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 38

김언희, '요즘 우울하십니까?' ("요즘 우울하십니까?", 문학동네 2011)

요즘 우울하십니까? 요즘 우울하십니까? 돈 때문에 힘드십니까? 문제의 동영상을 보셨습니까? 그림의 떡이십니까? 원수가 부모로 보이십니까? 방화범이 될까봐 두려우십니까? 더 많은 죄의식에 시달리고 싶으십니까? 어디서 죽은 사람의 발등을 밟게 될지 불안하십니까?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게 아니십니까? 개나 소나 당신을 우습게 봅니까? 눈 밑이 실룩거리고 잇몸에서 고름이 흘러내리십니까? 밑구멍이나 귓구멍에서 연기가 흘러나오십니까? 양손에 떡이십니까, 건망증에 섬망증? 막막하고 갑갑하십니까? 답답하고 캄캄하십니까? 곧 미칠 것 같은데, 같기만 하십니까? 여기를 클릭 하십시오 * 김언희, '요즘 우울하십니까?' ("요즘 우울하십니까?", 문학동네 2011) - :: 메모 :: 그녀는 나한테 이 시집을 읽어낼 수 ..

문학앨범/필사 2024.06.29

황유원, "하얀 사슴 연못" (창비, 2023)

시인의 말      언젠가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존재는 소음으로 가득하다. 따라서 내 앞에는 두가지 시의 길이 주어져 있다. 존재의 소음을 최대한 증폭시켜보는 길과 존재의 소음을 최대한 잠재워보는 길. 나는 이 두 길을 모두 가보기로 한다." 첫 시집 이후 대략 육칠년 동안 두 작업은 완전히 동시에 이루어졌는데, 전자의 결과물이 "초자연적 3D 프린팅"이고 후자의 결과물이 "하얀 사슴 연못"이다. (중략)    이제 앞서 말한 두 길을 모두 가본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시의 길을 두가지로 한정한 것도 좀 우습군. 길 아닌 곳도 걸어가다보면 길이 되어 있겠지. 나는 발길 닿는 대로 걸어갈 것이다. 계속.      2023년 입동    황유원       -      -        ..

문학앨범/필사 2024.06.29

박연준,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문학동네, 2024)

시인의 말      어느 여름 저녁    파초 잎 아래에서 당신이 울고 있다면     어느 여름 저녁    내 얼굴이 못생겼다면     그건 슬픔이 얼굴을 깔고 앉았기 때문.      2024년 4월    박연준      -      -          이월 아침      진눈깨비는 모른다     자신이 얼마나 나를 꽉 쥐고 흩날리는지     눈이 뽑히도록 보고 싶은 것    눈이 뽑히도록 보고 싶은 것     그리워 죽죽 우는 것     진눈깨비여    진눈깨비여      나를 부수어 가지세요    나를 부수어 흩뿌리세요     나는 왜 언제나 나쁜 것만 예언할까요?       진눈깨비는 바보다       -        뜨거운 말           뜨거운 것을 쓰다 쏟았습니다 미안해요 부치진 못할 것..

문학앨범/필사 2024.06.29

안현미,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창비, 2014)

시인의 말 어떤 슬픔은 새벽에 출항하고 어떤 아픔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다. 오늘 우리는 겨우 살아 있다. 어쩌면 저주가 가장 쉬운 용서인지도 모르겠다. 2014년 장미가 피는 계절 연희에서 안현미 - - 카이로 1 일몰 후 아홉번째 달이 떴고 그는 동쪽 식탁 위에 왜가리처럼 놓인 촛대에 불을 붙였다 설명하고 싶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차원으로 그는 침묵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가 사용하는 침묵은 골동품처럼 지혜로웠다 2 그때 폭설 속에 묻어둔 술병을 꺼내러 갔던 여자가 돌아왔고 그 여자가 데리고 온 낯선 공기는 순식간에 우리를 다른 차원으로 데려갔다 3 인생이란 원래 뭘 좀 몰라야 살맛 나는 법 4 아홉번째 핫산이 돌아왔다 설명하고 싶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차원으로 그는 인생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가 사용하는..

문학앨범/필사 2024.06.29

곽효환,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 (문지, 2023)

오감을 열어놓은 시인의 발걸음은 넓고 깊게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걷다가 때때로 '시대의 정거장'이나 '시대의 강가'에 머물며 서성거리고 귀 기울인다. 그렇게 귀 기울이다 보면 그 찻길과 물길의 내력에 관련되었던 사람들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것은 차라리 자연스럽다. (중략)      -      시인의 말      고되고 길었던 여정의 끝이    마침내 저 너머에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 여정의 끝에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음을.     아마도 역려에 들어    잠시 몸을 누이겠지만      오래지 않아 주섬주섬    다시 여장을 꾸릴 것임을.    그래왔듯이 그 길에서도 나는    계속해서 묻고 사유하고 걸을 것이다.      2023년 가을 삼성동에서    곽효환    ..

