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9 7

'플랫폼'에 관한 짤막한 아이디어

'플랫폼'에 관한 짤막한 아이디어          이른바 "카톡" 기반의 커뮤니티들이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다름 아닌 '아카이빙' 즉, 오가고 나눈 대화 및 정보를 어떻게 저장하고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일 것 같습니다.    카카오톡이 인스턴트 메신저인만큼 별도로 이를 배려한 장치를 갖고 있지 않았고, 또 일종의 '보드' 역할을 맡는 공지 기능 역시 3개월이라는 시한부 기능인 탓에 여러 커뮤니티들이 각개약진하는 방식으로 이 '플랫폼'을 고민하게 됩니다.    가장 대중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수단으로는 네이버 카페가 있겠고, 어떤 커뮤니티들은 카카오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다음 카페를 이용하거나 또는 티스토리의 '팀블로그' 기능을 통해 이 문제를 해소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다소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

글/습작 2024.07.09

쓸쓸함에 대하여

쓸쓸함에 대하여                 장마철이 달력 한가운데를 관통할 즈음에 물기 어린 거리를 걷다 보면 가끔씩 떠오른 이름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이름은 빙그레 미소를 짓게 만들고 또 어떤 이름은 이른 새벽의 머뭇거리던 발걸음처럼 가볍지가 않습니다    때때금 그리운 이름들보다도 이른 새벽의 이름을 더 먼저 떠올리고 그렇게 무게를 갖는 감정에 대해 생각합니다    문득 불어온 바람, 구름 속에 갇힌 햇빛, 물기를 머금은 공기, 답답한 가슴 속 멍울진 말 몇 마디 등을 떠올리다...     이내 눈을 감았습니다       쓸쓸하다는 말을 미처 정의하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어쩌면 이 감정이 그런 것인가 봅니다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에 대한 애석함    이해는커녕 오해할 수밖에 없게 된 사..

글/습작 2024.07.09

이병률, '이 넉넉한 쓸쓸함' ("바다는 잘 있습니다", 문지 2017)

이 넉넉한 쓸쓸함 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다를 테니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 무심함을 단순함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만나자 저녁빛이 마음의 내벽 사방에 펼쳐지는 사이 가득 도착할 것을 기다리자 과연 우리는 점 하나로 온 것이 맞는지 그러면 산 것인지 버틴 것인지 그 의문마저 쓸쓸해 문득 멈추는 일이 많았으니 서로를 부둥켜안고 지내지 않으면 안 되게 살자 닳고 해져서 더 이상 걸을 수 없다고 발이 발을 뒤틀어버리는 순간까지 우리는 그것으로 살자 밤새도록 몸에서 운이 다 빠져나가도록 자는 일에 육체를 잠시 맡겨두더라도 우리 매일 꽃이 필 때처럼 호된 아침을 맞자 * 이병률, 바다는 잘 있습니다 (문지, 2017) - :: 메모 :: 새벽녘에 나를 불러 세운 까..

문학앨범/필사 2024.07.09

최백규, '이상기후'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창비 2022)

이상기후      우리가 안고 있으면 낙서를 채색하는 것 가다 무릎 상처에 시퍼렇게 그늘이 자란다     캄캄한 욕실에서 더운물을 얹으면 붉은 꽃잎들이 흩어진다 등허리에 성호를 그으며 이것이 나의 해안이 될 거라 확신한다 그곳에서 너와 마주친다면 세상을 사랑해볼 수도 있겠다 싶다     무덥도록 조용한 실내에 머무르면 죽은 이후가 기억나서     수의를 벗듯이 잔기침을 식힌다     모기를 쫓거나 흐트러진 베개를 고쳐주던 휴일이 침대맡으로 쌓여드는데     숨소리로 구분할 줄 알면서도 자는지 속삭여보는 습관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만 든다     너를 지옥에서 온 안부라고 믿었던 적이 있다     물을 마시려다 냉장고 문을 연 채    가만히 서 있다      * 최백규,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창비..

문학앨범/필사 2024.07.09

한강, '서시'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지 2013)

서시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갰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

문학앨범/필사 2024.07.09

한강, '회복기의 노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지 2013)

회복기의 노래      이제    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     물으며 누워 있을 때    얼굴에    햇빛이 내렸다     빛이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가만히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지, 2013)      -      :: 메모 ::     "시간만이 약"인 때가 있었다    지금도 또 그렇다

문학앨범/필사 2024.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