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
오리백숙을 먹은 다음날 아침
전지를 한 나무 끝 매달린 하늘
밤새 오리가 날았었나 봐
사람과 하늘을 이어준다 믿었고
가지를 쳐낸 확신도 굳건했겠지
정작 오리는 하늘을 날지 못해
밥상 위에 올려졌을 뿐
가끔 오리를 닮은 이가 등장해서
나만 믿으라고, 거침없는 말들 속
푸른 날개를 혹 가졌나 훔쳐보면
의심하는 버릇만 생겼어
밥상 위의 오리를 품평하는 동안
어김없이 하늘은 가지 끝에 걸려
맘만 먹어도 오를 수 있었을 텐데
비평하는 게 제일 쉬웠어
질문은 해도 판단을 않는다는 게
날아오른다던 오리를 믿어 본 일
어젯밤 역시 그렇다면 다행일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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