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노트 7

자본주의 사회의 좀비, 기생충

- 봉준호, '기생충' (2019) ... 깐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이라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이룬 상영작을 반년 가까이 지난 후에야 VOD로 본다, 비디오 시대보다도 뒤처진 개봉작에의 관심은 매체 탓만을 하기엔 그것 역시도 엄연한 경제적 지출임을 일깨운다. 내내 관심이 많았던 그 주제? 글쎄다... 여전히 봉준호의 작품들은 박찬욱의 것들에 비해 덜 좌파다. 가만히 보면 늘 체제에 비판을 가하면서도 짐짓 '상상력'에 의지한 결과 탓일까? 현실 속 최대의 상상력은 자고로 혁명임에도, 현실에서의 트라우마 탓인지 애써 그걸 기피하려다보니 일종의 판타지처럼 풀어내야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세간의 평에 비하면 점수는 후한 편, 허나 되레 내게선 지난 작품인 '설국열차'가 더 와닿았다. 체제의 폭력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영화노트 2019.08.12

'인셉션'과 칼 융? 그리고

- 크리스토퍼 놀란, 'Inception' (2010) ... 영화 '인셉션'이 나온 지 벌써 10년째가 됐다는 게 더 놀랍다. 늘 IPTV에서 가끔씩 마주치기도 했지만 끝내 완독을 해내지 못했던 터라 모처럼 기꺼이 VOD로 주문을 해 보게 된 영화는 금세 몰입의 경지를 선사해준다. 현실보다 꿈에서 자각하는 진실을 더 믿는다는 내용이 얼핏 융의 심리학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심리학을 썩 신봉하지도 못하는 편인 데다 천학의 소치로 더 깊은 분석까지 이를 순 없었고. 무엇보다 '꿈속의 꿈'을 기막히게 설계한 능력에 때로는 감탄하며 또 코브의 아내인 맬이 갖던 "림보"의 기괴성에 새삼 놀라기도 했다. 역시 가장 압권은 '원형' 그대로인 가족과의 조우를 뜻한 마지막 장면. 늘 인간은 무언가를 그리워하며..

영화노트 2019.07.24

미스터션샤인 유감

... 빼어난 수작으로 장안의 화제를 몰았던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이 주인공들의 죽음로 결말을 맺은 어젯밤, 어차피 역사의 한부분으로 오히려 더 혹독한 종말을 맞이했을 그들의 죽음을 잘 알면서도 왠지 마음이 편치 못하겠다. 불행한 역사의 트라우마는 꽤 길고도 오래 남는 법이니까. 김은숙이라는 당대 톱클래스의 반열이 갖는 역사인식이 무릇 건강하겠어도, 충분히 힌트를 얻었을 구한말 시대의 고증도 쉽진 않을 테지만 더 불편한 건 애써 그것마저 극복해보고자 한 상상력의 힘에도 일정한 한계를 씌워 얻는 현실인식이다. 제 아무리 모자란 백성이라 해도 구국의 일념 하나만으로 얻어낸 성취가 훗날 미래에 대한 약속 하나 뿐이라면 이 얼마나 허무한 것이랴. 당장 그 즈음에 실제 일어난 안중근 의사의 일도 드라마에선 말이 ..

영화노트 2018.10.01

고애신은 나라를 등질까?

페이소스. 드라마 "미스터션샤인"도 어느덧 절반을 넘어선 순탄대로를 항해중이다. 블록버스터급 제작비를 이미 해외수출로 다 회수했고 시청률 1위는 따논 당상처럼 여겨진 드라마다. 현대극도 아닌 시대적 배경은 하필 구한말. 친일과 일제와 고종과 의병들과 외세가 한데 뒤섞인 당대의 애잔한 결과들은 익히 다 아는대로다. 그래서 더 애잔하다. 천민의 신분을 떨치고 미군의 대위로 귀국한 유진 초이 (이병헌 분)는 이름난 선비의 집안인 고애신 (김태리 분)을 만나 운명적 사랑을 나눈다. 양반 출신임에도 매국이 아닌 애국의 불꽃임을 자임한 고애신 앞에서 유진 초이의 마음은 비장하다. 이번 주말에 닥친 그의 스승 요셉의 죽음 앞에 유진 초이는 뚝심있는 수사로 일제의 앞잡이인 이완익 (김의성 분)을 향해 총끝을 겨누지만,..

영화노트 2018.08.20

전형, 그리고 클래식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고공행진은 방영하기 전부터의 입소문들과 극중 인물들의 애절한 스토리가 한데 아우러진 출중한 결과물이다. 한때 안방을 주름잡았던 시대극의 면면은 "여명의 눈동자"나 "모래시계" 같은 현대판 고전들과의 동질감마저 선사한다. 순전히 작가의 개인적 기량 탓? 전작인 "시그널"과 "도깨비"의 판타지를 주무기로 삼았던 전개가 이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는 리얼리즘의 거부감도 일정 부분 있었는데, 오히려 이번 드라마의 리얼리티는 그들을 압도하고도 남음이다. '가장 비현실적인 것들을 통해 가장 현실적'이라는 모토는 더 유효해진다. 작가로서의 정점을 찍기도 하지만, 작품이 낳는 결과물의 스펙트럼은 더 풍부해졌다. 무엇보다 극중 인물들 각각에 혼을 불어넣음으로 모든 독자들을 몰입시키는 데 일조한 점,..

영화노트 2018.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