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야청청
그러지 말라고 가지 좀 말라고
남들처럼 다 그렇게 하면 될 걸
굳이 혼자서 그럴 필요가 있냐고
내게 자주 했던 말들이 오는데
고맙게도 내가 듣고팠던 말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 하는데
가야만 할 길이 있으면 좋을 텐데
군자는 대로행이라고도 했는데
굳이 오솔길도 마다하지 않는데
굳이 골목길 담장 기웃거리는데
어설픈 고백따윌 또 늘어놓는데
아무도 듣지 않을 말을 중얼대며
새벽길을 터벅터벅 이리 걷는데
내 인생의 무게는 얼마만큼인지
그 길의 끄트머리엔 뭐가 있을지
그곳에 가면 널 만날 수 있을지
네 안부들이 커피 한 잔에 녹고
그렇게 따뜻한 온기 뿐이라면
후후 불면서 함께 웃어줄 텐데
어쩌면 손도 한 번 잡았을 텐데
네가 보이지도 않는 이 길에서
막막한 내 발길이 닿는 그림자는
점점 더 길어져만 가는데 가는데
바람은 늘 동에서 서로 향하는데
헐거워진 옷깃을 또 파고드는데
나도 모르게 웅크리는 발걸음이
이내 막다른 길목에 다다르는데
점점 더 지쳐만 가는 지쳐가는데
이 새벽길을 터벅터벅 걸었던 네
안부들이 또 다시 궁금해지는데
불쑥 핸드폰을 열고 사진 한 장에
짤막한 인사 몇 줄을 남겨놓으면
무심히 스치던 길가의 나무들에도
네 얼굴처럼 꽃들이 활짝 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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