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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밸런스 게임 (2021 동아일보 신춘문예 - 소설)

2021 동아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이소정, 밸런스 게임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10101/104724713/1 [신춘문예 2021/단편소설 당선작]밸런스 게임 많은 일요일들을 지나왔다고 윤은 생각했다. 징검다리 같은 일요일들에는 아들과 그녀, 단둘뿐이었다. 심지어 택배기사도 찾아오지 않는 요일이라고 윤은 베란다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며 생… www.donga.com "몇 개의 문장이 있다. ‘소설은 태도다.’ 책상 앞에 포스트잇으로 붙여둔 것이다. 그 옆에는 ‘소설은 인물의 깊이를 더하는 방식이다.’ 가 있다. 너무 낡고 오래된 문장은 자주 떨어진다. 그런 날은 내 접착력을 의심한다. 당선 전화를 받던 날은 문장이 모조리 뜯긴 날이다. ..

문학노트 2023.06.22

이근석, 여름의 돌 (2021 동아일보 신춘문예 - 시)

2021 동아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이근석, 여름의 돌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10101/104724744/1 [신춘문예 2021/시 당선작]여름의 돌 ● 당선소감 시 시인이라는 이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다각자의 시가 있다는 말이 좋았다. 기미였다 두드러질 때 좋았다. 환경이 변하고 이런저런 사건의 여파가 시를 바꾸어가는 과정… www.donga.com "우선 드는 생각은 다양성이 아쉽다는 것이다. 질적으로 고르지만 단정한 묘사와 소소한 토로가 주를 이뤘다. 예년보다 표준형에 수렴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은 모험과 담론이 활성화되지 않는 시단의 풍경을 보여주는 듯해 슬쩍 미안해지기도 했다." (심사평 중에)

문학노트 2023.06.22

서장원, 해가 지기 전에 (2020 동아일보 신춘문예 - 소설)

2020 동아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서장원, 해가 지기 전에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00101/99035751/1 [신춘문예 2020/단편소설 당선작]해가 지기 전에 기선은 휴게소 화장실 앞으로 길게 늘어선 줄 끝에 섰다. 그녀의 앞으로는 기선과 동년배인 듯 보이는 여자들이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은 채로 서 있었다. 이 휴게소를 지나 설악산에… www.donga.com "당선작인 ‘해가 지기 전에’는 작가 스스로가 소설의 흐름을 적절히 제어하면서 차분하고 치밀하게 써내려간 수작이다. 자식의 선택과 자식에 대한 믿음, 자랑스러움이 ‘문제가 많은 우리나라 부모’와 뒤엉켜 환부는 계속해 커진다. 그것을 적절히 처치할 방법이 없는 사람들이 해..

문학노트 2023.06.21

김동균, 우유를 따르는 사람 (2020 동아일보 신춘문예 - 시)

2020 동아 신춘문예 시 당선작 : 김동균, 우유를 따르는 사람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00101/99035657/1 [신춘문예 2020/시 당선작]우유를 따르는 사람 더 많은 사람과 어딘가로 향한다… 거기에는 꽃도 새도 있다 ● 당선소감 시 지하철이었다. 거기서 이름을 들었다. 몇 가지 질문과 답변이 오가고 처음 듣는 목소리로부터 축하한… www.donga.com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을 일별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개성적인 목소리가 드물다는 것이었다. 동화적 상상력에 기대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놓았지만 매력적인 문장을 찾기 어려운 작품이 다수 있었다. 공들여 말들을 조직해 놓았지만 그 이음매만 불거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쉽..

문학노트 2023.06.21

장희원, 폐차 (2019 동아일보 신춘문예 - 소설)

2019 동아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장희원, 폐차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190101/93509038/1 [동아일보 신춘문예 2019/단편소설 당선작]폐차 창밖에는 승용차가 멈춰 서 있었다. 정호의 눈높이에 닿는 작은 창 너머로 보이는 차는 헤드라이트를 꺼둔 채 공터 한구석에 있었다. 차는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 컨테이너 하… www.donga.com 여전히 이른 아침, 당선작 '폐차'를 미리 읽어둔 후에 인사를 쓰기로 해 조금 늦어졌습니다. 두 형제가 왜 차에 치인 고라니를 끝까지 꺼내지 않았는가를 도무지 이해하긴 어렵지만 그들의 뇌리에 박힌 상실의 트라우마만큼은 가늠하기 힘든 공포였을 것임이 분명해 말은 아끼기로 합니다. (오..

