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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란, 오늘의 루프탑 (2018 문화일보 신춘문예 - 소설)

2018 문화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이경란, 오늘의 루프탑 https://m.munhwa.com/mnews/view.html?no=2018010201033412000001 오늘의 루프탑 ■ 단편소설 당선작 - 이경란옥상에서 내려다본 바닥은 어둡고 깊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낮에도 해가 들지 않았다. 틈이 두 걸음 남짓밖에 되지 않아 바닥이 더 깊어 보이는지도 몰랐다. 이 m.munhwa.com “‘구겨진 지폐 뭉치가 떨어졌다. 지폐가 마른 잎처럼 굴렀다.’ 돈과 낙엽의 이미지가 겹치는 ‘오늘의 루프 탑’ 결말이다. 화폐는 사용가치와는 무관한 교환가치 시대의 산물이면서 기호가치에 의한 정치경제학적 지배를 받는다. 복잡한 얘기인데,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는 약한 소리는 해 봐야 소..

문학노트 2023.07.03

박은영, 발코니의 시간 (2018 문화일보 신춘문예 - 시)

2018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박은영, 발코니의 시간 https://m.munhwa.com/mnews/view.html?no=2018010201033324000001 발코니의 시간 - 박은영 ■ 시 당선작필리핀의 한 마을에선암벽에 철심을 박아 관을 올려놓는 장례법이 있다고인은두 다리를 뻗고 허공의 난간에 몸을 맡긴다이까짓 두려움쯤이야살아있을 당시 이미 겪어낸 일이므로 m.munhwa.com “시는 말과 언어를 다루는 기술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인간 삶의 내면을 응시하는 깊은 사고와 이해에서 나온다는 점을 투고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듯해서 안타깝다. 우리 삶과 유리된 채 공연히 초현실적으로 매끄럽게 톡톡 튀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 많다는 것은 시를 쓰는 기술이 앞선 작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

문학노트 2023.07.03

참고자료 : 2023년 신춘문예 - 시 심사위원 명단

[참고자료] 2023년 신춘문예 심사위원 명단 : 경향 - 김행숙, 황인숙, 이경수, 송경동 동아 - 조강석, 정호승 조선 - 장석주, 김기택 (이상 연재 순, 중앙은 폐지) 문화 - 나희덕, 박형준, 문태준 서울 - 신해욱, 오은, 정끝별 세계 - 안도현, 유성호 한국 - 이수명, 김민정, 박준 (향후 연재 순) http://www.news-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532 2023년 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및 당선소감, 심사평 총정리! - 뉴스페이퍼 2023년에도 신춘문예 결과가 나왔다.. 뉴스페이퍼는 [클릭]을 통해 신춘문예를 정리했다.서울에 회사가 위치한 언론사인 경향 동아 문화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국경제 한국일보는 여성 3 www.news-..

문학노트 2023.07.02

문단소식 : 하얀 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문단소식] 하얀 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등 80/90년대 문단과 영화계에도 큰 화제작들을 남겼던 안정효 작가께서 별세하셨다는 소식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https://www.lecturer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9963 베트남전 경험을 쓴 책 ‘하얀 전쟁’ 소설가 겸 번역가 안정효 작가 별세 - 한국강사신문 [한국강사신문 한상형 기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베트남 전쟁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장편소설 \'하얀 전쟁\' 등을 쓴 소설가 겸 번역가 안정효 씨가 1일 별세했다. 향년 82세.유족에 따르면 암으로 www.lecturernews.com

문학노트 2023.07.02

참고자료 : 서울예대 문창과 과년도 실기문제 (창작연구 : "1일 1편")

