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부질없음에 관하여
모처럼 단잠에 빠졌다가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그런 걸 소망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내 주변엔 많다
어제나 오늘로 충분한 게 아니고
내일이 과분해서
그런데 사랑은 해야겠지
얼마나 정직할 수 있을까 돈과 노동과 사랑 앞에서
정직한가 돈과 노동과 사랑은
만져지지 않는 부위가 만져지기를 바라는
그런 걸 소망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바로 나인 것
- 고선경, '돈이 많았으면 좋겠지' 중에 ("샤워젤과 소다수", 문학동네 2023)
스스럼없이 바란다는 게 부질없음은
그걸 제대로 상실해 본 다음에 느낄 법
오늘도 마리는 산책을 가자 조르지만
매일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몰라도
열심히 자주 산책을 시켰으면 좋겠어
적어도 남한테 피해를 주진 않으니까
세상 일들이 맘처럼 그리 편하지 않아
눈치도 살펴야 하고 때때금 양보도 해
보잘것없는 전철 자리 한 군데도 그래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안부를 듣고
일 년 만에 전화를 걸어 노래를 들었고
통화는 못해도 상관없어 걱정해 주었어
겹벚꽃이 시들어 물가로 흐르고 나면
물 흐른 자국마다 사랑을 느끼고는 해
어떤 이는 '해야만 한다'는 사랑이
내게는 단 한 번 그런 적이 없었고
단 한 번 욕망해 본 적 없이
그저 귓불을 스치는 바람 따스한 공기
투명했던 미소 넘어진 자전거를 기억해
길이 또 흐려질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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