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674

김민식, '최초의 충돌' (2021 서울신문 신춘문예 - 시)

2021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김민식, 최초의 충돌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101032007 [신춘문예 시 당선작] 최초의 충돌/김민식나는 화면 너머의 테니스 경기를 본다테니스 라켓이 공을 치는 순간무수한 공중이 한꺼번에 태어난다 고래의 힘줄산양의 창자얇게 저며진 살점으로 직공은라켓을 짠다종선과 횡선이 지나간 사www.seoul.co.kr "‘최초의 충돌’ 외 두 편은 상상력의 스케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크고 빛나는 장면을 문장으로 포착해내는 솜씨가 탁월했다. 과거와 미래, 현실과 초현실, 미시적인 시각과 거시적인 시각을 넘나드는 화자의 폭넓은 관점, 예언을 떠오르게 하는 언술 방식에서 고요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관찰..

문학노트 2023.07.13

전미경, '균열 아카이브즈' (2020 서울신문 신춘문예 - 소설)

2020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전미경, 균열 아카이브즈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0102040001 [2020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균열 아카이브즈전미경, 목캔디가 담긴 플라스틱 상자 겉에는 다른 관객들을 위해 두 개 이상은 가지고 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공연장 로비 내의 누구도 그 경고문을 신경 쓰지 않았다. 마른www.seoul.co.kr "당선작은 ‘균열 아카이브즈’이다. 이 작품은 문장과 내레이션과 소재 모두 낯설어서, 초반에는 독특함인지 미숙함인지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카라얀의 마지막 연주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건이고 주인공은 그 연주장의 안내인이다. 문장은 문어체 번역투이고 결말 또한 고..

문학노트 2023.07.12

이원석, '그림자 숲과 검은 호수' (2020 서울신문 신춘문예 - 시)

2020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이원석, 그림자 숲과 검은 호수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0102043008 [2020 신춘문예 시 당선작] 그림자 숲과 검은호수이원석, 모든 것은 덤불 속에 감춰져 있지 거기까지 가는 길이 어둡고 어렵고 어리고 나뭇가지에 헝클어진 머리칼에는 마른 잎들이 견디기 힘든 날들이 따라붙었지 매달리고 매만지고 메말라 www.seoul.co.kr "당선작은 ‘접촉경계혼란’이라는 심리적 현상을 숲과 호수의 데칼코마니를 통해 역동적으로 전개하면서 “달리는 덤불” 하나를 눈앞에 보여 준다. 앞으로도 그가 현실과 꿈과 무의식을 유연하게 넘나들며 어떤 새로운 모험의 결과물들을 우리 앞에 부려 놓을지 기대를 갖게 된다."..

문학노트 2023.07.12

[문단소식] 문학동네 여름호 (2023)

여름, 점심 [문단소식] 문학동네 2023 여름호 : 대기만성 김상혁 나더러 그런 사람 아니라는 말 좋지 밤으 공동주택 단지 나와 닮은 이웃들 홀린 유리구슬들 같은 기적 없는 시대가 한 자루에 담긴 듯 얌전하게 시끄러운데 내 얼굴에 다른 사람 보인다는 말 나쁘지 않지 긴 복도의 센서 등 나를 놓치고 불을 밝혀주지 않을 때 이 짧은 순간 신scene처럼 마법처럼 그러므로 다시 시간은 멈추게 될까? 이쯤에서 내 인생은 한번 휘감겨 되돌아가는가? 누군가 현관문 열고 닫는다 도시는 빛을 피할 길이 없다 옷이 화려한 사람 힘이 센 사람은 만나기 불편하다 나더러 이런 곳에 있을 분 아니라는 말 세계가 누추해서 인간이 빛난다는 말 어쩔 수 없지 오늘 이만하면 됐다 싶지 대단한 결심을 세웠다는 듯 모든 문 앞에서 나는..

문학노트 2023.07.11

채기성, ‘앙상블’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 소설)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채기성, 앙상블 https://m.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101029004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앙상블/채기성사실 경희를 만나려고 만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먼저 경희를 봤다면 나는 아마도 버스에 타지 않았을 것이다. 나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J가 그녀의 어머니를 논현동 게장 집으로 퇴근 시간에m.seoul.co.kr “동시대의 전락 이미지를 중첩적으로 구성한 ‘바나나의 깨달음’에서 아웅이 구체적으로 살아 있는 인물로 그려졌더라면 우리 고민은 더 깊었겠다. 결국 불투명한 타자와 대면하면서 나와 너, 의식과 자기, 자유와 운명, 과거와 현재를 재인식할 수 있는 독특한 렌즈와 더불어 이야기 가..