문학앨범/필사 2024.06.29

진은영, "우리는 매일매일" (문지, 2008)

시집 "우리는 매일매일"은 낯선 언어들이 펼쳐놓는 불꽃놀이로 환하다. 우울과 낙관은 터지고 부서진다. 그리하여 어떤 익숙한 자력에 의해 하나의 문장을 이루는 일반적이고 관습적인 응집은 흐트러지고 깨진다. 이처럼 시 속에 새로운 성좌를 이루어 반짝이는 언어들은 방향도 목적도 없는 야상의 상상력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더 깊은 곳에는 이러한 언어들의 기상천외한 혼례가 이루어지는 백지와 펜, 태어나려는 언어로 가득 찬 시인의 손가락이 있다.      -      시인의 말      대학 시절, 성수동에서 이대 입구까지    다시 이대 입구에서 성수동까지    매일 전철을 타고 가며 그녀를 상상했었다.    이 많은 사람들 사이, 만약 당신이 앉아 있다면    내가 찾아낼 수 있을까?     우리들의 시인, 최승..

문학앨범/필사 2024.06.29

변혜지, "멸망하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문지, 2023)

시인 변혜지는 202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      시인의 말      "문을 열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너를 기다릴 거야."    목소리를 따라 나는 안내되었다.     아름다운 찻잔을 건넬 준비를 한 채    문 너머의 내가 기다릴 텐데.     결심하는 동안 평생이 지나갔다.        2023년 11월    변혜지      -      내가 태어나는 꿈      가족들은 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갑자기 박두한 세계를 맞닥뜨리고 내가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기를. 떨리는 손으로 나를 받아든 부모의 손길에 울음이 천천히 잦아들기를.     갓 태어난 나는 모두의 간절한 바람을 이루어주었다. 감격한 부모가 만들어내는 눈물과     포대..

문학앨범/필사 2024.06.28

김용택, '비' ("그대, 거침없는 사랑", 푸른숲 1993)

비 새벽비 소리에 홀로 깨었습니다 창호지 문이 환하게 밝아져 오는 오랜 시간 그 빛이 좋습니다 어디선가 휘파람새가 울기 시작합니다 봄비는 사방에 떨어지며 그리운 당신 모습을 다 그려내고 온갖 소리들은 온갖 생각을 다 만들어냅니다 온갖 소리 중에서 당신의 모습을 쫓아 뒤척이는데 당신 생각은 끝도 갓도 없이 넓고 깊어져서 당신 생각으로 환히 날이 샙니다 * 김용택, "그대, 거침없는 사랑" (푸른숲, 1993) - :: 메모 :: 밤잠을 뒤척이다 이른 새벽에 잠을 깬 적이 많았습니다 불면의 밤이 사라진 여름의 저녁,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이제 곧 장마가 오려는가 봅니다... 장마를 기다립니다

문학앨범/필사 2024.06.28

안현미, "이별의 재구성" (창비, 2009)

안현미 1972년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나 서울산업대를 졸업했다. 2001년 문학동네신인상에 '곰곰' 외 4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불편' 동인으로 활동중이다. 시집으로 "곰곰"이 있다. - 식객 미술관 앞에서 애인처럼 만났다 빨간 공중전화박스 앞에서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수영장과 목욕탕을 지나 라일락 꽃나무 아래서 마늘빵을 나눠먹었다 책방에 들러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란 제목의 똑같은 책을 사서 나눠가졌다 커플링처럼 나눠가진 책 어두워지기 시작한 골목으로 봄비가 왔다 음악이 왔다 고독도 왔다 같은 제목의 책을 나눠지녔듯 같은 착각을 나눠가졌다 그사이 애인들이 왔다 아랍탁자와 아랍탁자 사이, 시간은 봄비와 음악과 고독을 연주하고 애인들은 달콤했다 네팔 고산에서 야생하는 야크 젖으로 만든 치즈..

