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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생일'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문학동네 2017)

생일 달이 마당 밖 잣나무숲을 지날 즈음 흰 돌멩이 하나 들어다가 툇마루 위에 올려두면 어느새 노래가 되어 꽃밭 속으로 어른어른 밀려나갔다 그믐밤이 되어서는 캄캄한 꽃밭 속에서 반딧불이 두엇씩 살아 나왔다 무슨 일일까 생각하닥 그만두었다 흰 돌멩이 하나 들어다가 갓 풀린 개울물에 넣어둔다 귀도 하나는 그 곁에 벗어둔다 * 장석남,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문학동네, 2017) - :: 메모 :: 생일선물이었다 행갈이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그냥 인터넷에서 긁어온 시편 하나 그래도 내겐 아주 소중한 선물이었지... 그걸로도 족했다 더 바란 것도 없었다 이제 그 일도 그저 하나의 추억이 되었을 뿐이다 사랑도 그저 죽음으로써만 스스로를 입증할 뿐, 침묵만이 남는다 그저 침묵 뿐... -

문학앨범/필사 2024.07.22

그리운 그 사람, 김민기

그리운 그 사람, 김민기     - 김민기 선생님을 추모하며       오전에 부음을 접했습니다           황망한 마음을 애써 닫아야 할 일과 도중에 마음이 계속 아리더니 결국 식당에서 눈물을 쏟고야 말았습니다    콩나물국이 나왔는데요 그만 국 위로 가슴에서 쏟은 눈물 탓에 국이 너무 짜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식판을 반납했고 선생님께 편지 한 통을 마저 써야겠어서 이렇게 펜을 들었어요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에서 해마다 국민들이 사랑하는 대중가요 100곡을 선정하는 계절이 있었습니다    어느 해의 늦가을에 울려 퍼지던 양희은의 '아침이슬'이 이 나라 민주화의 결실이었다면 아무런 설명도 예고도 소개도 없이 맨 마지막에 다시 그 노래를 부르던 한 낮은 독백조의 음성을 가진 사내..

글/습작 2024.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