문학노트 2023.07.11

류휘석, ‘랜덤 박스’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 시)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류휘석, 랜덤 박스 https://m.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101032001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랜덤박스/류휘석내겐 매일 허들을 넘다 실패하는 광대들이 살아요 불필요한 기념일이 빼곡한 달력, 숨 쉴 날이 없어요나 대신 종이에 누워 숨 쉬는 사람들밤이 되면 광대는 잠을 자고 나는 일어납니다 나는 허m.seoul.co.kr “당선작으로 뽑은 ‘랜덤 박스’ 외 2편은 다소 장황한 듯 하지만 시적 사유와 문제의식을 끝까지 밀고 간다는 점에서 믿음이 갔다. 우울한 판타지에 가까운 그의 시들은 특히 ‘허’나 ‘허기’, ‘죽음’ 등에 예민한 촉수를 대고 있다. “매일 허들을 넘다 실패하는 광대들”처럼 종이상자..

문학노트 2023.07.11

김민수, ‘플랫폼’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 소설)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김민수, 플랫폼 https://m.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0101029001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플랫폼 (김민수)사비는 순서를 기다린다. 복도의 고요함은 일부러 꾸며진 듯하다. 문이 닫히는 소리. 누군가 사비를 지나쳐 간다. 전에 본 적 없는 얼굴이지만, 그를 향한 적의가 있다. 사비는 눈을 감고 생각에 m.seoul.co.kr “‘플랫폼’은 기계 인간에 의한 인간 밀반출 사건을 다룬 도전적인 작품이다. 수준급의 문장력이 돋보였고, 동시대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현재의 구체적 후신(後身)인 미래의 정황을 상상하는 수준이 어지간했다. 다양한 서사 요소들을 절묘하게 엮어 내면서 고도로 가공된 인공적..

문학노트 2023.07.10

박은지, ‘정말 먼 곳’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 시)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박은지, 정말 먼 곳 https://m.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0101032001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정말 먼 곳(박은지)멀다를 비싸다로 이해하곤 했다우리의 능력이 허락하는 만큼 최대한먼 곳으로 떠나기도 했지만정말 먼 곳은 상상도 어려웠다 그 절벽은 매일 허물어지고 있어서언제 사라질지 몰라 빨리 가봐m.seoul.co.kr “2000년대 이후 서정시의 갱신은 탈주체의 문제나 문법적 해체와 맞물려 진행되어 왔다. 본심에 올라온 열다섯 명의 작품들에서도 그런 변화가 확연히 느껴졌다. 주체가 불분명한 진술들과 지나치게 비틀어서 소통 불가능할 정도의 문장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러한 단절과 비..

문학노트 2023.07.10

방민호, '홀딩 증후군' (문단소식 : 칼럼)

[문단소식] ‘홀딩증후군’? 아마도 대부분의 문학계 종사자들이 겪어야만 할 홍역 중 하나인데요… 사실 ‘전자책’의 분위기를 환영할만한 큰 이유 중 하나였기도 해요. 방민호 교수의 사사로운 글 한편입니다. (저도 보유한 책들보다 이미 버린 책들이 몇곱절 더 많기에 마치 ‘동병상련’과도 같을 심경으로 읽게 되네요.) 편안한 일요일 되시기 바랍니다. http://www.munhak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2888 홀딩 증후군 - 문학뉴스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책을 접하고 구한 지 꽤 오래 되었다. 대학원에 들어가 책을 본격적으로 사기 시작했으니 장구한 세월이라면 세월이라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전공 공부에 필요한 책이라면www.munhaknews.com

문학노트 2023.07.09

박정대, '그때까지 사랑이여, 내가 불멸이 아니어서 미안하다' (창작연구 : '낭만'이란 무엇인가?)