문학앨범/필사 2024.06.28

"문학과 예술과 삶" 방... 박찬욱 영화 '헤어질 결심' (나누었던 대화 몇)

연정 : 전 어떤 분의 블로그 평에서처럼 "헤어질 결심"으로 사랑을 증명한다는 게 너무 강렬하여서 도저히 잊기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은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 같기도 했어요 (잘못 쓰면 클남) 별님 : "헤어질 결심"은 반드시 두번 보시길 추천 드려요. 전 개인적으로 탕웨이를 좀 촌스럽게 봐서 몰입이 힘들었어요. 박해일에 집중하고 흠뻑 젖어들며 감정선 이끌고 나갔다는... 연정 : 블로그를 찾아보니, 작년 8월에 봤네요... 독후감입니다 헤어질 결심은 안하느니만 못한 거예요 의심과 질투로 눈 멀게 하고 말의 십자가엔 오해를 걸었어요 기억도 못할 약속은 기어코 후회하는 법 섣부른 이별의 말은 이불 밖 그리움만큼 위험하죠 단 하나 미제사건도 결코 낭만적이지 못한 거예요 부인이 남편을 살해하고 남편이..

영화노트 2024.06.28

윌리엄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 소네트" (민음, 2018)

57 내 그대의 노예가 되었나니 그대가 요구하는 시간에 시중드는 것밖에 무엇을 하리요? 나에게는 소비할 귀중한 시간도 없고 할 일도 없어라, 그대가 명하시기 전에는 나의 군주여, 내가 그대 위하여 시계를 들여다보는 동안 끝없는 시간을 감히 나무라지도 못하고, 한 번 그대가 하인에게 작별을 고하면 서로 보지 못하는 고통을 괴롭게도 안 여기노라. 그대가 어디 계실까, 무엇을 하시나 질투하는 마음으로 묻지도 않노라. 슬픈 노예인 양 무심히 앉아 있으리, 그대 가는 곳마다 사람들 기쁘게 하시리라 생각하며. 사랑은 임에게 복종하는 충실한 바보라, 무엇을 하시든 나쁘게 생각지 않아라. - 89 어떤 허물 때문에 나를 버린다고 하시면, 나는 그 허물을 더 과장하여 말하리라. 나를 절름발이라고 하시면, 나는 곧 다리를..

문학앨범/필사 2024.06.28

송기원, '무게' ("저녁", 실천문학 2010)

무게 바람이 불면, 문득 무게가 그리워지네 나도 한때는 확실한 무게를 지니고 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한껏 부푼 부피도 느끼며 군청색 셔츠를 펄럭였지 마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그렇게 누군가의 안에서 언제까지라도 지워지지 않을 것처럼 * 송기원, "저녁" (실천문학, 2010) - :: 메모 :: 다시 송기원을 찾기 시작한다 서른 해쯤 전의 일이다 바람이 불면 무게가 그리워지고, 다시 평온해진다면 가벼울 수도 있게 될까... 잘 모르겠다 https://rnmountain.tistory.com/m/13765265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 / 감각의 총화- 송기원 시인의 회복기의 노래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 / 감각의 총화- 송기원 시인의 회복기의 노래 현대시는..

문학앨범/필사 2024.06.27

회복기의 노래

회복기의 노래 누님, 한때는 마음이 식어가던 계절이 있었습니다 한낮의 불볕더위가 제 아무리 창창해도, 저물녘의 바람은 선선히 강아지 꼬리를 흔들기만 했습니다 길게 누운 그림자를 닮은 시간들이 자꾸만 등을 떠밀고, 지는 해처럼 또 하나의 연緣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돌려보내야 함을 알기에, 묵묵히 바라보는 노을이 늘 아름다운 것만은 아닙니다 치열한 자기부정과 깊은 반성을 끌어안은 채 오늘도 스스로 저무는 까닭입니다 내일을 기약함이란 일종의 믿음과 같은 것이어서, 한쪽이 다른 한쪽을 향해 베풀 수 있는 최선의 마음일 것 같습니다 오늘의 사랑이 식어가는 동안 내일의 희망을 기약하는 동안 제게도 어느덧 불면증이 사라졌었나 봅니다 #

글/습작 2024.06.27

박준, '관계'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난다 2017)

관계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유독 힘들어하는 문제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나 친구, 직장 생활에서 벌어지는 관계의 문제도 물론이겠지만 애정과 연애 관계에서 문제가 생길 때 우리의 마음은 더욱 아리다. 내가 상대를 애정하는 마음보다 상대가 나를 애정하는 마음이 작을 때 우리는 짝사랑이라는 병에 든다. 이 병은 열병이다. 발병부터 완치까지 나의 의지만으로 시작되고 끝난다. 다만 짝사랑이라는 감정은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숱하게 가져본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이 감정을 조절하는 데에 그리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짝사랑보다 더 큰 문제는 내가 상대를 애정하는 마음보다 상대가 나를 애정하는 마음이 더 클 때 생긴다. 이럴 때 우리의 눈에 비치는 상대는 더없..

