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원리] "난해함"의 문제를 놓고도 평단에서 꽤 오랫동안 갑론을박을 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의 시들이 갖는 경향에 대해 뭇 평론가들이 비슷한 논리를 펴는 건 아마 턱없이 쪼그라든 독자층에 얽힌 우려도 있겠지만, 갈수록 '인스턴트화'하려는 작가들의 섣부른 움직임에 대한 하나의 경종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함께 갖는 편입니다.
(그렇다면, 옥석의 구분은 어떻게? 여러 차례를, 다른 방식으로, 수차례 읽어보면 판별이 가능합니다. 질 좋은 '입체감'을 갖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그저 수수께끼 같은 -작품의 한계를 은폐하고자 어설픈 모호함으로 치장하려는- 암호문의 차이는 금방 드러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한 작가의 독백을 다시 들어봅니다. ;
프로에 대하여
쉽게 쓴 것처럼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 쉽게 부르는 것처럼 들리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퇴고와 연습이 필요한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자연스러운’이라는 단어는 프로가 듣는 최고의 상찬 중 하나다. 예전에는 열정이 좋아하는 것을 향해 돌진하는 ‘뜨거운 것’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이제 열정이 포기할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서늘한 인내심’이라는 걸 안다.
원하는 글을 쓰기 위해 작가는 원치 않는 많은 글을 쓰고, 원하는 옷을 입기 위해 모델은 혹독한 식단 조절을 한다. “영감을 찾는 건 아마추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하러 간다”는 소설가 필립 로스의 말처럼 프로는 ‘그냥’ 하는 사람들이다. ‘그냥’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열정의 다른 이름인 ‘인내’가 만든다. 좋아하는 곳에 가기 위해 좋아하지 않는 더 많은 곳에 기꺼이 가 본 사람, 우리가 그들을 프로라 부르는 이유다.
- 백영옥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