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노트

"행복은 그냥 행복"이라는 말, 하늘

단테, 연초록, 정독, 그리고 종로학파 2023. 12. 17. 12:22




   인터넷에서 우연히 주워 듣는 얘기들도 내 고단한 시작활동을 능가해버릴만큼 지혜로운 게 있다면, 과연 내 글쓰기는 무얼 지향해야 할까를 놓고 잠시 생각해보게 되는 일요일...

   영하 10도의 파란 하늘,




   (이하 인용)


<행복은 '그냥' 행복입니다>


류시화 시인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에 소개된 일화입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아주 보통의 행복이란? 류시화 시인이 배우 김혜자씨와 네팔로 여행을 갔다가 수도 카트만두 외곽에 있는 유적지를 방문했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김혜자씨가 한 노점상 앞에 걸음을 멈추더니 옆으로 가서 앉았습니다. 장신구를 펼쳐놓고 파는 여인이었습니다. 그곳은 유명한 관광지라 노점상이 많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나 했더니 전혀 아니었습니다. 장신구를 파는 여인은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었습니다. 눈물은 그가 팔고 있는 싸구려 장신구들 위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김혜자씨는 그 여자 옆에 앉아 손을 잡더니 함께 울기 시작했습니다. 노점상 여인은 울면서 김혜자씨를 바라보았습니다. 얼마 뒤 그 눈물은 웃음섞인 울음으로 바뀌었고 이내 미소로 변했습니다.

김혜자씨는 팔찌 하나를 고른 뒤 노점상 여자의 손에 300달러를 쥐어주고 일어났습니다. 300달러는 그에게 한달 동안 일해도 만져보기 힘든 큰 돈이었습니다. 장신구를 팔던 여인은 깜짝 놀라 김혜자씨를 주의깊게 바라보았습니다. 이 글을 읽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지은 '아주 보통의 행복'을 읽고 이 감정이 "행복"임을 알았습니다. 김혜자씨의 일화 속에 담긴 행복의 의미를 최교수의 책에서 발췌하여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행복은 '그냥' 행복입니다.

류시화시인이 김혜자씨에게 왜 노점상 여인에게 그런 큰 돈을 줬느냐고 물었습니다. 김혜자씨는 "누구나 한번쯤은 횡재를 하고 싶지 않겠어요? 인생은 누구에게나 힘들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최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우연히 일어나는 좋은 일에서 행복을 느낀다." 라고 말합니다. 행복이란 단어의 한자 풀이 자체가 '우연히 일어나는 좋은 일'입니다. 따라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려면 아무 날도 아닐 때,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선물하면 됩니다. 노점상 여인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몹시 힘들어 울었겠지만 김혜자씨가 '그냥' 준 300달러에 모름지기 큰 행복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럼 김혜자씨도 행복했을까요? 아마 그녀도 행복했을 것입니다. 이유 없이 그냥 줄 때, 그래서 상대방이 행복해 할 때 그 행복은 준 사람에게로 되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둘째, 행복은 관심을 갖되 간섭하지 않는 것입니다.

김혜자씨는 여인의 눈물에 관심을 갖고 함께 울었습니다. 하지만 왜 우느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처음 보는 여자에게 그런 질문은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관심을 갖고 함께 울어주는 것까지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경계"입니다.

최교수는 "행복한 사람은 남의 평가나 비교에 간섭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타인을 간섭하지도 않는다"고 말합니다.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기를 꺾는 쓴소리를 하지 않고 어른으로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타인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응원하되 경계를 지킨다."라고 조언합니다.

셋째, 행복은 남도 나와 다르지 않음을 아는 것입니다.

류시화시인이 훗날 네팔에서 있었던 일화를 꺼냈을 때 김혜자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 여자와 나는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그녀도 나처럼 행복하기를 원하고 작은 기적들을 원하고, 잠시라도 위안받기를 원하잖아요. 우리는 다 같아요."

최교수는 이를 "타인의 정신세계도 깊다"는 말로 표현합니다. 최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은 "타인을 자신에 비해 정신적인 동기가 약한 존재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게을러 보이는 자녀에게 "생각이란 것을 하고 사냐?"고 말하는 것, 월급만 많이 주면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노숙자는 먹을 것과 잘 곳만 해결해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이런 생각이 타인은 나보다 심미적 욕구나 자존적 욕구 그리고 자기 실현 욕구가 적을 것이라 착각하는 것입니다.

타인을 나와 다른 존재, 더 나아가 나보다 못한 존재로 여기는 생각은 타인의 행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또한 이런 생각은 내가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주고 결국 나의 행복도 무너지게 만듭니다. "나도 너와 다르지 않아"라는 이해와 공감이 나와 너 모두를 행복하게 해줍니다.

지금, 초겨울은 대자연이 인간들에게 "보라, 놓아버리는 것이 얼마나 쉽고 아름다운가?"를 알려주는 우리에게 매우 유익하고 의미있는 기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