문학앨범/필사 2024.06.27

오규원, '비가 와도 젖은 자는' ("사랑의 기교", 민음 1978)

비가 와도 젖은 者는 - 巡禮 1 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 후 그 자리에 머물고싶어 다시 한 번 멈추었었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江은 젖지 않는다. 나를 젖게 해 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혼자 가리라, 江물은 흘러가면서 이 여름을 언덕 위로 부채질해 보낸다. 날려가다가 언덕 나무에 걸린 여름의 옷 한 자락도 잠시만 머문다. 魚族은 강을 거슬러 올라 하늘이 닿은 지점에서 일단 멈춘다. 나무, 번뇌, 날짐승 이런 이름 속에 얼마 쉰 뒤 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강을 떠난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젖은 者는 다시 젖지 않는다. * 오규원, 사랑의 기교 (민음, 1978) - ..

문학앨범/필사 2024.06.27

박준, '용산 가는 길'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2012)

용산 가는 길    - 청파동 1       청파동에서 그대는 햇빛만 못하다 나는 매일 병(病)을 얻었지만 이마가 더럽혀질 만큼 깊지는 않았다 신열도 오래되면 적막이 되었다 빛은 적막으로 드나들고 바람도 먼지도 나도 그 길을 따라 걸어나왔다 청파동에서 한 마장 정도 가면 불에 타 죽은 친구가 살던 집이 나오고 선지를 잘하는 식당이 있고 어린 아가씨가 약을 지어준다는 약방도 하나 있다 그러면 나는 친구를 죽인 사람을 찾아가 패(悖)를 좀 부리다 오고 싶기도 하고 잔술을 마실까 하는 마음도 들고 어린 아가씨의 흰 손에 맥이나 한번 잡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는 해를 따라서 돌아가던 중에는 그대가 나를 떠난 것이 아니라 그대도 나를 떠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파서 그대가 아프지 않았다       ..

문학앨범/필사 2024.06.26

전윤호, '수몰 지구' ("세상의 모든 연애", 파란 2019)

수몰 지구 자꾸 네게 흐르는 마음을 깨닫고 서둘러 댐을 쌓았다 툭하면 담을 넘는 만용으로 피해 주기 싫었다 막힌 난 수몰 지구다 불기 없는 아궁이엔 물고기가 드나들고 젖은 책들은 수초가 된다 나는 그냥 오석처럼 가라앉아 네 생각에 잠기고 싶었다 하지만 예고 없이 태풍은 오고 소나기는 내리고 흘러 넘치는 미련을 이기지 못해 수문을 연다 콸콸 쏟아지는 물살에 수차가 돌고 나는 충전된다 인내심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기를 꽃 피는 너의 마당이 잠기지 않기를 전화기를 끄고 숨을 참는다 때를 놓친 사랑은 재난일 뿐이다 * 전윤호, 세상의 모든 연애 (파란, 2019) :: 메모 :: 연애시의 '정석'이라고 칭찬을 받는 한 시인의 시편에서 그 애절함만큼의 그 비통함만큼의 정서를 잘 읽어낼 수 있다면, 전혀 다른 스토리..

문학앨범/필사 2024.06.24

들국화 -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https://youtu.be/p0PQpMgPGoY?si=6mid3ssEQHZ-_QjA             1984년 앨범에서 이광조의 목소리로 먼저 나온 노래를    1986년 앨범에서 리메이크한 이력을 갖고 있는 노래입니다.             :: Lyrics ::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행복한 건 나     아 메마른 내 맘에 단비처럼   잊혀진 새벽의 내음처럼 언제나 내 맘 물들게 하지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외로운 건 나    아 그대가 내 곁에 있다 해도   두 손에 못 잡는 연기처럼 언제나 내 맘 외롭게 하지     차마 사랑한다고 말하기에는 그댄 너무 좋아요   그대 말없이 내게 모두 말해요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

