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습작

솟대

단테, 연분홍/연초록, 정독, 그리고 종로학파 2024. 4. 18. 07:31

  
    
  
   솟대



   오리백숙을 먹은 다음날 아침
   전지를 한 나무 끝 매달린 하늘
   밤새 오리가 날았었나 봐  

   사람과 하늘을 이어준다 믿었고
   가지를 쳐낸 확신도 굳건했겠지  
   정작 오리는 하늘을 날지 못해  

   밥상 위에 올려졌을 뿐

   가끔 오리를 닮은 이가 등장해서   
   나만 믿으라고, 거침없는 말들 속
   푸른 날개를 혹 가졌나 훔쳐보면  

   의심하는 버릇만 생겼어

   밥상 위의 오리를 품평하는 동안
   어김없이 하늘은 가지 끝에 걸려
   맘만 먹어도 오를 수 있었을 텐데  

   비평하는 게 제일 쉬웠어

   질문은 해도 판단을 않는다는 게
   날아오른다던 오리를 믿어 본 일
   어젯밤 역시 그렇다면 다행일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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