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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3

... 창비가 만든 문학 '플랫폼'? 제목만으로도 벌써 거창해진다 문학의 이름이 소멸해버린 시대 문예지들만 내내 살아남았구나 더러는 여전히 등단을 꿈꾸지만, 어젠 또 김수영 시인을 얘기했다 결국 생계는 양계장 뿐이었다... 한 친구가 책을 냈다며 페이스북 한켠에 안부를 전해온다. 장하다. 몇년째 공사판 막일을 하면서도 결국 포기하지 않는 삶들이 있다. 정치도 스포츠도 연애도 그랬고 집착을 넘어선 사랑은 결국 희생 삶의 무언가를 지불해 얻는 소득 자본주의답게 '가치'관이 된다... '가치'가 있는 '플랫폼'이 화두다. 경제도 취향도 심지어 곧 희망도 정거장만큼 옛스런 운치도 줄까? ...

글/습작노트 2019.07.11

텍스트와 콘텐츠, 매체의 변화

... 이른바 '책을 쓰는 일' 따위를 현시대에 맞게 재정의해야 한다면, 시가 아닌 산문의 시대와 문자가 아닌 영상으로서의 매체 등이 대뜸 떠올려진다. 서정과 서사의 시대는 저물었고 이미지와 메시지가 그 자리를 사실상 대체하고 있다. 실은 시의 서정이 곧 이미지요, 텍스트가 갖는 서사는 콘텐츠의 메시지다. 순수한 기호학 차원에서는 그 가장 극단적 형태가 현재의 웹 미학이 된다. 이 자리에서 더 이상 서정과 서사의 죽음 따위를 논한다거나 슬퍼할 까닭은 없다. 오히려 '죽음' 같은 피해의식의 발로보다는 '진화'라는 긍정적 표현을 애써 더함으로써 그 분절적인 형태들과 삽화로서의 한계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편이 더 맞겠다. 예술은 더 이상 고상한 척 시간을 내면서까지 향유되어야 할 교양의 범주를 벗어나 아예..

개인노트 2019.07.07

고 노무현 10년, 자유한국당

- 벌써 10년, 잊지를 못한다. 그리고 가장 경건해야 될 분향소에서조차 천인공노할 짓을 서슴치 않은 무리들이 있었고 그때도 또 세월호 때도 똑같았다. 반성이라곤 도대체가 할 줄을 모르는, 같은 언어를 쓰지만 인면수심에 가까운 자들. 역시 지난 10년 내내 잊지를 못했다. 10년 동안 유족의 아픔 못지않게 응어리진 분노. 이제 답할 차례다. 친일파와 독재자에 이은 IMF의 후예들, 이명박근혜의 추종자들... -

철학노트 2019.05.23

하루키, 갈무리

-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다양한 형태로 글로 쓰거나 말로 해온 것들 (조금씩 그 모양새는 바뀌었다 해도) 다시 한 번 밝히는 내용일 것이다." "링에 오르기는 쉬워도 거기서 오래 버티는 건 쉽지 않습니다... '어떤 특별한 것'이 점점 더 필요해지기 때문입니다. 그 나름의 재능은 물론 필요하고 그만그만한 기개도 필요합니다." "즉 중요한 건 뜯어고친다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 무엇보다 의미가 있습니다." "왜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는가 하면, 지극히 간단한 얘기인데, 우선 재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러 가고 바다에 수영을 하러 가고 야구를 하고 고양이와 놀고, 그리고 좀 더 큰 뒤에는 친구들과 철야 마작..

문학노트 2019.04.24

소멸하는 것은 아름답다

- 격정의 한 시절을 목숨걸고 지켜낸 아름다움들이 비로소 늙어가고 또 죽음을 맞이하는 계절, 봄. 그 이름들을 기억해낸다. 아버지, 또 노회찬과 최인훈과 세월호 그리고 노무현, 문학회 시절의 시화전들과 그 찻집, 또 다른 부음들과 그때마다 쓸쓸했던 감정들과 이미 익숙해져버린 결별의 아픔들과 처연할 뿐인 고독과 손창섭의 단편들, 황지우의 옛 시집과 백분토론에서의 추억들. 몇번의 선거들. 여름을 향했던 광장에서의 외침들. 용겸형이 써내려간 T. S. Eliot는 말 그대로 '황무지'였을까... 또는 '침묵보다 더 고요한 죽음의 행진'일 뿐인가. -