[창작연구] 가끔 “1일 1편”을 실천하기가 힘들 때가 많죠? 개인적으로 저도 딱히 쓸만한 주제가 없는 날엔 주로 매일 아침마다 배달되곤 하는 12개 중앙일간지들의 헤드라인과 사설들 중에 골라서 쓸 때가 많았는데요... 정작 쓰고픈 주제랑 억지로 주어진 주제랑은 분명히 퍼포먼스도 꽤 다르기에 많은 분들이 자유주제를 더 선호하십니다. 가끔씩, 때로는, 쓰기가 거북한 주제로도 몇번씩 습작을 해보시면 여러모로 유익한 점도 많겠어서 불쑥 생각난 김에 삼아 몇줄 끄적여봅니다. ; 1. '조개껍질을 눈에 박은 사람이 안개 속에서 오래된 철교를 부수는 소리'에 관하여 쓰시오. 2. '동물원에 갇혀 있던 말레이곰이 우리집에 찾아오고 난 뒤 상황'을 전개해보시오. (서울예대 문창과 과년도 실기문제 중에서)

문학노트 2023.07.02

백영옥, 프로에 대하여 (비평원리 : "난해함"의 문제)

[비평원리] "난해함"의 문제를 놓고도 평단에서 꽤 오랫동안 갑론을박을 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의 시들이 갖는 경향에 대해 뭇 평론가들이 비슷한 논리를 펴는 건 아마 턱없이 쪼그라든 독자층에 얽힌 우려도 있겠지만, 갈수록 '인스턴트화'하려는 작가들의 섣부른 움직임에 대한 하나의 경종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함께 갖는 편입니다. (그렇다면, 옥석의 구분은 어떻게? 여러 차례를, 다른 방식으로, 수차례 읽어보면 판별이 가능합니다. 질 좋은 '입체감'을 갖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그저 수수께끼 같은 -작품의 한계를 은폐하고자 어설픈 모호함으로 치장하려는- 암호문의 차이는 금방 드러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한 작가의 독백을 다시 들어봅니다. ; 프로에 대하여 쉽게 쓴 것처럼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 쉽게 부르는..

문학노트 2023.07.02

이제니,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 (창작연구 : 마침표의 역할)

[창작연구] 이제니 시인의 시들에서 마침표가 갖는 역할은? 마치 행갈이를 대신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번 읽어보시지요. (언제 한번 이렇게 모작을 해볼까 해요.) ;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 이제니 접어둔 꿈을 펼친다. 너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잊었고. 텅 비어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네 자신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연약하고도 슬픈 기질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너를 문장이라는 말의 그늘로. 아니. 문장이라는 종이의 여백으로 이끌었고. 혼자만의 방에서도 오래도록 외롭지 않았던 것은. 네 오랜 꿈의 원형인 듯 책상 한구석에서 타오르던 어둡고 희미한 불꽃이. 매 순간 너와 함께 네 마음속에서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접어둔 꿈을 펼친다. 거리는 거리로 이어지고 ..

문학노트 2023.07.02

전지영, 쥐 (2023 조선일보 신춘문예 - 소설)

2023 조선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전지영, 쥐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3/01/02/YVULNAEXXJGO3HFCFKU3VTLM7A/ [2023 신춘문예] 쥐 2023 신춘문예 쥐 단편소설 당선작 www.chosun.com "사모는 왜 그렇게까지 쥐구멍을 파는지, 처음 만난 윤진에게 사모는 왜 그런 대화를 시도했는지 등의 인과는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폐쇄적이며 계급으로 나뉜 공간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의 불안과 방향감 상실, 쥐가 상징한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추적은 돋보였다. “관사에 쥐가 돌아다닌다는 말” “쥐가 낮에 기어나오는 건 죽을 때 딱 한 번뿐이야”라는 대사 등으로 플롯을 움직이고 마지막까지 긴장을 이어나갈 줄 ..

