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노트

낙화

단테, 연초록, 정독, 그리고 종로학파 2024. 6. 1. 07:51


  

   낙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이형기, 적막강산 (모음출판사, 1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