개인노트 2019.04.17

졸업, 선물

책은 참 일방적인 선물이야 문학회 동기들끼리 술먹다 들었던 말 학창시절 때 을 읽었던 나도 를 자취방에서 읽고 무려 도 봤었는데 동녘의 를 사고팠다 김수영의 산문집은 또 어떨까, 소설도 사르트르의 도 곽재구의 도 생각났어 - 요즘 누가 그런 책들을 보냐?... 좀 더 덜 꼰대짓을 하면 어떨까 해 이란 게 필요해졌지 은 또 어때 철 지난 설렘으로 선물을 샀어 아이한테 건네주려는 순간 훽 돌아서며 내동댕이친다 비웃는다 운명은 시대는 공감대는 그렇게 쉽사리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그래봤자 넌 꼰대야, 하면서 책은 참 일방적 선물이야 깨닫는다 - 요즘 누가 책이라는 걸 보냐?... 다신 책 사지 말아야겠구나 * 2019년 2월 13일

글/습작노트 2019.02.13

현대판 처세술개론 1장

* 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제현주 (어크로스)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처럼 무책임한 말도 없다. 이 책이 일갈하고 있는, 가장 통렬한 성찰은 바로 이것. 적어도 현대사회에서는 단순히 열정과 노력만으로 쉽사리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깨달음은 좀 더 현실적이고 버팀목이 될만한 지침을 요구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충분한 덕목을 가졌다 볼 수 있겠다. 오히려 글쓴이는 아래와 같은 말을 강조한다. "일의 세계에 발을 들인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나는 단 하나의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 내가 찾은 나름의 해결책은 내 일을 포트폴리오처럼 꾸미는 것이다. 일에 대한 서로 다른 욕망들을 이해하고 그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과 균형을 이뤄줄 일거리의 조합을 만들려고 애쓴다...

경제노트 2019.02.13

"Winner takes it all"의 신화

- 최낙삼, '저성장시대에 상품기획을 잘하는 10가지 방법' (새빛) ... 어제 읽었던 "상상하지 말고, 관찰하라"는 말의 힘을, 이 책이 과연 극복 가능할까? 그렇진 않은 모양새다. 경영학에서 가장 중요한 건 모든 종류의 Case study들이 늘 뒷북이 아닌 Forecasting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이며, 이로써만이 그 학문이 갖는 힘을 온전히 증명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경제노트 2019.01.03

빅데이터의 본질, 관찰의 힘

- 송길영, '상상하지 말라' (북스톤) ... 이른바 "빅데이터"가 대세로 자리잡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어느덧 중장년한테는 가장 큰 공포요 시련일 새로운 패러다임은 늘 그랬듯이 그 역사적 맥락과 본질에 대한 이해가 가장 쉽게 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저자가 밝힌 "관찰의 힘"은 기실 고래를 통틀어 늘 요구되어온 지식인의 덕목이자 보편적 논리를 갖는다. 결국 빛나는 재주와 천재적 직관보다는 부단한 노력과 과학적 근거만이 통용되고 또 살아남는다는 진리가 바로 그것. (사실 이 대목에서 구글과 애플 또 국내에서도 정주영 신화 같은 예외들도 무시할 순 없겠으나 엄밀히 말해 이들은 우연에 더 가깝다고 해석하는 견해) 다만 그 모든 현상을 설명함에 있어 가장 원초적 기반에 가까울 '욕..

경제노트 2019.01.01

포코폰, 국내시장을 평정하다

... 놀라운 소식, 플래그십 위주의 국내시장에서 판매 1위를 기록했다는 건 마케팅이든 서비스든간에 다 의미가 없고 뭐니뭐니해도 제품 스스로의 경쟁력이 곧 시장을 이끈다는 본연의 진리를 일깨운 셈. 스마트폰이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이 되면서 그동안 애써 외면해온 가격이라는 화두를 정면으로 공략한 전략은 주효했다. 더구나 자급제폰 활성화라는 대전환의 국면에서 더더욱 제품에 대한 매력도가 브랜드나 국산품 따위의 홍보전략으로는 먹힐 수 없다는 점도 제대로 꼬집은 사건이 아닐 수 없겠지. ...