문학노트 2023.07.01

이진우, 홈커밍데이 (2023 조선일보 신춘문예 - 시)

2023 조선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이진우, 홈커밍데이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3/01/02/NK6QQVBTWZGLJJMNGG4JH6L7KE/ [2023 신춘문예] 홈커밍데이 2023 신춘문예 홈커밍데이 詩 당선작 www.chosun.com "최종심에 오른 열세 분의 작품들이 취업 절벽, 사회 양극화, 저출산, 이주 노동, 기후 재난 같은 사회의 현안을 제치고 기분에 쏠린 현상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기분이란 미시적 영역에 천착한 시편들을 읽으면서 이것이 이번 신춘문예의 공동 주제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품을 지경이다. 현실에 반향하는 내면의 메아리이고, 생의 사소한 기미를 머금은 감정 생활의 한 조각이라는 점에서 기분을 배제할 ..

문학노트 2023.07.01

박정대, 시 (가장 '전위적'인 섬, 격렬비열도에서 외친 혁명적 유머)

시 미스터 션샤인의 말투로 말하겠소 키치라 해도 좋소 무더운 여름밤을 건나가기엔 그 말투가 좋았던 것이오 자정이 넘은 코케인 창가에서 홀로 술을 마시며 바라보는 적막한 거리 풍경이 좋았던 것이오 햇빛 씨의 열기가 대낮의 조국을 뜨겁게 달구고 그 열기는 밤이 되어서도 식지 않았소 111년 만에 맞아온 최악의 폭염이라 했소 폭탄을 맞은 폐허의 도시처럼 허공에 떠도는 풍문은 흉흉했소 어디를 가도 숨이 가빠오는 숨 막힐듯 뜨거운 열기의 나날이었소 111년 전이면 1907년인데 나의 말투는 1907년의 고독 씨처럼 어느덧 그 시절을 흉내 내고 있었던 것이오 러브가 무엇이오 나는 모르오 시는 또 무엇이오 나는 모르오 조국이 이토록 뜨거운데 내가 어찌 조국보다 더 뜨거운 시를 쓸 수 있겠소 밤이면 코케인에서 술을 마..

문학노트 2023.06.30

임현석, 무료나눔 대화법 (2022 조선일보 신춘문예 - 소설)

2022 조선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임현석, 무료나눔 대화법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2/01/01/WJEP23Y2WJEH7KOFTQAB5FIUQI/ [2022 신춘문예]무료나눔 대화법 2022 신춘문예무료나눔 대화법 단편소설 당선작 www.chosun.com "이 응모작은 단편소설이 지녀야 할 미덕들을 거의 다 갖추었다. 필요한 이야기, 사건이 벌어지는 개연성, 인물의 감정과 행동에 대한 공감, 타인들이었던 서로에게 일어난 변화들. 그리고 유머까지. 날렵하고 영리하며 군더더기 없는 작품이다. 당선자가 소설을 오랫동안 써오고 좋아하는 사람이겠구나 하는 짐작이 틀리지 않기 바란다. 예의를 갖춘 어떤 호의(好意)들은 마음을 열어도 ..

문학노트 2023.06.30

고선경, 럭키슈퍼 (2022 조선일보 신춘문예 - 시)

2022 조선 신춘문예 시 당선작 : 고선경, 럭키슈퍼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2/01/01/5BXLDN4Z4NDB7GHV57LZOMYHTQ/ [2022 신춘문예] 럭키슈퍼 2022 신춘문예 럭키슈퍼 詩 당선작 www.chosun.com "최근 시의 파장 안에 있으면서도 지금-여기의 사회 현실과 청춘의 당사자성이 감지된다는 미덕이 있었다. (중략) 퉁치면서 눙치고, 관(貫)하면서 통(通)하는 ‘행운’의 의미를 농담과 엮어내는 시적 패기를 높이 평가했다." (심사평 중에) 2023년의 상반기를 마감하는 날입니다. 이문재 시인의 심사평 중 '패기'라는 낱말이 나오는군요... 흔히들 '객기'와 혼동하지만 (나 잘 쓴다, 트렌드에 부합할..

