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습작

늦봄

단테, 연분홍/연초록, 정독, 그리고 종로학파 2024. 4. 30. 05:37

     

   

   

   늦봄 

 

 

 

   개여울을 한참 바라본 적 있었습니다  

   청계천과 진관사를 오간 걸음이 숨을 고르고 어느 한철을 인화한 순간  

   빌딩숲과 능선을 따라 두둥실 구름들이 흐르면 그게 그리 좋았습니다 

 

   얼음이 녹고 물이 흐르고 벚꽃이 흐드러진 동안 

   개울가에 소복하게 쌓인 꽃잎이 천천히 썩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사람이 떠나고 바람이 부는 동안은 기억도 함께 풍화된 순간들이었고  

    

   제법 두툼해진 라일락 잎이 영롱히 빛나는 동안 

   더는 없을 벚꽃에 대한 그리움도 연초록으로 갈아입는 풍경을 봅니다  

     

   늦봄입니다 

   오지도 않을 사람을 턱없이 기다리는 일은 내내 허망하였을 뿐이고    

   가지도 않을 바람을 보낸다는 일도 때로는 내내 맞아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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