문학노트 2023.06.20

최인호, 캉캉 (2019 동아일보 신춘문예 - 시)

2019 동아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최인호, 캉캉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190101/93509056/1 [동아일보 신춘문예 2019/시 당선작]캉캉 ●당선소감 - 최인호 시간에게 미안하지 않게 더 감각하겠습니다 끝까지 밀고 나가겠습니다, 착각뿐이라 해도 아침에 문 밖으로 나가서, 저녁에 문 안으로 돌아옵니다. 오늘은 어쨌든… www.donga.com 김혜순, 조강석 콤비는 2020년까지 동아일보 신춘문예 심사를 맡았고 김행숙 시인과 작고하기 전의 최정례 시인은 강남대 출신의 한 제자를 이 해의 등단자로 함께 탄생시켰습니다. (수상소감도 챙겨보는 까닭은 이런 계보를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기 때문) 경쾌한 리듬의 활달한 문장은 항상 좋은 평..

문학노트 2023.06.20

강석희, 우따 (2018 동아일보 신춘문예 - 소설)

2018 동아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강석희, 우따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180101/87972974/1 [동아일보 신춘문예 2018/단편소설 당선작]우따 우따는 우따였다. 제임스 T 우드(James Thompson wood)를 왜 우따라고 부르기 시작했는지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방과 후의 운동장에서 캐치볼을 하다가 문득, 저 … www.donga.com 아직은 꽤 이른 새벽입니다. 실은 어제 폐막된 소식에 마음에 좀 무겁던 주말이었습니다... 이제 또 가벼이 일어날 차례죠.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모처럼 제대로 들여다보는 시간예요. (한때는 가장 권위있는 신춘문예이기도 했는데, 요즘은 꼭 그렇진 않은 듯합니다. 가장 인기있는 중앙일보마..

문학노트 2023.06.19

변선우, 복도 (2018 동아일보 신춘문예 - 시)

2018 동아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변선우, 복도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180101/87972911/1 [동아일보 신춘문예 2018/시 당선작]복도 ● 당선소감 시 - 변선우 씨 잠들기 전 다시, 시를 쓰러 떠나겠습니다 나를 잡아먹는, 한없이 살아있는 밤 속으로 어둡고 축축한 시간을 지나오다 당선 소식을 들은 건, 서점… www.donga.com 유월의 새로운 한주입니다. 이번 한주는 동아일보 역대 당선작들을 살펴봅니다. 순서는 지난 2018년부터 먼저 거슬러 올라가보도록 할게요. (주말까진 작년 신춘문예로 닿겠어요.) "소재를 다층적 은유로 확장시킬 줄 아는 시적 사유"는 김혜순 시인과 조강석 교수가 심사평에서 밝힌 핵심적 기준으로, ..

문학노트 2023.06.19

2023 현대문학 신인추천작 당선작 (봉주연)

[주말특집] 2023 현대문학 신인추천작 당선작 : 봉주연, 주소력 외 5편 https://www.hdmh.co.kr/front/monthlyBook/monthlyDetail?idx=832 현대문학 - HYUNDAE MUNHAK 현대문학은 1955년 1월에 창간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반세기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월간 순수 문예지입니다. www.hdmh.co.kr 토요일입니다. 며칠전에 알려드렸던대로 올해 현대문학 신인추천작으로 봉주연 시인이 선정되었는데요,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해 시인 정끝별, 양안다 등과의 교류가 있었음을 당선소감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더 큰 주목을 받은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에서도 봉 시인은 본심 대상자 14명 중 한명으로 역시 포함돼 또 화제가 되기도 했죠. (저번에 말씀드렸..

