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할 일들 세찬 풍파 속에서도 말발굽을 잘만 지켜낸다면 길을 잃지 않을 거라는 믿음 따위로 그 먼 행군을 마다하지 않던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잃었던 건 말발굽이 아니라 그들의 처자식임을 과연 몰랐겠는가 영문도 모를 전쟁터에서 사지가 잘려나간 채 죽어간 동료들을 애도하며 매일밤 그들이 태운 송장 냄새의 역겨움이 하늘을 찌르고 검은 하늘 주위로 까마귀 떼가 한참 날아오를 때 어쩌면 그 풍파를 실감했는지 모른다 더 이상 죽지 말자 더는 죽어선 안 된다 하면서도 또 죽어간 동료들을 위하여 모진 눈보라를 얼굴로 마주한 행렬에서 혹 어떤 남녀는 눈이 마주쳤는지 모른다 그 먼 행군길에서 손을 잡아줄 따스한 마음이 전해져 온다면 어찌 마다할 리 있겠는가 하지만 늘 바람 같은 감정이 일고 하룻밤의 연정은 이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