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껴쓰고 다시읽기] 33년의 추억, 33년의 궤적... 변함없는 노동의 세월 (오민석) : 일터로 가는 아내에게 어젯밤, 늦은 밤일을 마치고 너는 돌아왔다. 충혈된 눈동자, 휘어진 허리, 꿈도 없이 스러져 잠든 너의 피로가 이 훌륭한 가을 아침에도 가시질 않는구나. 무얼 구하러 일터로 가는 건지, 일할수록의 가난, 오늘따라 몸이 말을 안 듣는다며 대답 없는 깃발을 하염없이 흔드는 너를 두고 내가 무얼 답하랴. 흔들 것 하나 없는 내가― "이곳에선 있이 사는 거도 죄야"라고 말하면 너에게 죄가 될까― 더욱더 흔들린다. 이 땅의 대다수 사람들처럼 너 역시 농민의 자식의, 지식의 자식의 자식의... 자식의... 자식으로 태어나, 마찬가지로 농민의 자식의 자식의 자식의... 노동자의 자식으로 태어난 나와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