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7

Simon & Garfunkel - Bridge Over Troubled Water

:: 오늘의 신청곡 :: Simon & Garfunkel - Bridge Over Troubled Water 1970년에 빌보드 정상에 오른 이 노래를 무려 40년 넘게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좋아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문득 그 질문을 한 번 던져보는 밤입니다. 전주만 들어도 가슴이 시리고 먹먹하던 이 노래, TV에서의 마지막 대선토론에서 한 노년의 입이 언급한 가사처럼 누군가한테만큼은 진정 '다리'가 되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들었습니다... 헌신이 사라진 시대, 오로지 이기와 이해만이 가치의 기준이 된 시대엔 더더욱 어울리지 않을 법한 노랫말처럼 때때금 그 시절 그 사람들을 못내 그리워하는 건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말해보는 청곡 하나) Bridge Over Troubl..

음악노트 2024.08.31

Simon & Garfunkel - Scarborough Fair

:: 오늘의 신청곡 :: Simon & Garfunkel - Scarborough Fair 1995년이었나요? LG전자에서 큰 맘을 먹고 두번째로 출시한 MP3 전용 플레이어인 "아하"의 첫 TV 광고에 실린 이 노래는 빌보드 1위곡인 에 가려 사실 덜 주목받은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많은 추억이 함께 한 명곡이었죠.. 팝송을 처음 듣기 시작할 무렵의 어느해 8월, 황인용 앵커가 진행하던 KBS의 한 프로그램에서 처음 듣던 아르페지오 기타연주의 첫인상은 청소년기의 감수성울 무던히도 자극했었나 봅니다. (아직도 그 시절의 선율을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요.) 그해의 8월처럼 올해의 8월의 저무는 저녁, 모처럼 오래된 팝송을 한 곡 꺼낼게요.. 시원하고 즐거운 저녁시간들 되시기 바랍니다. # Scarboroug..

음악노트 2024.08.30

글쎄

글쎄 조금 덜 악마화된 사회를 꿈꾸어도 악마 같은 세상이 도통 잦을 줄 몰라 부스러기로 쓰러진 생을 간수하느라 내 청춘에도 이미 녹이 슬어서 누군가는 카톡창의 오해를 빌미로 또 누구는 절망스런 인면수심 앞에 가파른 일상을 애쓰면서 감수하고... 분노할 열정이 사그라듬도 깨닫고... 늙기도 서러운데 청춘은 웬말이니... 그저 쓸쓸하기만 한 남루한 초상 앞 굴욕과 함께 지불한 양심의 무게로 저마다의 생을 굳이 앓아온 것 어느 자리에서 풀꽃이 일지 않으며 이 외로움을 견디기 위한 방식이며 조금이라도 더 버티기 위한 필살기 그 자리와 앉는 태도를 배우며 글쎄 무엇을 얻고자 무얼 잃고 있는지를 무엇을 그리워하며 기다려왔는지를 내내 까먹으며 지내온 건지도 몰라 자리를 옮기며 태도를 고치는 중 녹이 슨 청춘의 날개는..

글/습작 2024.08.26

지나가는 사람

지나가는 사람 마주 한 적 없는 오래된 골목 누군가를 기다렸었지 때론 너였다가 너로 인하였다가 나였다가 그게 비로소 나였음을 뒤늦게 알아채곤 했는데 맡아본 적 없던 배역 뒤숭숭하기만 한 대본 부족한 시간들 틈에서 때론 모멸감도 느꼈지 엑스트라의 모진 운명이거늘 받아들일 줄도 모른 나는 울고 또 한 번 더 울기만 했었는데 뜻하지도 않던 한 통 편지에 이토록 뛰는 심장이 있을까 설렘이었을까 두려움일까 온통 낯선 대사들 뿐인 장면 기어코 한마디 내뱉는 말 잘 지내세요, 행복하세요 두서도 없는 덕담을 내놓고 온통 바쁘기만 했던 발걸음 비로소 잦아들던 가슴 어떤 사람 #

글/습작 2024.08.22

절골계곡에서

절골계곡에서     - 망각에 관하여          보세요,      발가락에 잡힌 물집을 계곡에 담그면 이내 쓰리고 얇은 살갗에 느껴지는 세찬 물살을 기억할 적 많았습니다 세상살이를 겪다 생긴 상처는 그만한 무게의 슬픔과 그만한 속도의 망각을 동시에 경험하는 모양입니다     투명한 석영의 빛이 햇빛에 산란될 만큼 더디게 진행하는 오후는 제 아무리 애를 써도 지우기 힘든 무늬를 갖습니다 무늬의 모양에 따라 그것들이 체제와 희망과 이별과 그리움을 차곡히 챙기는 시간인가도 모르겠습니다     마른장마 탓에 빛을 잃고 먼지가 희뿌연 돌들 틈에선 이따금 휘파람 소리가 들릴 적 있는데요 누군가의 노래를 듣다 보면 저마다 꿈꾸게 되는 사연들이 하나둘 등장하게 되고 함께 춤추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보..

글/습작 2024.08.19

이제는 다만,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

이제는 다만,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 어느 잔칫집 어느 상갓집에도 찾아다니며 피어나고 떨어지는 것들의 낮은 신음 소리에 맞추어 녹은 것 구부러진 것 얼어붙은 것 갈라터진 것 나가떨어진 것들 옆에서 한 번, 한 번만 보고 싶음과 만지고 싶음과 살 부비고 싶음에 관하여 한 번, 한 번만 부여안고 휘이 돌고 싶음에 관하여 이제는 다만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 - 이성복,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문지, 1980) 사랑은 누군가를 아끼고 보듬고 보호한다는 일 보채지도 않고 원하지도 바라지도 않고 그저 상처를 주지 않고 지켜본다는 일 그저 살아 있음에 기뻐할 줄 알면서도 모두한테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만한 일 한 떨기 능소화 꽃이 지는 풍경을 보면서 그 고혹함에 속절없이 안타까워 하는 일..

글/습작 2024.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