문학노트 2023.06.17

지혜, 볼트 (2018 경향 신춘문예 - 소설)

2018 경향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지혜, 볼트 https://m.khan.co.kr/article/201712312051005 [2018 경향 신춘문예]소설부문 당선작 - 지혜 ‘볼트’ 공장은 산을 가로지르는 국도 근처에 있었다. 오래된 도로 끝에 터널 공사가 한창이었다. 우회하... m.khan.co.kr 좋은 아침입니다. 벌써 다섯 편의 소설을 올려놓는 셈입니다. (시워방에는 시 부문을 올렸는데, 소설방 역시 다음주부턴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되짚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오늘 저는 재택근무 예정이므로, 일과는 좀 일찍 시작하겠고 대신에 여유있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월의 두번째 주를 이렇게 마무리하며 주말을 맞는군요. 오늘도 즐겁고 알차게 잘들 보내시기 바랍니다.

문학노트 2023.06.16

박정은, 크레바스에서 (2018 경향 신춘문예 - 시)

2018 경향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박정은, 크레바스에서 https://m.khan.co.kr/article/201712312045015 [2018 경향 신춘문예]시부문 당선작 - 박정은 ‘크레바스에서’ 왁자지껄함이 사라졌다 아이는 다 컸고 태어나는 아이도 없다 어느 크레바스에 빠졌길래 이다지도... m.khan.co.kr 좋은 아침입니다. 일주일의 피로가 쌓여서인지 저도 조금 늦잠을 잤네요, 오늘로써 경향 신춘문예 과년도 당선작들을 되짚는 시간도 얼추 마무리합니다. (주말에 틈이 난다면 몇편을 더 올려놓겠고, 차주부턴 동아일보를 소개할게요.) 가장 최근에 발표된 각종 공모전 입상자들의 면면에선 뚜렷한 공통점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만, 시적 경향에선 눈에 띌 법한 특징들을 몇몇 갖는다고도 볼 수가 있겠죠..

문학노트 2023.06.16

류시은, 나나 (2019 경향 신춘문예 - 소설)

2019 경향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류시은, 나나 https://m.khan.co.kr/article/201812312107005 [2019 경향 신춘문예]소설부문 당선작 - 류시은 ‘나나’ 그 장면은 오래 생각하고 그린 마지막 컷 같았어. 난간에 앉은 나나의 뒷모습을 보는데 차마 ... m.khan.co.kr 좋은 아침입니다. 보름 가까이 동안 단편 하나를 완성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글쓰기네요.. 그러고 보니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도 아직 다 못읽었습니다. (직장인들의 일상은 늘 피폐합니다.) 오늘은 진도를 좀 팍팍 내봤으면 좋겠군요. 합평이라도 한번 받아봐야죠. ㅎㅎ 시절이 시절인만큼 어제는 시집 두권을 통째로 필사하였습니다. 황인찬의 시집 네권을 이로써 모조리 다 필사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그한테..

문학노트 2023.06.15

성다영, 너무 작은 숫자 (2019 경향 신춘문예 - 시)

2019 경향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성다영, 너무 작은 숫자 https://m.khan.co.kr/article/201812312103005 [2019 경향 신춘문예]시부문 당선작 - 성다영 ‘너무 작은 숫자’ 도로에 커다란 돌 하나가 있다 이 풍경은 낯설다 도로에 돌무더기가 있다 이 풍경은 이해된다 그... m.khan.co.kr 좋은 아침입니다. 어제는 하도 요란한 비가 오락가락해 마치 동남아의 아열대기후를 겪는 기분도 들더군요. 현 시대를 관통하는 두 키워드가 인공지능과 기후위기라면, 이 둘의 공통점은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것들이겠죠. (후쿠시마는 순전히 예외적 문제) 최근 약 5년 가량의 신춘문예를 되짚는 시리즈도 사실 제호보다는 심사자의 특징들을 더 닮아갈 문제라고도 보여져요. (미소한..

문학노트 2023.06.15

이유리, 빨간 열매 (2020 경향 신춘문예 - 소설)

좋은 아침입니다. 요즘 저는 드라마 를 계속 정주행하면서 지내는 편입니다. 벌써 14화까지 방송을 했는데 그 결말이 더더욱 궁금해지네요.. 개인적으로 이를 시대극처럼 먼 옛날 얘기로 쳐다보는 편인데, 음.. 적어도 IMF를 전후로 해 대한민국 사회가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자주 해오던 편이라서요. 낭만을 잃은 대신에 실리를 찾았고, 동지를 잃은 대신에 베프가 생겼고, 그리움을 잃는 자리엔 스마트폰이라는 물건이 등장했습니다. 어제 보내드렸던 소설도 채 못읽었는데, 또 한 편을 더 얹습니다. (경향은 차주초까지로 해 매듭을 짓고자 해서요.) 오늘도 즐거운 수요일 되시기 바랍니다. 2020 경향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이유리, 빨간 열매 https://m.khan.co.kr/article/2019123121..