[창작연구] '낭만'이란 무엇인가? (박정대) : 그때까지 사랑이여, 내가 불멸이 아니어서 미안하다 그날 불멸이 나를 찾아왔다 나는 낡은 태양의 오후를 지나, 또 무수한 상점들을 지나 거기에 갔으므로 너무나 지쳐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등 뒤로는 음악 같은 나뭇잎들이 뚝뚝 떨어지고, 서러운 풍경의 저녁이 짐승처럼 다가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주머니 속에서 성냥을 꺼내어 한 점의 불꽃을 피워 올렸다, 영원은 그렇게 본질적인 불꽃 속에 숨어 있다가 어느 한 순간 타오르기도 한다 그날 불멸이 나를 찾아왔다, 아니 그날 내가 불멸을 찾아 나섰는지도 모른다, 뿌연 공기들을 헤치며 이 지상에는 없는 시간을 찾아 나는 나섰다 내가 한 마리의 식물처럼 고요했던 시간, 내가 한 그루의 짐승처럼 그렇게 타올랐던 시간, ..

문학노트 2023.07.08

양수빈, 낮에 접는 별 (2023 문화일보 신춘문예 - 소설)

2023 문화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양수빈, 낮에 접는 별 https://m.munhwa.com/mnews/view.html?no=2023010201032833000001 낮에 접는 별 - 양수빈■ 단편소설홍주가 가야 할 강의실은 3층 301호실이었다. 엘리베이터는 5층에 멈춰 서 있었다. 버튼을 누르고 한참을 기다렸으나 엘리베이터는 내려오지 않았다. 버튼을 두세 번 더 누르고 나서m.munhwa.com “작품마다 이야기와 주제의식이 상이했지만 중심인물이 어려운 세계 속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나가는 소설이 많았다. 인물은 일할 곳을 알아보고, 열정을 쏟을 의미와 대상을 고민했으며, 머물 방과 집을 찾았다. (중략) 소설은 이야기의 줄거리를 정리한 문장들의 모음이 아니다. 소설 속엔 작가의 마음과..

문학노트 2023.07.08

김혜린, 백자가 되어가는 풍경 (2023 문화일보 신춘문예 - 시)

2023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김혜린, 백자가 되어가는 풍경 https://m.munhwa.com/mnews/view.html?no=2023010201032712000001 백자가 되어가는 풍경 - 김혜린■ 시물레 위에서 점토를 돌린다 선생님은 마음의 형태대로 도자기가 성형된다고 말했다 점토가 돌아가는 물레가 있고 물레는 원을 그린다 물레가 빚어내는 바람이 원의 형태로 부드럽게 손을 m.munhwa.com "시 부문에 응모한 작품들을 세밀하게 읽었다. 작년에 비해 응모 편수는 조금 줄었지만, 응모작들의 수준은 높다는 데에 심사위원들은 의견을 같이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들이 많아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응모작들은 개인적 서사를 시로 풀어낸 작품들의 비중이 컸는데, 이 작품들을 통해 삶의..

문학노트 2023.07.08

유영은,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시간 (2022 문화일보 신춘문예 - 소설)

202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유영은,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시간 https://m.munhwa.com/mnews/view.html?no=2022010301032812000001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시간 - 유영은■ 단편소설주말에 디즈니랜드의 퍼레이드에서 조안의 영혼을 본 것 같다고 말했더니, 엄마가 너는 거기까지 가서 술을 얼마나 퍼마신 거냐고 물었다. 미키 귀가 달린 귀여운 컵에 생맥주를 팔m.munhwa.com "올해의 당선작은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디즈니랜드 놀이공원에서 얼핏 본 ‘조안’을 찾기 위해 외삼촌과 함께 다시 그곳을 찾은 나의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은, ‘시간의 흐름이 뒤틀리거나 어느 한구석이 잔뜩 구겨진 것만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과정을 통해 가족의 ..

문학노트 2023.07.07

김보나, 상자 놀이 (2022 문화일보 신춘문예 - 시)

2022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김보나, 상자 놀이 https://m.munhwa.com/mnews/view.html?no=2022010301032712000003 상자 놀이 - 김보나■ 시내 방엔 뜯지 않은 택배가여러 개 있다심심해지면상자를 하나씩 열어 본다오래 기다린 상자는갑자기 쏟아지는 풍경에 깜짝 놀라거나눈을 떴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그건 착각이야세계는m.munhwa.com "상자의 닫혀 있음과 열림, 그를 통해 드러나는 어둠과 빛이 팬데믹 시대의 도시적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속내를 주거 공간에 집약해낸다. 무엇보다 당선작과 함께 보내온 응모작들의 수준이 고른 점도 안심케 하는 대목이다." (심사평 중에, 나희덕/박형준/문태준) 금요일 아침입니다. 벌써 작년도 신춘문예까지 둘러본 것 같..