기타노트 2018.12.28

가을, 11월

... 먼발치로 해가 뜨고 지고 또 오늘처럼 간혹 비는 내린다 분주한 일상이 미처 쫓기 전에 가을은 저만큼 달아나버렸다 봄이 무색하게 세월을 비껴서 가을은 온통 낙엽투성이다 그래도 선물, 아랑곳없이 지난 한해를 돌아보게 만든다 낙엽이 곧 죽음을 뜻한다면 가을은 죽음을 알리는 계절 코가 큰 프랑스 배우가 나와 예술의 본질은 슬픔과 죽음이라 했던가 그 죽음을 배우기 위해 슬픔을 배운다 한나절, 걸어온 길 그곳엔 저마다 그리움 뿐인 낙엽 그리고 슬픔, 죽음을 배우는 중 ...

개인노트 2018.11.08

미스터션샤인 유감

... 빼어난 수작으로 장안의 화제를 몰았던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이 주인공들의 죽음로 결말을 맺은 어젯밤, 어차피 역사의 한부분으로 오히려 더 혹독한 종말을 맞이했을 그들의 죽음을 잘 알면서도 왠지 마음이 편치 못하겠다. 불행한 역사의 트라우마는 꽤 길고도 오래 남는 법이니까. 김은숙이라는 당대 톱클래스의 반열이 갖는 역사인식이 무릇 건강하겠어도, 충분히 힌트를 얻었을 구한말 시대의 고증도 쉽진 않을 테지만 더 불편한 건 애써 그것마저 극복해보고자 한 상상력의 힘에도 일정한 한계를 씌워 얻는 현실인식이다. 제 아무리 모자란 백성이라 해도 구국의 일념 하나만으로 얻어낸 성취가 훗날 미래에 대한 약속 하나 뿐이라면 이 얼마나 허무한 것이랴. 당장 그 즈음에 실제 일어난 안중근 의사의 일도 드라마에선 말이 ..

영화노트 2018.10.01

알뜰폰, 샤오미 홍미6A

... 에누리닷컴 할인가격이 10만8천원, 올해 새로 나온 신제품인 샤오미의 야심찬 기획. 아, 물론 더 저렴한 제품들도 더러 있는데 품질까지 저렴한 듯하여 부득불 브랜드를 선택했다. 악명이 자자한 미디어텍 칩들이 그래도 보급형 시장에서는 이미 오래된 베스트셀러다. 헬리오 시리즈에 대한 얄팍한 기대 정도? 두개의 번호를 하나의 폰으로 만들어주는 "듀얼유심"의 혜택이 드디어 "전망통 5.0"과 함께 올해부터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전작인 홍미노트5부터도 어쩌면 15만원대에서의 센세이션을 일으킬 법한데, 워낙 강력한 갤럭시노트9과 아이폰Xs/맥스가 하이엔드 끝판왕을 자처하며 요란스레 나선 까닭에 아직은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올해 최고의 폰은 홍미노트5로 주저없이 선택하겠..

기타노트 2018.09.29

고애신은 나라를 등질까?

페이소스. 드라마 "미스터션샤인"도 어느덧 절반을 넘어선 순탄대로를 항해중이다. 블록버스터급 제작비를 이미 해외수출로 다 회수했고 시청률 1위는 따논 당상처럼 여겨진 드라마다. 현대극도 아닌 시대적 배경은 하필 구한말. 친일과 일제와 고종과 의병들과 외세가 한데 뒤섞인 당대의 애잔한 결과들은 익히 다 아는대로다. 그래서 더 애잔하다. 천민의 신분을 떨치고 미군의 대위로 귀국한 유진 초이 (이병헌 분)는 이름난 선비의 집안인 고애신 (김태리 분)을 만나 운명적 사랑을 나눈다. 양반 출신임에도 매국이 아닌 애국의 불꽃임을 자임한 고애신 앞에서 유진 초이의 마음은 비장하다. 이번 주말에 닥친 그의 스승 요셉의 죽음 앞에 유진 초이는 뚝심있는 수사로 일제의 앞잡이인 이완익 (김의성 분)을 향해 총끝을 겨누지만,..