문학노트 2023.06.14

박지일, 세잔과 용석 (2020 경향 신춘문예 - 시)

좋은 아침입니다. 벌써 삼년전의 일입니다. 우연히 어떤 분의 소개로 새롭게 읽었던 시는 불과 삼년전의 신춘문예 당선작임을 뒤늦게 기억해냅니다. 기억의 속도보다도 훨씬 더 빠른 이 망각의 속도로는 과연 어디까지를 잊어낼까도 문득 궁금합니다. 벌써 수요일예요.. 하늘이 잠깐 흐렸었는데 금세 밝아진 걸 보니 장미꽃을 준비할 날씨같진 않아 보여요. 오늘도 의미있는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2020 경향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박지일, 세잔과 용석 https://m.khan.co.kr/article/201912312055015 [2020 경향 신춘문예]시부문 당선작 - 박지일 ‘세잔과 용석’ 세잔의 몸은 기록 없는 전쟁사였다 나는 용석을 기록하며 그것을 알게 되었다 세잔과 용석은 호명하... m.khan.co.kr

문학노트 2023.06.14

양지예, 나에게 (2021 경향 신춘문예 - 소설)

오늘 아침에는 어제에 이은 과년도 경향 신춘문예 당선작 읽기입니다. 벌써 재작년이네요.. 즐거운 하루들 되시기 바랍니다. 2021 경향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양지예, 나에게 https://m.khan.co.kr/article/202012311940005 [2021 경향 신춘문예]소설부문 당선작 - 양지예 ‘나에게’ 아이들 과제를 채점하는데 유독 소린의 시험지가 눈에 띄었다. 이름, 풀이 과정, 답까지 모두 ... m.khan.co.kr

문학노트 2023.06.14

윤혜지, 노이즈 캔슬링 (2021 경향 신춘문예 - 시)

이른 아침입니다. 공교롭게도 그제는 “준비없는 등단이야말로 폭삭 망하는 거다, 지금의 낙선작이 어쩌면 등단 이후의 후속작이 곧 될 터이니 등단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열심히나 써라”는 문장을 발견했었는데, 어제의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발표를 듣고 있자 하니 또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기도 하네요. ㅎㅎㅎ 오늘 아침은 시창작을 잠깐 쉴까 해요, 회식도 있었고 분리수거도 해야 하고.. 대신에 경향 신춘문예의 역대 수상작들을 계속 살펴보는 시간만 좀 갖겠습니다. 좋은 아침시간 되세요~ 2021 경향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윤혜지, 노이즈 캔슬링 https://m.khan.co.kr/article/202012311950005 [2021 경향 신춘문예]시부문 당선작 - 윤혜지 ‘노이즈 캔슬링’ 우리는 한껏 미..

문학노트 2023.06.14

백가경, 하이퍼큐브에 관한 기록 (2022 경향 신춘문예 - 시)

2022 경향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백가경, 하이퍼큐브에 관한 기록 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112312037015#c2b [2022 경향 신춘문예]시부문 당선작 - 백가경 ‘하이퍼큐브에 관한 기록’ 1920년 변호사 세바스챤 힐튼은 어린이들에게 3차원 공간에 대한 기초적 이해를 돕고자 정글짐을... m.khan.co.kr

문학노트 2023.06.14

2023년 6월 12일, 월요일 (제67회 현대문학상)

보들레르, 발레리, 랭보의 시집들이 나온지도 벌써 백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우리나라 시단에도 이미 1900년대 초반부터 적잖은 시인들한테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유명한 이 일련의 '상징주의'는 고통스런 현실을 상징 속 구조로 자각해내는 (한편으론 지독히 난해하기만 한) 환상적 서술방식을 갖습니다만, 어째서인지 요즘 우리나라 현대시들의 풍토는 불과 십수년전 정도의 앞선 세대들과의 큰 단절을 갖는 대신에 오히려 한세기도 더 지난 그 경향들과는 훨씬 더 흡사해진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습니다. 21세기의 현실이 초기 자본주의의 그것보다도 더 잔인하고 끔찍하다는 것인지, 혹은 대체할만한 전망마저 아예 단념한 디스토피아에의 확신 탓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과연 시는 왜 쓰는가? 왜 쓰려고 하는가?... -..

