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노트 142

좋은 글

좋은 글 제목에 "좋은"이라는 낱말을 붙이려면 어떤 기준들이 필요할까요? 많은 이들한테 사랑받는 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만한 글, 또는 누군가한테는 인생의 멋진 단 한 편이 될만한 글 등을 일컫는 말이지 않을까 해요... 시는 과연 "좋은 글"이 될 수 있을까를 수십 년 동안 고민하며 좌절하고 시기하며 질투하고 혹 때로는 혼자만의 짝사랑으로, 혹 때로는 단 한 명의 독자를 발견한 환희와 기쁨으로, 그 독자를 잃었을 때의 쓰라린 절망과 상처들로 얼룩이 진 시간의 나이테들을 가만히 세어보았습니다. 단 한 편의 "좋은 글"이자 좋은 시가 될 수 있는 아침을 매일 기도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요즘, 누군가한텐 비록 그렇게 좋은 글이 아닐지언정 그 마음이나마 잘 전달될 수 있다면 그 마음 또한 한 편의 "좋은 글..

개인노트 2024.06.10

산책

침묵 긴 골목길이 어스름 속으로 강물처럼 흘러가는 저녁을 지켜본다 그 착란 속으로 오랫동안 배를 저어 물살의 중심으로 나아갔지만, 강물은 금세 흐름을 바꾸어 스스로의 길을 지우고 어느덧 나는 내 소용돌이 안쪽으로 떠밀려 와 있다 그러고 보니, 낮에는 언덕 위 아카시아숲을 바람이 휩쓸고 지나갔다. 어둠 속이지만 아직도 나무가 제 우듬지를 세우려고 애쓰는지 침묵의 시간을 거스르는 이 물음이 지금의 풍경 안에서 생겨나듯 상상도 창 하나의 배경으로 떠오르는 것, 창의 부분 속으로 한 사람이 어둡게 걸어왔다가 풍경 밖으로 사라지고 한동안 그쪽으로는 아무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 사람의 우연에 대해서 생각하지만 말할 수 없는 것, 침묵은 필경 그런 것이다 나는 창 하나의 넓이만큼만 저 캄캄함을 본다 그 속에서도 ..

개인노트 2024.06.10

낙화

낙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이형기, 적막강산 (모음출판사, 1963)

개인노트 2024.06.01

'2판'이라는 숙제, 일단은 '2쇄'부터

이른 새벽부터 작업을 해 꽤나 어렵게 마무리를 했다 사실 '퇴고'라는 일은 늘상 해오던 일임에도, 막상 '개정판'을 염두에 둔 작업들은 그리 익숙치가 못해 벌어지는 일이다 시집과 단평집을 좀 더 가독성이 좋도록 조판의 형태를 변경하였고, 표지 디자인 역시 조금씩 손을 다시 보았다 이제 문제는 앞으로의 '퇴고'다 그것에 따라 실질적인 '초판 2쇄'가 아닌, '2판'의 발행을 남겨놓게 되는 셈이다 (언제쯤에?) # 시집, https://dante21.tistory.com/4504 단테, 종로학파, "너와 나를 우리라 불러봤으면" (퍼플, 2023)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너와 나를 우리라 불러봤으면 단테, 종로학파 시집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개인노트 2024.04.05

일요일 저녁, 월요일 새벽

새벽 두시 저녁 때 먹은 엽기떡볶이랑 소주에도 단잠은 여지없이 잠을 깼고 이제 도 새로운 한주를 맞을 차례 간밤의 그녀들은 모두들 침묵한 채 그저 '시절인연' 뿐임을 역설하고 난 기어코 두 명의 이름을 전화에서 지웠다 박연정과 송은주. 비로소 떠나보낸다. 아무 미련도 없을 것 아무 그리움도 없을 것 여기까지가 상대방에 대한 예의일 것 그녀는 이제 없다 '가벼운 지인'들 뿐 - 그걸로도 족하다 새로운 한주다 직장보다도 더 먼저 마음이 가는 일들 글쓰기와 동인지와 신명이 날 일들 우선 해보도록 하자 -

개인노트 2024.01.29

"예술은 경험을 보존하는 수단"

알랭 드 보통의 말, # 상세한 내용, https://ggumsugi.tistory.com/440 알랭드보통의 아름다움과 행복의 예술이런 책인지는 몰랐다. 그냥 알랭드보통의 글을 좋아하는 그가 말하는 아름다움과 행복이 궁금했는데 공예작가들과 청주국제비엔날레에 전시감독을 했던 내용이었다. 나에겐 물건은 쓸모가 기ggumsugi.tistory.com “예술은 경험을 보존하는 수단이다. 삶의 경험 중에는 아름답지만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것들이 무수히 많으므로 이를 담아둘 적절한 도구가 필요하다. 예술은 복잡성을 편집하여, 인생의 가장 의미 있는 측면들에 빠른 시간 내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해준다. 예술가란 시간을 정지시켜 우리가 순간순간 소홀히 지나치는 아름다움과 중요성에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을 제 일..

개인노트 2024.01.03

2024, 새로운 출발

누구는 빛나는 '등단'의 차이틀을 안고, 또 누군가는 "신춘문예 재수생"이라는 타이틀로도 다시 새해의 첫 출발점에 선다 등단을 한 이는 후속작들과 첫 시집을, 또 그렇지 못한 이들은 연내에 줄지어 있게 될 각종 문예지들과 연말의 신춘문예를 준비하기 시작할 시점이기도 하고 무릇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말과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는 말로 스스로를 또 누군가를 격려하며 응원해본다 첫 출근을 하는 아침,

개인노트 2024.01.02

"행복은 그냥 행복"이라는 말, 하늘

인터넷에서 우연히 주워 듣는 얘기들도 내 고단한 시작활동을 능가해버릴만큼 지혜로운 게 있다면, 과연 내 글쓰기는 무얼 지향해야 할까를 놓고 잠시 생각해보게 되는 일요일... 영하 10도의 파란 하늘, (이하 인용) 류시화 시인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에 소개된 일화입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아주 보통의 행복이란? 류시화 시인이 배우 김혜자씨와 네팔로 여행을 갔다가 수도 카트만두 외곽에 있는 유적지를 방문했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김혜자씨가 한 노점상 앞에 걸음을 멈추더니 옆으로 가서 앉았습니다. 장신구를 펼쳐놓고 파는 여인이었습니다. 그곳은 유명한 관광지라 노점상이 많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나 했더니 전혀 아니었습니다. 장신구를 파는 여인은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었습니다..

개인노트 202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