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제20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
박성우, 웃는 연습 (2017)
https://www.changbi.com/NewsDetail?newsid=5306
“『웃는 연습』은 농촌 공동체의 일상에서 길어올린 진솔하고 질박한 언어로 고향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이들의 면면과 갖가지 사연, 그리고 그 속에서 포착한 통찰을 들려준다. 경쟁과 효율을 앞세우는 도시적 생활 감각과 속도를 존재의 한 부면에 상처처럼 새기는 한편, 이를 거슬러 자연과 어우러지는 사람살이 본연의 리듬을 창출해내고 이제는 희귀해져버린 토박이의 삶과 언어를 새롭게 발견한다는 점에서 백석의 시정신을 계승한다고 평가되어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평 중에)
어제 소개해드린 신용목 시인과 함께 창비시선 400호 앤쏠로지를 엮었던 박성우 시인이 공교롭게도 이듬해의 제20회 백석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한때는 대학교수였음에도 “더 좋은 시인이 되고자” 홀연 사직서를 던진 이력 또한 이채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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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거울을 본다 거울을 보다가 거울 속으로 들어가 거울을 보고 있는 사내를 본다 광대뼈가 불거져 나온
마흔의 사내여, 너는 산다 죽을 둥 살 둥 살고 죽을 똥 살 똥 산다 죽을 똥을 싸면서도 죽자 사자 산다 죽자 사자 살아왔으니 살고 하루하루 죽은 목숨이라 여기고 산다 죽으나 사나 산다 죽기보다 싫어도 살고 죽을 고생을 해도 죽은 듯이 산다 풀이 죽어도 살고 기가 죽어도 살고 어깨가 축축 늘어져도 산다 성질머리도 자존심도 눌러 죽이고 산다 죽기 살기로 너를 짓눌러 죽이고 산다 수백 번도 넘게 죽었으나 죽은 줄도 모르고
늦은 밤 거울 앞에 앉은 사내여, 왜 웃느냐 너는 대체 왜 웃는 연습을 하느냐
# 박성우, 웃는 연습 (창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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