문학노트 2023.07.07

[문단소식] 문학사상 7월호 (2023)

역시 점심시간, 서울에서 온 달마 김해자 밥 잘 먹고 책상 앞에 꼿꼿이 앉아 있는 딸아이 시선이 먼 데 가 있다 아직도 근무 중인가 독서대에 세워진 책을 투과하여 벽을 째려보는 것 같다 텅 비었다 서울에서 온 달마 표정이 맹물 같다 열린 문 사이로 가만히 들여다봐도 달마는 미동도 없다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가 물을 개의치 않듯이 공중을 날아다니는 새들이 허공을 문제 삼지 않듯이 한국사와 동아시아사와 세계사를 편집하고 교정하고, 답을 알고서 문제를 내는 선생과 교수들과 상사와 상사의 상사에 둘러싸여, 이미 나왔던 문제와 아직 안 나온 문제, 적당히 풀지 못할 역사의 문제와, 문제의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던 달마는 시방 면벽面壁 수행 중, 무한대를 닮은 8년 8개월, 문제를 내는 책만 만들다 어느 날 갑..

문학노트 2023.07.06

[문단소식] 현대문학 7월호 (2023)

점심시간, 비밀 강우근 창을 뚫고 새가 들어왔다. 새가 밝은 빛처럼 날아들 때 나는 놀라는 표정을 숨길 수 없다. 빛에 의해 얼굴은 훼손되어가고 새로운 얼굴을 상상하며 이불을 뒤집어써도 소용없는 아침은 오지. 네가 나를 본다고 생각할 때 나는 오래된 장면 하나를 가졌다는 걸 알지. 왜가리, 제비, 참새, 벌새, 공작, 딱따구리...... 우리가 함께 본 새들은 많아서 전부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일까 강가에서, 거리에서, 수영장에서, 공원에서, 놀이동산에서, 영화관에서...... 창을 뚫고 나를 쳐다본 새가 이번 한 번이 아니었어. 그때 내가 있는 모든 장소가 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 낯선 상황에서 익숙한 목소리로 걸려오는 전화처럼 지금의 나를 머뭇거리게 만드는 새를 간호해서 돌려보낸다면, ..

문학노트 2023.07.06

김화진, 나주에 대하여 (2021 문화일보 신춘문예 - 소설)

2021 문화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김화진, 나주에 대하여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10401032712000001 나주에 대하여 - 김화진■ 소설나는 너를 안다. 사실은 네가 이 회사에 지원한 두 달 전보다 훨씬 전부터. 네가 입사하기 전부터 입사할 때까지 빠짐없이 너를 알고 있다. 그러니까 네가 SNS를 그만두지 않는 한 나는 너www.munhwa.com “올해의 당선작은 ‘나주에 대하여’이다. 죽은 애인의 전 여자 친구인 ‘예나주’와 같은 회사에 근무하게 된 ‘김단’의 이야기. 이 예외적인 상황을 예외적이지 않게 만든 것은 이 작가의 문장 덕분일 것이다. 한 사람을 세밀하게 묘사해내고 그에 따른 정서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따라간 문장들..

문학노트 2023.07.06

남수우,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 이 거울이 마음에 든다 (2021 문화일보 신춘문예 - 시)

2021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남수우,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 이 거울이 마음에 든다 https://m.munhwa.com/mnews/view.html?no=2021010401032624000001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 이 거울이 마음에 든다 - 남수우한 사람에게 가장 먼 곳은자신의 뒷모습이었네그는 그 먼 곳을 안으러 간다고 했다절뚝이며 그가 사라진 거울 속에서 내가 방을 돌보는 동안거실의 소란이 문틈을 흔든다본드로 붙여둔 유리잔 m.munhwa.com "올해부터는 예심과 본심을 통합하게 돼 심사하는 데 오래 걸리긴 했지만, 전체적인 수준이나 경향을 파악하면서 좋은 작품을 선별해갈 수 있었다. 725명의 투고작 3625편을 읽는다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시절을 ..