문학노트 2023.06.30

박형준, 산책로 벤치에 앉아 있는 노인들 (소멸을 통해 소외를 이야기하려는 형상화의 달인)

산책로 벤치에 앉아 있는 노인들 강물을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서 시간을 짰다 풀었다 하는 노인들 바다만 파도가 있는 게 아니어서 강물도 밀려왔다 밀려가며 강변에 수심 많은 모래톱을 만들고 거기 새들이 발자국을 찍으며 꼼짝 않고 물살을 쳐다본다 햇빛이 물살마다 어른거려 강물에도 주름살이 생기고 거기 비쳐나는 물빛이 노인들의 주름 팬 이마에 스민다 그래, 그들의 이마에는 주름살마다 빛이 배어 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새들은 꼼짝 않고 물살 속 빛을 응시하다가 일순간 부리로 쪼아 먹는다 산책로에 드문드문 놓인 벤치마다 앉아 있는 노인들은 서로에게 무관심하다 강변의 모래톱이나 물속 삐죽 솟은 돌 위에 우아하게 한 발로 서 있는 물새들이 서로를 바라보지 않듯, 자신만의 세계에 속한다는 표시로 이마에 섬을 만드는 노인..

문학노트 2023.06.30

윤치규, 일인칭 컷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 소설)

2021 조선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윤치규, 일인칭 컷 https://www.chosun.com/culture-life/2021/01/01/QSZ6OISPRRCITHQ2UAJS4SYGMQ/ [2021 신춘문예] 일인칭 컷 2021 신춘문예 일인칭 컷 단편소설 당선작 www.chosun.com "당선작으로 결정한 ‘일인칭 컷’은 한정된 공간과 시간을 활용할 줄 아는 솜씨가 돋보였다. 희주라는 인물의 훼손당한 어떤 감정의 컷들을 보여주려고 시도한 점이나 그것을 내가 빗속에서 키가 큰 팜나무 숲을 올려다보는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으로 배치한 결말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주에게 팜나무란 무엇인지, 마치 울고 있는 듯 팜나무를 올려다보는 희주를 지켜보는 나에게 그 컷은 “삼인칭 피사체에 불과”했던 ..

문학노트 2023.06.29

이병률, 슬픔이라는 구석 (그대 움츠려 앉은 구석에서 눈물이 빛날 때)

슬픔이라는 구석 쓰나미가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간 마을에 빈 공중전화부스 한 대를 설치해두었다 사람들은 그곳에 들어가 통하지도 않는 전화기를 들고 세상에는 없는 사람에게 자기 슬픔을 말한다는데 남쪽에 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휴전선을 넘어 남하한 한 소녀는 줄곧 직진해서 걸었는데 촘촘하게 지뢰가 묻힌 밭을 걸어오면서 어떻게 단 하나의 지뢰도 밟지 않았다는 것인지 가슴께가 다 뻐근해지는 이 일을 슬프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나 색맹으로 스무 해를 살아온 청년에게 보정 안경을 씌워주자 몇 번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안경 안으로 뚝뚝 눈물을 흘렸다 보이는 모든 것들이 너무 벅차서라니 이 간절한 슬픔은 뭐라 할 수 있겠나 스무 줄의 문장으로는 영 모자랐던 몇 번의 내 전생 이 생에서는 실컷 슬픔을 상대하고 단 한 ..

문학노트 2023.06.29

강우근, 단순하지 않은 마음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 시)

2021 조선 신춘문예 시 당선작 : 강우근, 단순하지 않은 마음 https://www.chosun.com/culture-life/2021/01/01/KVI54BP2ERCKXEWFPVYCHYUVFI/ [2021 신춘문예] 단순하지 않은 마음 2021 신춘문예 단순하지 않은 마음 詩 당선작 www.chosun.com “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영토를 가려 한다. 한 편의 시는 매번 새로운 길을 가려 한다. 그 길에 앞장 설 신예에게 기대하는 것은 모험의 불꽃일 것이다... 특히 전 지구적 재앙의 영향인지 고립된 현실에 대한 암중모색 속에서도 희망 혹은 미래에 대한 사유가 눈에 띄었다.” (심사평 중에) 드디어 문태준 시인이 등장했습니다. 2021년부터 조선일보 신춘문예는 문태준, 정끝별 두 명의 시인이 ..

