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 6

밤, 비

밤, 비      밤새 비는 제 방 창문 앞 서성거리며 창을 어루만집니다    비들이 보듬고 어루만진 제 창의 상처들은 이내 씻기고   치유된 흔적처럼 멀겋고 뿌연 안개들이 번져갑니다     그리운 걸까를 몰라 밤새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가끔씩 마음이 뭉근해져 옴을 느낍니다 잠을 설칩니다    밤새 비는 제 방 창문 앞 서성이며 제 마음을 두드립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들은 너도 나도 모를 일이라서     두드린 이와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 이 모두 함께    밤잠을 설치곤 하는 일일 뿐입니다     어제의 나도 그제의 너도    한 해 전의 나도 십 년 전의 너도

글/습작 15:17:07

인정, '빛의 재해석' (전지적 작가 시점, 2024)

빛의 재해석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씩 내몰면서 깊고 넓은 내 감정의 바다를   위로해 주는 네가 내게 오는 모든 것들의 축복이라는 것을 아는가.   어둠이 없으면 별의 반짝임도 없는데,   너는 내게 그러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가.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서 나를 보며    서 있는 네 그 유일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너는 아는가.    * 인정, 전지적 작가 시점 (2024)      -    :: 메모 ::    아름다운 글입니다.    빛나는 문장에 잠시 눈길이 멈추었습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비 오는 날 새벽, 불쑥 찾아든 전화 한 통

비 오는 날 새벽, 불쑥 찾아든 전화 한 통       사랑해요    (미쳤나 보다)      불쑥 생각나서 전화흘 한대도      그런 말 할 줄 누가 알았겠니       왜 그런대...        (정말 이해를 못하겠구나    아니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착각도 유분수지)     이런 말들을 곱씹다 결국    한 마디,     알았어...      (알았으면 그만이지     뭐가 더 필요한데)      속 편히 살기로 했다     (가끔 사랑은 연민은    고단하기조차 하다      그 절실함이    그 서글픔이)                       #

글/습작 2024.07.02

칠월의 아침

칠월의 아침    장마전선이 북상을 한 종로는 아직 무사한가 봅니다    주말 내내 안녕치 못한 제 안부도 함께 무사할 것 같습니다    며칠전에 사건이 된 사랑을 놓고 더는 그러지 말라며 달래주던    가벼운 마음들이 하늘에 두둥실 떠 있습니다    어떤 마음은 크게 하얗고 몽글몽글해    바로 옆에 핀 적운의 진회색 그림자를 더 어둡게만 비추고    뭉근한 검은 그림의 무게가 비를 내리게 만드는지도 몰라서       일주일 내내 비와 함께 운다면    소용없는 일들도 소용이 생길까도 잘 모르겠어서      그렇게 울고도 싶어지는 장마,    장마를 기다려온 여름이 함께 흐르고 있었습니다

글/습작 2024.07.01

박참새, '건축' ("정신머리", 민음 2023)

건축 "파이드로스, 글에는 그림처럼 불가사의한 힘이 있다네. 그림으로 그려 놓은 것들은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보이지. 하지만 자네가 어떠한 질문을 해도 그들은 무겁게 침묵만 지킨다네. 글도 마찬가지야. 자네는 글이 지성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생각할지 모르나, 자네가 그 내용을 알고 싶어 물어보면, 글은 매번 하나의 메시지를 반복해서 들려줄 뿐이지." - 플라톤, '파이드로스' 너는 생각한다. 너는 집을 짓고 싶다. 너는 집을 짓는다는 일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너는 아주 기본적인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곧 결여된 것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너에게는 자본이 없다. 너에게는 땅이 없다. 너에게는 실리적인 재료도..

문학앨범/필사 2024.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