음악앨범 2024.06.24

경멸

경멸 한사코 아니라고 해도 한사코 그렇다고 해도 늘 진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 믿기 힘들 때가 많지 한사코 좋아한다는 말도 가끔씩 토라질 적의 눈빛도 봤어 느끼지 못한 거리에 선 그 경멸을 읽어냈어 경멸하지 않는 사랑이 어디 있으며 경멸조차 없는 관심은 또 있겠냐만 그 무한대의 거리를 느껴야만 했던 가도 가도 도착할 수 없는 그곳 경멸 기어코 떠나보내려는 마음을 먹고 두 눈 부릅뜨고 속울음을 참아내도 가슴 속 검붉은 멍울 피가 터져도 끝끝내 가지 않겠다 다짐했던 그곳 경멸 그곳을 떠나보내고 있었어 제멋대로만 사랑했던 그곳 경멸 그래, ......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거야 누가

글/습작 2024.06.24

GOD - 모르죠

https://youtu.be/P7AA1feMwFU?si=2b2lrJ7hHgguGhmz             방시혁 의장의 개인사를 담은 노래로 알려진...              :: Lyrics ::                데니) 사랑이라는 거 참 쉽지 않더군         열심히 사랑한다고 해서 뜻대로 되는 게 아니더군             계상) 헤어지자는 말 참 생각처럼 나오질 않더군         막상 너의 얼굴을 보니 그냥 입이 떨어지질 않더군         그래서 결국 전화를 걸어 미리 적어놓은 종이를 보며        계속 읽어 내려가고 내가 할 말만 하고         그냥 전화를 끊었지 그래서 너는 내 맘 몰랐지           호영) 아직도 너는 내 마음이 먼저 변한 줄 알더군..

음악앨범 2024.06.24

진은영, '청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문지 2022)

청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 조각처럼 *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문지, 2022) :: 메모 :: 슬픔이라는 정서, 아주 잘 표현한 수작 한 편.

문학앨범/필사 2024.06.22

마치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한다는 것이

마치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한다는 것이       모든 걸 다 안다는 듯이    모르는 걸 다 모른다고 하는 일보다 쉬운 게지     얼마나 미처 몰랐을까를 모르는    알고 있는만큼만을 아는 걸 모른다는 게지     미련은 얼마나 깊고 오래되었나를    사랑은 얼마나 치열했고 상처가 깊었던가를    집착은 얼마나 두렵고 집요했을까를    그리움은 얼마나 길고도 긴 상흔이었는가를    잘 모르면서도 아는 체를 하는 게지     설익은 경전 몇 구절 따위로 감히 능멸하려드니    그 먹먹함을 답답함을 애써 표현할 길 없고    그저 침묵하기만을 바랄 뿐     그것도 모른다는 게지       #

글/습작 2024.06.20

좋은 글

좋은 글 제목에 "좋은"이라는 낱말을 붙이려면 어떤 기준들이 필요할까요? 많은 이들한테 사랑받는 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만한 글, 또는 누군가한테는 인생의 멋진 단 한 편이 될만한 글 등을 일컫는 말이지 않을까 해요... 시는 과연 "좋은 글"이 될 수 있을까를 수십 년 동안 고민하며 좌절하고 시기하며 질투하고 혹 때로는 혼자만의 짝사랑으로, 혹 때로는 단 한 명의 독자를 발견한 환희와 기쁨으로, 그 독자를 잃었을 때의 쓰라린 절망과 상처들로 얼룩이 진 시간의 나이테들을 가만히 세어보았습니다. 단 한 편의 "좋은 글"이자 좋은 시가 될 수 있는 아침을 매일 기도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요즘, 누군가한텐 비록 그렇게 좋은 글이 아닐지언정 그 마음이나마 잘 전달될 수 있다면 그 마음 또한 한 편의 "좋은 글..

개인노트 2024.06.10

산책

침묵 긴 골목길이 어스름 속으로 강물처럼 흘러가는 저녁을 지켜본다 그 착란 속으로 오랫동안 배를 저어 물살의 중심으로 나아갔지만, 강물은 금세 흐름을 바꾸어 스스로의 길을 지우고 어느덧 나는 내 소용돌이 안쪽으로 떠밀려 와 있다 그러고 보니, 낮에는 언덕 위 아카시아숲을 바람이 휩쓸고 지나갔다. 어둠 속이지만 아직도 나무가 제 우듬지를 세우려고 애쓰는지 침묵의 시간을 거스르는 이 물음이 지금의 풍경 안에서 생겨나듯 상상도 창 하나의 배경으로 떠오르는 것, 창의 부분 속으로 한 사람이 어둡게 걸어왔다가 풍경 밖으로 사라지고 한동안 그쪽으로는 아무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 사람의 우연에 대해서 생각하지만 말할 수 없는 것, 침묵은 필경 그런 것이다 나는 창 하나의 넓이만큼만 저 캄캄함을 본다 그 속에서도 ..

개인노트 2024.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