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1 3

칠월의 아침

칠월의 아침    장마전선이 북상을 한 종로는 아직 무사한가 봅니다    주말 내내 안녕치 못한 제 안부도 함께 무사할 것 같습니다    며칠전에 사건이 된 사랑을 놓고 더는 그러지 말라며 달래주던    가벼운 마음들이 하늘에 두둥실 떠 있습니다    어떤 마음은 크게 하얗고 몽글몽글해    바로 옆에 핀 적운의 진회색 그림자를 더 어둡게만 비추고    뭉근한 검은 그림의 무게가 비를 내리게 만드는지도 몰라서       일주일 내내 비와 함께 운다면    소용없는 일들도 소용이 생길까도 잘 모르겠어서      그렇게 울고도 싶어지는 장마,    장마를 기다려온 여름이 함께 흐르고 있었습니다

글/습작 2024.07.01

박참새, '건축' ("정신머리", 민음 2023)

건축 "파이드로스, 글에는 그림처럼 불가사의한 힘이 있다네. 그림으로 그려 놓은 것들은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보이지. 하지만 자네가 어떠한 질문을 해도 그들은 무겁게 침묵만 지킨다네. 글도 마찬가지야. 자네는 글이 지성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생각할지 모르나, 자네가 그 내용을 알고 싶어 물어보면, 글은 매번 하나의 메시지를 반복해서 들려줄 뿐이지." - 플라톤, '파이드로스' 너는 생각한다. 너는 집을 짓고 싶다. 너는 집을 짓는다는 일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너는 아주 기본적인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곧 결여된 것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너에게는 자본이 없다. 너에게는 땅이 없다. 너에게는 실리적인 재료도..

문학앨범/필사 2024.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