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우리가 안고 있으면 낙서를 채색하는 것 가다 무릎 상처에 시퍼렇게 그늘이 자란다
캄캄한 욕실에서 더운물을 얹으면 붉은 꽃잎들이 흩어진다 등허리에 성호를 그으며 이것이 나의 해안이 될 거라 확신한다 그곳에서 너와 마주친다면 세상을 사랑해볼 수도 있겠다 싶다
무덥도록 조용한 실내에 머무르면 죽은 이후가 기억나서
수의를 벗듯이 잔기침을 식힌다
모기를 쫓거나 흐트러진 베개를 고쳐주던 휴일이 침대맡으로 쌓여드는데
숨소리로 구분할 줄 알면서도 자는지 속삭여보는 습관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만 든다
너를 지옥에서 온 안부라고 믿었던 적이 있다
물을 마시려다 냉장고 문을 연 채
가만히 서 있다
* 최백규,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창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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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 ::
다분히 '낭만적'이다... 어쩌면 그만한 '신파'일 수도 있겠다
'낭만적'이라는 말이 전적으로 능사인 것만은 아닌 까닭이다
그래도 눈길이 쏠린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기 때문일까...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