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습작

저녁에 내린 봄비

연초록, 수국 2024. 4. 24. 05:42



   저녁에 내린 봄비  


   우리는 옥상에서 젖은 몸속으로 무덤 냄새가 추락할 때까지 서로의 빛을 마시며 
   십자가를 태워 올렸다 
 
   너무 아름다워서 이대로 죽어도 좋겠다고 믿었다 

   - 최백규, ‘너의 18번째 여름을 축하해’에서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창비 2022)




   비가 내린다
   봄비가 내린다
   봄비는 자기의 정체성이 아니라며
   나무
   바람
   햇살
   풀꽃이 더 가깝다며
   오늘은 바람이 불어서 좋았다면서
   봄비가 내리고 있다

   봄비를 맞으러 밖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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