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제19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
신용목,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https://www.changbi.com/newsDetail?newsid=5261
"시대 현실을 관통하는 가운데 타자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와 자유로운 언어적 모험을 감행함으로써 '세월호 이후의 시'가 다다른 일단의 성취를 보여주며, 시인의 시력에 있어서도 한 절정을 이룬다고 평가되어 신용목 시인이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았다" (심사평 중에, 김행숙/안도현/최원식)
새로운 한주는 창비에서 주관하는 3개의 문학상들 중 '자격제한'이 없는 백석문학상을 중심으로 해 살펴보겠습니다. (신동엽문학상은 10년차 미만, 만해문학상은 10년차 이상으로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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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시계
잤던 잠을 또 잤다.
모래처럼 하얗게 쏟아지는 잠이었다.
누구의 이름이든
부르면,
그가 나타날 것 같은 모래밭이었다. 잠은 어떻게 그 많은 모래를 다 옮겨왔을까?
멀리서부터 모래를 털며 걸어오는 사람을 보았다.
모래로 부서지는 이름을 보았다.
가까워지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의 해변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잤던 잠을 또 잤다.
꿨던 꿈을 또 꾸며 파도 소리를 듣고 있었다. 파도는 언제부터 내 몸의 모래를 다 가져갔을까?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지 않아도
나는 돌아보았다.
# 신용목,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창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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