영화노트 2018.08.20

전략과제, 2주차

어느덧 GBSC (이름은 거룩해 Global Biz. Strategy Center의 약자)에 파견을 온 게 벌써 보름 남짓이구나. 처음부터 낯선 얼굴, 낯선 주제들 속에 그래도 무난히 보름을 경과한 건가도 모르겠지. 불과 석달짜리 과제임에도 Scope만큼은 역대급이니, 하물며 연말까지 연장을 한다쳐도 태클을 걸만한 이도 없을 법한데... 정작 수행주체들은 주말마다 쫓기는 마음만 한가득인 모양새다. 내일부턴 나도 휴가. 광복절까지의 며칠 동안은 휴식도 얻고 개인적으로도 모색할 몇몇을 생각해둔다. TF는 그 다음 얘기고. - 그러려면 적어도 오늘까지 마저 정리해둘 일들은 서둘러 챙겨두어야 할 오늘.

경제노트 2018.08.10

New CM, Framework

맥킨지의 일하는 방식 중 방법론적 측면에서 기억에 남는 몇가지 수순은 그렇다. "F-C-L-P", 나름대로 이름붙인 이 내용은 첫째로 Framework 설정을 통한 Scope의 확정과, 그 다음으로는 Concept을 (방향성을) 잡는 일, 또 Storyline을 세워 Logic을 검증하는 일, 마지막으로는 선택가능한 Option을 정하여 Positioning하는 일까지의 과정이다. 한동안 "Problem Solving"의 타이틀 아래 숱한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접해왔는데, Six Sigma에서의 D-M-A-I-C 단계만큼이나 가장 일반적 형태로 준용하기에도 좋을만한 내용으로 평가해왔고, 또 지금도 F-C-L-P를 늘 염두에 둔 과제 성격의 업무들을 해온 편이다. 가장 중요하고도 가장 어려울 법한 첫번째 단..

경제노트 2018.08.09

전형, 그리고 클래식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고공행진은 방영하기 전부터의 입소문들과 극중 인물들의 애절한 스토리가 한데 아우러진 출중한 결과물이다. 한때 안방을 주름잡았던 시대극의 면면은 "여명의 눈동자"나 "모래시계" 같은 현대판 고전들과의 동질감마저 선사한다. 순전히 작가의 개인적 기량 탓? 전작인 "시그널"과 "도깨비"의 판타지를 주무기로 삼았던 전개가 이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는 리얼리즘의 거부감도 일정 부분 있었는데, 오히려 이번 드라마의 리얼리티는 그들을 압도하고도 남음이다. '가장 비현실적인 것들을 통해 가장 현실적'이라는 모토는 더 유효해진다. 작가로서의 정점을 찍기도 하지만, 작품이 낳는 결과물의 스펙트럼은 더 풍부해졌다. 무엇보다 극중 인물들 각각에 혼을 불어넣음으로 모든 독자들을 몰입시키는 데 일조한 점,..

영화노트 2018.08.06

북한산을 갈까?

쉽지 않은 이번 여름, 또 이틀의 연휴. 주말이다. 느즈막히 잠에서 깬 탓 벌써부터 푹푹 찌는 무더위 그래서 더 조용한 바깥 소음 지척에 있는 북한산 기슭에 아직도 다람쥐는 살고 있을까 한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 말 뿐인 게 벌써 여러해째다.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는다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며 팔월의 초입은 늘 한산하고 또 경이롭다. 무언가 시작하자 딱 좋은 계절이다. 여름.

개인노트 2018.08.04

새벽; 7월 마지막날

드문드문 잦아든 회식자리는 일정표에도 빈칸들을 눈에 띄도록 만들었다. 경기가 어렵다는 말은 도처에서 확인된다. 썰렁해진 식당들과 번화가엔 자발적 '통금'이라도 생겼을 성싶다. 곰곰히 생각해봐도 비상구는 보이질 않는다. 남북경협 소식이라면 모를까, 경제라는 단어의 어려운 문맥은 스스로 제 갈 길조차도 모르는 모양새다. 무더위에 눈을 뜬 새벽, 생뚱맞은 슬리퍼 차림으로 폭염 속을 걷는다. 지구온난화는 재앙을 넘어 어느덧 종말에 가까운 그림자마저 내밀까? 인류의 미래 또한 경제만큼이나 막막해졌다. 알고 보면 다 '욕망'이다. 남을 이기고 제 혼자서만 잘살겠다는 극도의 이기주의, 국가주의, 보호무역이 판을 친다. 인류애라곤 아예 찾을 길 없는. 피리소리를 따라 단체로 낭떠러지를 향한 들쥐떼마냥 이토록 맹목적일 ..

개인노트 2018.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