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습작

슬픈 열대야

단테, 연초록, 정독... 그리고, '종로학파' 2024. 7. 15. 15:01

   
  
  
   슬픈 열대야 
  
  
   

      제 몸을 물어뜯어서로도 
      사랑하고 싶을 때가 있어, 사막을 
      통과하는 바람처럼 
      뜨거운 목울대로 울고 싶을 때도 있는 거야 
      가끔은, 인간이 창문 너머로 보이기도 한다 
     
      - 박정대, '슬픈 열대야' 중에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민음 2001) 

 
 
   
   사랑에 대한 정의를 '헌신'이라 해놓으면 
   세상 그 누구도 사랑할 이 없는 게 현실
   적당히 거리를 두고도 적당히 타협을 해 
   간신히 사랑이란 이름을 붙여놓았는데   
   어줍잖은 사랑에 기댄 다른 뜻의 칼날들  
   사랑을 죄다 들쑤시고 후비고 찢어낸다 
   사시미만큼 난도질을 당하면 맛이 좋나 
   숙성을 해봐도 맛이 나쁘면 실력의 문제 
   실력없는 감정들이 마구 파놓은 자국들 
   사랑이란 이름으로 남은 잔해들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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