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습작

칠월

단테, 연초록, 정독... 그리고, '종로학파' 2024. 7. 25. 05:26

   
   
   
   칠월* 
 
 
 
   무참한 심경으로 문을 나섰습니다 
   간밤의 어여쁜 화가는 돌아올 기미가 없고  
   노래를 부르던 이는 세상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김민기라는 이름을 가진 아침이슬이었습니다  
 
   까닭 모를 눈물이 마구 쏟아졌습니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방울들이 흐르고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만 밤새 들었습니다  
 
   떠나는 날 소식을 신문으로 접한 채  
   미처 못다 한 말들을 적어 편지를 부쳤습니다 
   장마는 절실함인 줄 알았지만 처절함이 될 줄    
   미처 몰랐습니다 
  
   무참한 심경으로 다시 들어온 방 안 
   고즈넉한 풍경 몇 장의 사진을 놓고   
   비로소 다시 시 앞에 서 있습니다 
 
   벽과 문 사이
   희미한 빛 한 줄기
   틈새의 먼지들
   투명해진 상처로 흐르는 노래들
 
   칠월의 노래입니다 
 
 
 
   * 허연, 칠월 (밤에 생긴 상처,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