문학노트 2023.07.06

황인찬,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시답지 않은 시로 등극한 '아이돌'의 현주소)

[베껴쓰고 다시읽기] 시답지 않은 시로 등극한 '아이돌'의 현주소 (황인찬) :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눈을 뜨자 사람으로 가득한 강당이었고 사람들이 내 앞에 모여 있었다 녹음기를 들고 지금 심경이 어떠시냐고 묻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꾸 말을 하라고 하고 그러나 나에게는 할말이 없어요 심경도 없어요 하늘 아래 흔들리고 물을 마시며 자라나는 토끼풀 같은 삶을 살아온걸요 눈을 다시 뜨니 바람 부는 절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 뛰어내리셔야 합니다 지금요 더 늦을 순 없어요 자칫하면 모두가 위험해져요 무서워서 가만히 서 있는데 누가 나를 밀었고 눈을 뜨면 익숙한 천장, 눈을 뜨면 혼자 가는 먼 집, 눈을 뜨면 영원히 반복되는 꿈속에 갇힌 사람의 꿈을 꾸고 있었고 그러나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군..

문학노트 2023.07.05

서윤후,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문학동네, 2021)

괴도 저 고개 숙인 자의 표정을 알고 싶다 코를 땅에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어떤 찡그림을 발명했는지 그 찡그림을 펼치지 위해서 누군가는 반드시 떠나야 한다 마른 헝겊으로 안경을 닦을 때 초조하게 뒤돌아볼 때 앞은 잠시 앗아갈 것이 많아지는 세계 새장은 모란앵무를 찾으러 떠났다* 흔들의자가 돌아오지 않았던 것처럼 그림자만 남겨지는 실내악 예열된 오븐 밑을 기어가는 벌레를 볼 때 밤새 얼마나 번성하게 될 것인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로 시작하거나 이젠 얼마 없는 이야기 고개를 들면 모자라게 된다 뜨개질처럼 멀고 먼 생활의 과로사를 시작하게 된다 어딘가 다친 모과들을 닮아 향기를 먼저 내밀게 된다 그렇게 시작하는 것을 그만둘 수 없게 된다 고개 숙인 자가 거느리는 밤 속에서 감긴 눈을 일으킬 슬픔이 필요하므로..

문학앨범/필사 2023.07.05

김경주, 간절기 ("시는 허구다"는 말, 현대의 서정)

[베껴쓰고 다시읽기] "시는 허구다"는 말, 현대의 서정 (김경주) : 간절기(間節期) 엄마는 아직도 남의 집에 가면 몰래 그 집 냉장고 안을 훔쳐본다 그런 날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이유 없이 화를 내던 엄마의 일기를, 고향에 가면 아직도 훔쳐보고 있다 궁금해지면 조금 더 사적이게 된다 애정도 없이 내 입술이 네 입술을 떠난다 너는 카페만 가면 몰래 스푼을 훔친다 우아한 도벽은 엄마의 철자법처럼, 걸인의 차양모자처럼 생기가 있다 세상의 기사(記事)들은 모두 여행기다 내일이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특종들, 사건 뒤에 잊힌 사람들의 이름을 외우고 다닌 적이 있다 나는 네 가계(家系)에 속해 있다 매일 사라질 가계를 다루고 떠나는 나의 행간은 활기차다 매일 똥을 오래 눈다 이것은 나의 기상에 해당한다 내 가..

문학노트 2023.07.05

이덕원, 축복 (2020 문화일보 신춘문예 - 소설)

2020 문화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이덕원, 축복 https://m.munhwa.com/mnews/view.html?no=2020010201033412000001 축복 - 이덕원■ 단편소설 당선작 - 이덕원용수 씨와는 이태 전 삼촌네 가게에서 함께 일한 사이였다. 3월 초부터 6월 말까지였으니까 넉 달에 조금 못 미치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이었다. 돌이켜보면 m.munhwa.com "어떤 소설은 독자에게 축복과 같다. 타인에 대한 시선과 연민을 놓치지 않고 또한 그것으로서 독자 자신의 하루를, 미래를 돌아보게 한다면 말이다. ‘축복’은 ‘달용이’라고 불리는 중국집 배달원들, 그 중에 사회성은 부족하지만 일에 관해서라면 베테랑 격인 배용수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다. 튼튼한 직장과 탄생을 앞..