문학노트 2023.06.29

박준, 입속에서 넘어지는 하루 (가장 현대적인, 가장 가까운 정서로서의 ‘서정’)

입속에서 넘어지는 하루 박준 길눈이 어두운 겨울이나 사람을 잃은 사람이 며칠을 머물다 떠나는 길 떠난 그 자리로 가난한 밤이 숨어드는 길 시래기처럼 마냥 늘어진 길 바람이 손을 털고 불어드는 길 사람의 이름으로 지어지지 못하는 글자들을 내가 오래 생각해보는 길 골목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림자로 남고 좁고 긴 골목의 끝을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하루가 다 지새워지는 길 달이 크고 밝은 날이면 별들도 잠시 내려와 인가(人家)의 불빛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가는 길 다 헐어버린 내 입속처럼 당신이 자주 넘어져 있는 길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2012) # 가장 현대적인, 가장 가까운 정서로서의 ‘서정’ 현대시들이 갖는 특징들 중 하나는 한 두 행마다 연갈이를 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

문학노트 2023.06.28

김수영, 종이집 (2020 조선일보 신춘문예 - 소설)

2020 조선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김수영, 종이집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31/2019123101415.html [2020신춘문예] 종이집 2020신춘문예 종이집 당편소설 당선작 www.chosun.com “소설 속에서는 실제의 집을 짓고 팔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종이로 집을 짓고 팔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인공의 섬세한 의식 속에서 서로 맞물린다. 그리하여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의 '집'을 가지지 못한 채 살아가는 주인공은 '종이로 집을 짓는 행위'를 이를테면 치유의 상징으로 끌어올려서 자신을 반성하고 세상과 대면한다. 요컨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면밀히 들여다보면, 어디든 의미로 가득 차 있고, 그 각각의 의미는 구..

문학노트 2023.06.28

고명재, 바이킹 (2020 조선일보 신춘문예 - 시)

2020 조선 신춘문예 시 당선작 : 고명재, 바이킹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31/2019123101348.html [2020 신춘문예] 바이킹 2020 신춘문예 바이킹 詩 당선작 www.chosun.com “시를 쓴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성찰의 한 단면을 언어를 통해 표현하고 그것을 독자와 함께 나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에 본심 심사 대상이 된 시의 경우, 소통하기 어려운 시가 많았다. 인간의 삶은 존재하지 않고 언어만 존재해서 그 언어의 유기적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삶의 내용이 내포되지 않은 시의 언어는 그 의미를 잃는다. 의미를 잃고 형식만 남음으로써 소통이 불가능한 시들이 많다는 것은 분명 한국 시의 위기다...

문학노트 2023.06.28

이제니, 발견되는 춤으로부터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는 ‘구도와 헌신’)

발견되는 춤으로부터 이제니 멀리 성당의 첨탑에서 저녁 미사를 알리는 종소리 들려온다. 열린 창 너머로 어스름 저녁 빛 새어 들어오고, 마룻바닥 위로 어른거리는 빛, 움직이면서 원래의 형상을 벗어나려는 빛이 있다. 어디로든 갈 수 있다고 속삭이는 옛날의 빛이 있다. 사제는 한 그릇의 간소한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장 낮은 자리로 물러나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다. 화면은 다시 정지된다. 일평생 봉쇄 수도원의 좁고 어두운 방에 스스로를 유폐한 채 기도에만 헌신하는 삶, 너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그 기도가 누구를 도울 수 있는지 묻는다. 화면은 다시 이어진다. 너는 책상으로 가 앉는다. 맞은편에는 비어 있는 의지, 비어 있음으로 가득한 의자, 책상 위에는 먼 나라에서 보내온 엽서가 놓여 있다..

