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내린 봄비
우리는 옥상에서 젖은 몸속으로 무덤 냄새가 추락할 때까지 서로의 빛을 마시며
십자가를 태워 올렸다
너무 아름다워서 이대로 죽어도 좋겠다고 믿었다
- 최백규, ‘너의 18번째 여름을 축하해’에서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창비 2022)
비가 내린다
봄비가 내린다
봄비는 자기의 정체성이 아니라며
나무
바람
햇살
풀꽃이 더 가깝다며
오늘은 바람이 불어서 좋았다면서
봄비가 내리고 있다
봄비를 맞으러 밖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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