해서

   그해 겨울
   함께 먹다 남긴 솜사탕처럼  
   편지를 주고받던 마음처럼  
   온기와 함께 녹아 흐르고  

   꽃잎이 녹아 흐른 냇물에
   다시 봄비가 찾아올 테고

   봄비가 두드리는 화음을
   텅 빈 듯 고즈넉한 지혜를  
   네게 향하는 법을 배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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