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달이 마당 밖 잣나무숲을 지날 즈음
흰 돌멩이 하나 들어다가 툇마루 위에 올려두면
어느새 노래가 되어 꽃밭 속으로 어른어른 밀려나갔다
그믐밤이 되어서는
캄캄한 꽃밭 속에서 반딧불이 두엇씩 살아 나왔다
무슨 일일까 생각하닥
그만두었다
흰 돌멩이 하나 들어다가 갓 풀린 개울물에 넣어둔다
귀도 하나는 그 곁에 벗어둔다
* 장석남,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문학동네, 2017)
-
:: 메모 ::
생일선물이었다
행갈이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그냥 인터넷에서 긁어온 시편 하나
그래도 내겐 아주 소중한 선물이었지...
그걸로도 족했다 더 바란 것도 없었다
이제 그 일도 그저 하나의 추억이 되었을 뿐이다
사랑도 그저 죽음으로써만 스스로를 입증할 뿐,
침묵만이 남는다 그저 침묵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