문학노트 2023.06.27

서동욱, 당장 필요한 (2019 조선일보 신춘문예 - 소설)

2019 조선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서동욱, 당장 필요한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31/2018123101284.html [2019 신춘문예] 당장 필요한 2019 신춘문예 당장 필요한 단편소설 당선작 www.chosun.com "아쉬운 작품들이 많았다. 완결된 구조를 이루지 못하거나 핵심을 놓친 작품들, 그런가 하면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경향도 눈에 띄었다. 실험적이라고 할 만한 작품들은 깊은 인상을 남기는 대신 이해하기 어려운 혼란을 남겼다. 서툴지만 참신하다거나, 미완이지만 패기가 있어 보인다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 드물었다." (심사평 중에) 33살의 한 직장인에게 영광의 칭호가 수여된 그해 신춘문예도 김인숙, 최수철 두 작가의 ..

문학노트 2023.06.27

문혜연, 당신의 당신 (2019 조선일보 신춘문예 - 시)

2019 조선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문혜연, 당신의 당신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31/2018123101235.html [2019 신춘문예] 당신의 당신 2019 신춘문예 당신의 당신 詩 당선작 www.chosun.com "내적 운율과 침묵으로 함축되는 시의 본질적 부분이 신인들의 시에서 도외시되는 까닭은 산문성에 기울어진 한국 시단의 유행을 비판 없이 쉽게 따른 탓이다. 산문 시대일수록 시인이라면 시의 고유한 본질을 지켜나가야 하나 그렇지 못하다." 가끔 심사평들이 메가트렌드에 역행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나름대로로는 선의에 찬 선배들의 충고였을 텐데, 학교들에선 오히려 정반대로 향해온 탓이겠죠... 밤새 내리던 비가 잠시 멈추었습니다.

문학노트 2023.06.27

명학수, 폴이라는 불리는 명준 (2018 조선일보 신춘문예 - 소설)

2018 조선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명학수, 폴이라 불리는 명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31/2017123100707.html [2018 신춘문예] 폴이라 불리는 명준 2018 신춘문예 폴이라 불리는 명준 단편소설 당선작/소설 당선소감/소설 부문 심사평 www.chosun.com 중앙일간지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계속 잇는 시리즈의 금주는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되짚겠습니다. 1966년생으로 이 당시만 해도 이미 53세에 이르던 한 학원 수학강사의 놀랄만한 당선소식은 많은 시사점들을 제공합니다. 우연찮게 주말의 도서관에서 빌린 성석제 소설가의 단편집을 괜시리 한번 더 쳐다볼 계기가 되기도 하는군요. 시에 비해선 다소 분량이 많고 따로 아카이브..

문학노트 2023.06.26

이린아, 돌의 문서 (2018 조선일보 신춘문예 - 시)

2018 조선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이린아, 돌의 문서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31/2017123100682.html [2018 신춘문예] 돌의 문서 2018 신춘문예 돌의 문서 詩 당선작/詩 당선소감/詩 부문 심사평 www.chosun.com 새로운 한주입니다. 이번주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의 역대 당선작들을 살펴보는 시간이죠. 맨 먼저는 역시 5년전인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겠습니다. 현재 동아일보 심사위원인 정호승 시인이 당시에는 조선일보 심사를 맡았었군요. 당선소감을 읽다보면 가끔 합평 때의 논란들도 기억나곤 하는데, 짤막히만 인용해보겠습니다. “한때 스스로와 타자 사이를 화해시키려 애썼음을 고백합니다. 그 불화를 다독이다 시를..

문학노트 2023.06.26

박선민, 버터 / 신보라, 휠얼라이먼트 (2023 경향 신춘문예 - 시 / 소설)