문학노트 2023.06.12

2023년 5월 31일, 수요일 아침

오월의 마지막 날, 맨 마지막 시편은 또 다시 이제니 시인입니다. 창비 신인문학상을 마감으로 해 봄 한철의 격정도 꽃잎들처럼 무상히 잊혀질 법한 시절은 이제 신록에서 녹음으로 바뀐 섭씨 사십도의 여름을 예고하는 중입니다. (이윽고 또 한해의 신춘문예 시즌을 준비하려는 마음들도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한달 남짓한 시간이었으나 여러 차례로 많은 말씀들이 오갔던 모양입니다. 덕분에 감정을 느낄 수만 있게 된다면 퍽 다행으로도 여기고 있습니다. 유독 요즘의 시들이 앓아온 무감각증에 비하면 반가울 일일 테죠. GPT4의 시대에 가장 주변부 쟝르가 된 시단의 풍경을 논한다는 게 실은 꽤 맥락없는 서술이었고, 부질없는 짝사랑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주초부턴 회사에서도 정보보안을 이유로 챗GPT와 구글 바드 (더 쎈 ..

문학노트 2023.05.31

2023년 5월 29일, 월요일 아침

며칠째 계속된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더니 드문드문 햇살이 내비치는 아침입니다. 길고 긴 비의 끝엔 늘 일종의 ‘회복’ 같은 기제가 필요해 보입니다. 모처럼 오랜 벗들을 만나 생태탕을 먹었고, 다음주 초부터는 경주로 떠난다는 안부도 들었습니다. 또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는 일은 꽤나 큰 용기와 자신감을 가져야만 가능해질 일이기에 크게 응원하였고요. 때때금 스스로한테도 그 ‘또 다른 인생’을 되묻곤 하죠… 어떤 경우는 작가로, 또 어떨 때는 자영업으로 아니면 낙향도 아닌 어느 시골 정도를 생각하곤 했지만 번번이 용기와 자신감이 부족했으니까요. 연휴도 막바지입니다. 용기와 자신감은 그저 느낌과 감정이 아닌, 실물과 준비 즉 노력의 결과라는 걸 잘 압니다. 그 준비를 하여야 할 차례인 것 같습니다. 편안한 연..

문학노트 2023.05.29

2023년 5월 28일, 일요일 아침

이미지 파일에 시나 소설의 문구들을 붙여넣어 만드는 앱들이 요즘 유행인가 봅니다. 가만히 누워 시 몇편을 골라 폰트와 레이아웃, 효과 등을 지정해가면서 마치 시화전을 찍어내듯이 새로운 사진 한장을 만드는 데는 불과 몇분의 시간이면 족합니다. 쓸모가 많아졌습니다. 어제 쓴 습작을 마찬가지로 한번 해보는군요... (나머지들은 기성 작품임.)

문학노트 2023.05.28

2023년 5월 27일, 토요일 저녁

2023년 5월 27일, 토요일 저녁 하루종일 비가 내립니다. 마치 엊그제까지 폭염에 지친 대지를 한꺼번에 달래주기라도 할 것마냥 끊임없이 내리는 비도 어김없는 여름을 예고할 뿐입니다. ‘때 이른 장마’ 같기도 한 습작 한편을 겨우 써냈고, 하루종일 방안에서 새로 깔았던 앱을 켜 아주 오래된 상형문자들을 탁본하듯 갤러리의 몇점들을 이것저것 꾸며서 만들어냈습니다. 굳이 일부러 만든 말이었던 “1일 1편”의 구호를 아직까진 스스로 잘 지켜내고 있는 편입니다만… 친구네 집 근처에 있는 유명한 동태탕집을 함께 찾기로 진작에 약속을 해놓고선 벌써 이주일째 지키지도 못한 상태입니다. 비라도 그치기만 하면 내일이라도 서둘러 찾아갈 작정예요. 함께 시를 쓰던 그 친구는 어느덧 인테리어 회사 사장님이 됐습니다. 전 아직..

문학노트 2023.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