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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라는 착각, 동기부여

'상'이라는 착각, 동기부여 '상'이라는 좋은 제도는 받는 이한테 "내가 이만큼 잘한다"는 착각을 선사하곤 합니다. 좋은 격려와 지지의 뜻이 자칫하면 자만과 허영을 불러일으켜 뜻밖의 곤란함이 돼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등학교 때 처음 받았던 상은 어느 신문사가 주관하였던 전국단위 미술대회에서의 입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 제 꿈은 '화가'였고 우수한 학업성적으로 그만두게 되었지만 미술을 엄청 잘하는 줄 혼자 착각했었습니다.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한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바람에 '이공계'가 적성에 맞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또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한 과학경시대회에서 독후감으로 2등을 차지해 '과학자'의 꿈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교육감상을 받았을 때는 스스로 공부도 썩 ..

글/습작 2024.07.05

조용우, '지나가는 마음' ("세컨드핸드", 민음 2023)

지나가는 마음*      지나가는 마음은 등이 높아 한번 뒤집어지면 제 힘으로는 다시 뒤집을 수 없고    그런 마음 그만두고 쇠족제비가 6차선을 건너    펜스 아래로 길게    없어진다    그래도 이런 도심에서?    고라니, 멧돼지가 때때로 무덤 너머로 머리를 내밀었다 황급히 돌아가고    쑥은 다시 무덤가에    도로변에 무리지어 퍼져 간다    지나가던 노인들이    저마다 비닐봉투를 들고      무릎을 꿇은 채로 쑥을 뜯으며    띄엄띄엄 닳아 사라지는    새삼스레 따사로운 가을 햇빛 아래    덜 시든 초록과    심한 초록 사이로 마음은    사나흘 더 바르게 말라 가며    화요일 밤에 누가 망치로 독을 깨고    쓸어 담는    소리    낮에는 물까치 소리    서로의 새끼에게 ..

문학앨범/필사 2024.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