(지난 주말에는 올해 당선작을 생략해, 한편 더 올려드릴게요.) 버터 박선민 추우면 뭉쳐집니다 펭귄일까요? 두 종류 온도만 있으면 버터는 만들 수 있습니다 뭉쳐지는 힘엔 추운 거푸집들이 있습니다 마치 온도들이 얼음으로 바뀌는 일과 흡사합니다 문을 닫은 건 오두막일까요? 마른나무에 불을 붙이면 그을린 자국과 연기로 분리됩니다 창문 틈새로 미끄러질 수도 있습니다 문을 꽉 걸어 잠그고 연기를 뭉쳐줍니다 고온에 흩어지는 것이 녹는점과 비슷합니다 초록색은 버터일까요? 버터는 원래 풀밭이었습니다 몇 번 꽃도 피워 본 경험이 있습니다 어떤 목적들은 집요하게도 색깔을 먹어 치웁니다 이빨에 파란 이끼가 낄 때까지 언덕과 평지와 비스듬한 초록을 먹어 치웁니다 당나귀일까요? 홀 핀이 물결을 반으로 가릅니다 개명 후 국적을 ..

문학노트 2023.06.24

공현진, 녹 (2023 동아일보 신춘문예 - 소설)

2023 동아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공현진, 녹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30102/117247549/1 [신춘문예 2023/단편소설 당선작]녹 《녹은 내가 강의하던 학교들로 찾아와 시위 비슷한 걸 했다.이상한 문장을 쓴 종이를 들고.》 곤란하게 됐어. 주임 교수의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그녀가 아직 하지도 않은 말을 … www.donga.com "당선작인 ‘녹’은 쉽게 보기 힘든 문제작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곳’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 가운데 하나인 다문화가정과 사회적 약자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문학이 좁은 과녁을 적중시키는 정확한 문장과 적절한 단어 선택, 치밀한 서술에 의지하는 장르임을 환기시킬 만큼 세부가 ..

문학노트 2023.06.24

권승섭, 묘목원 (2023 동아일보 신춘문예 - 시)

2023 동아 신춘문예 시 당선작 : 권승섭, 묘목원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30102/117247622/1 [신춘문예 2023/시 당선작]묘목원 ○ 당선소감 시 詩의 힘으로 제법 살아가더니… 이젠 詩를 놓을 수 없게 됐다 www.donga.com "소재를 취하고 정서를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도 시의 중요한 줄기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감각을 통한 변용과 깊은 사유의 맛이 결여된 감상은 넋두리와 소품에 그칠 뿐이다. 구성이 승했던 때에 작위가 문제였다면 지나치게 감상적인 진술은 절제와 엄밀함을 통해 독자에게 호소하는 시적 문장의 힘을 아쉬워하게 만든다. 다시 한번 감수성과 지성의 통합이라는, 현대시와 관련한 고전적인 경구를 떠올리며..

문학노트 2023.06.24

김기태, 무겁고 높은 (2022 동아일보 신춘문예 - 소설)

2022 동아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김기태, 무겁고 높은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20103/111059738/1 [신춘문예 2022/단편소설 당선작]무겁고 높은 땅에 붙인 두 발바닥. 그것이 시작이다. 바벨을 쥘 때는 엄지를 먼저 감고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감싼다. 무게가 실리면 엄지가 짓눌리지만 그래야 더 꽉 쥘 수 있다. 놓치는 것… www.donga.com “본심에 오른 소설을 통독하면서 느낀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창궐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삶의 어두운 풍경이 소설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현실을 상징하고 은유하는 새로운 소재를 찾고 공유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데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

문학노트 2023.06.23

채윤희, 경유지에서 (2022 동아일보 신춘문예 - 시)

2022 동아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채윤희, 경유지에서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20103/111059750/1 [신춘문예 2022/시 당선작]경유지에서 ● 당선소감 시괜히 글 쓰고, 괜히 혼자 여행하고… 괜히 그랬다 싶은 일들이 시가 됐다 당선 연락을 받았다. “엄마!” 비명을 지르며 따뜻한 품을 끌어안았다. 엉엉 울기에 이상적… www.donga.com “최종심에 올라온 작품들은 대체로 무난했다. 달리 말하면 위험도 모험도 드물었다는 말이다. 안정적 기량이 우선인 것은 틀림없지만 개성적인 목소리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균일함은 우리가 보낸 한 해의 격동과도 거리가 있어 보였다. 시가 삶의 불안을 고스란히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

문학노트 2023.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