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꽃 노인이 꽃나무를 심으심은 무슨 보람을 위하심이오니까. 등이 곱으시고 숨이 차신데도 그래도 꽃을 가꾸시는 양을 뵈오니, 손수 공들이신 가지에 붉고 빛나는 꽃이 맺으리라고 생각하오니, 희고 희신 나룻이나 주름살이 도리어 꽃답도소이다. 나이 이순을 넘어 오히려 여색을 기르는 이도 있거니 실로 누하기* 그지없는 일이옵니다. 빛깔에 취할 수 있음은 빛이 어느 빛일는지 청춘에 맡길 것일는지도 모르겠으나 쇠년*에 오로지 꽃을 사랑하심을 뵈오니 거룩하시게도 정정하시옵니다. 봄비를 맞으시며 심으신 것이 언제 바람과 햇빛이 더워 오면 고운 꽃봉오리가 촉불 켜듯 할 것을 보실 것이매 그만치 노래*의 한 계절이 헛되이 지나지 않은 것이옵니다. 노인의 고담*한 그늘에 어린 자손이 희희하며* 꽃이 피고 나무와 벌이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