문학노트 2023.07.05

차유오, 침투 (2020 문화일보 신춘문예 - 시)

2020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차유오, 침투 https://m.munhwa.com/mnews/view.html?no=2020010201033312000001 침투 - 차유오■ 시 당선작 - 차유오물속에 잠겨 있을 때는 숨만 생각한다커다란 바위가 된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손바닥으로 물이 들어온다 나는 서서히 빠져나가는 물의 모양을 떠올리고볼 수 없는 m.munhwa.com “본심에 오른 18명의 응모작은 고르고 안정된 수준을 보여주었으나 눈에 띄는 한 편은 잘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 ‘자백’은 높은 완성도와 주제에 대한 집중력이, ‘침투’는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신인다운 신선함이 눈길을 끌었다. 숙고를 거듭한 끝에 ‘침투’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심사평 중에, 문정희/김기..

문학노트 2023.07.05

유진목, 작가의 탄생 (창작연구 : 시 안에 chapter를 두는 방식)

[창작연구] 시 안에 chapter를 두는 방식 : 연마다의 인위적 분절, 약한 연결고리의 상쇄, 많은 분량의 적절한 호흡조절, 상이한 내부구조 간 통일된 룰의 설정 등 다양한 목적에서 비롯되는 편입니다. (굳이 번호를 매기지 않아도 될만한 다른 장치들도 많은데, 아무튼 이 방식의 시쓰기가 지난 시대의 신춘문예 당선작들에서도 매우 흔히 접해온 방식인만큼 때로는 “각잡고” 써야 하는 경우에 헝클어진 머릿속을 정돈할 때에도 요긴한 경우들이 많겠죠.) - 어제 필사를 했던 유진목 시인의 경우입니다. ; 작가의 탄생 1. 나의 총은 1980년에 마지막으로 발사되었다. 총알은 배 한가운데 정확히 왼편의 삼 분의 일 지점을 뚫고 나갔다. 그 일로 나는 집을 치우느라 애를 먹었다. 뭉근해진 내장이 배를 타고 흘러내렸..

문학노트 2023.07.04

조온윤, 마지막 할머니와 아무르 강가에서 (2019 문화일보 신춘문예 - 시)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조온윤, 마지막 할머니와 아무르 강가에서 https://m.munhwa.com/mnews/view.html?no=2019010201034112000001 마지막 할머니와 아무르 강가에서 ■ 시 당선작 - 조온윤할머니가 있어아직 사라지지 않은가판대 위 물고기의 눈알처럼죽어가면서도 시선을 잃지 않아서그 아득한 세월의 흔들의자에 앉아 여전히이승의 장경을 관망하고 있는아 m.munhwa.com “이 시는 지상의 수많은 삶과 죽음을 자신의 몸으로 겪어낸 것 같은 할머니가 자신의 마지막을 풍경화처럼 바라보는 시선과 개개의 삶을 넘어 생태계에 각인된 기억에 따라 움직이는 호랑이의 시선을 교차시키고 있다. 서로 얽히면서 소멸되어가는 두 시선은 자연의 냉혹한 질서와 죽음의 공포..

문학노트 2023.07.04

오선호, 버드워칭 (2019 문화일보 신춘문예 - 소설)

2019 문화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오선호, 버드워칭 https://m.munhwa.com/mnews/view.html?no=2019010201034212000001 버드워칭 ■ 단편소설 당선작 - 오선호매니저가 테이블 위 담뱃갑을 집어 들자 쌍둥이 형제도 각자의 주머니를 뒤진다. 호프집 천장 높이 매달린 50인치 텔레비전에서 야구중계가 나오고 있다. 7회말 동점 m.munhwa.com “본심에서 주목했던 작품들은 주로 청년실업을 다룬 작품이었다. 실은 그런 소재가 압도적일 만큼 많았다. 딱히 실업은 아니더라도 작품 속의 인물들은 아르바이트, 인턴, 기타 한시적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어쩌다 취업한 직장도 불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중략) 가진 자의 오만과 못 가진 자의 불만이 정작은 동일한 욕망의..

문학노트 202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