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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연, '애인' ('차이'와 '다름'에 관한 존중의 방식)

[베껴쓰고 다시읽기] '차이'와 '다름'에 관한 존중의 방식 (유수연, 애인) : "오늘날 한국 시의 큰 병폐 중 하나로 소통의 결핍과 부재를 들 수 있다. 시를 쓴 사람과 시를 읽는 사람이 서로 소통되지 않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현실적 삶과 동떨어진 비구체성, 환상과 몽상의 방법으로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언어적 태도, 개인의 자폐적 내면세계에 대한 지나친 산문적 천착 등으로 규정할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한 한 이러한 시들을 제외하고 시적 형성력의 구체성이 높은 작품을 우선하기로 먼저 논의했다. (중략) '애인'은 시대적 삶의 투시력이 엿보이는 시다. 오늘의 정치 현실을 통해 무엇이 우리 삶의 진실인가 질문을 던지는 시다. 그러나 단순히 정치 현실을 바탕으로 세태를 풍자한 시라기보다는 ..

문학노트 2023.10.06

황지우, '뼈아픈 후회' (슬픔과 죽음에 관한 예술, 극복하기 위한 나날들)

[베껴쓰고 다시읽기] 슬픔과 죽음에 관한 예술, 극복하기 위한 나날들 (황지우, 뼈아픈 후회) : 시월, 사월만큼 잔인한 하늘이 드높게 펼쳐진 하루는 슬픔 가득한 나날들의 시작을 알릴 뿐입니다. 슬픔이란 감정은 때때금 잊혀질 법하면 다시 찾아오곤 한 익숙함이기에 이토록 담담한 채 받아들일만도 해서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을 보면서 '슬픔과 죽음에 관한 예술'을 무척 오랫동안이나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과연 예술의 정수가 슬픔과 죽음 뿐이라면, 세상의 모든 예술가들은 한없이 불행하고 어둡기만 한 삶의 단면 그 자체일 뿐이겠습니다. 과연 그럴까? 아니면 안 될까? 하는 회의감에 젖은 채 보낸 세월들도 무상히 무덤덤히 스쳐 지나갈 뿐인 나날들일 것 같습니다. 사..

문학노트 2023.10.05

박정대, ‘시’ (신춘문예 '탈락'의 지름길이 된 '낭만'은 무죄다)

[베껴쓰고 다시읽기] 신춘문예 '탈락'의 지름길이 된 '낭만'은 무죄다 (박정대, 시) : 때때금 '등단'의 경로에 관해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생깁니다. 글쎄요... 이미 등단한 시인들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정한 형태의 '패턴'이 존재해왔음은 역대 당선작들을 봐도 어렵지 않게 유추가 가능해질 것 같아요. 대표적인 게 오늘의 화두, 즉 '낭만'입니다. 한때는 가장 '낭만파'에 속한다고도 생각해온 박정대 시인은 아시다시피 신춘문예에서 당선된 적이 없었죠. 아마도 그의 화풍이 '미래파' 일색이었던 현 시단과는 그리 잘 어울리지 못하였던 까닭일 것 같습니다. (이럴 때면 우리는 다시 또 각종 문예지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더 공산품마냥 획일화된 전국단위 공모전들..

문학노트 2023.10.04

이진우, '멜로 영화' ('신서정'을 다루기 위한 몇 가지 교범에 관한 생각들)

[베껴쓰고 다시읽기] '신서정'을 다루기 위한 몇 가지 교범에 관한 생각들 (이진우, 멜로 영화) : "범속한 생활 감정을 의미가 분광하는 이미지로 빚어낼 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언어 감각과 섬세한 느낌의 표현은 시의 풍부화를 이루는 데 보탬이 되었다. 숙고와 머뭇거림에서 길어낸 사유를 자기의 리듬에 실어 전달하는 능력, 능숙한 악기 연주자가 악기를 다루듯이 시를 연주할 줄 안다는 것은 분명 귀한 재능이다. 이 응모자가 첫 시집을 낸다면 서점에서 누구보다 먼저 시집을 구입해 읽고 싶다는 게 우리 속마음이다." (심사평 중에서) 개천절입니다. 올해 신춘문예 중 보기 드문 찬사를 얻은 바 있는 이진우의 '멜로 영화'를 다시 끄집어낸 건 순전히 미래의 화두, 즉 '신서정'에 얽힌 요즘의 제 생각들 탓인 듯합니..

문학노트 2023.10.03

심보선, '필요한 것들' (1994년의 '풍경'과 2023년의 '풍경' 사이)

[베껴쓰고 다시읽기] 1994년의 '풍경'과 2023년의 '풍경' 사이 (심보선, 필요한 것들) : 다들 꿈을 찾는 시간에 홀로 현실만을 버티며 헤맨다는 일은 때때로 좀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조용한 독서와 글쓰기가 제격이긴 해도, 구태여 전할 마음이 생기면 편지를 써보곤 하지만 이내 몇 시간째를 허비할 그 일들도 까마득한 꿈속을 헤매는 상대방한테는 그저 남 같은 얘기일 뿐, 동시간대를 함께 걷는 일보다는 훨씬 더 고독할 법한 까닭이기에 그렇습니다. 며칠전에 역대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보면서 대뜸 송기원의 '회복기의 노래'를 다시 한 소절 읊을까도 생각했지만, 여름밤이 아닌 계절에는 이 역시 중언부언이길 반복해 아예 그만두기로 합니다. (이미 몇차례에 걸쳐 소개를 한 적도 있겠고) 대신에 오늘 새벽에 띄워보..

문학노트 2023.10.02

이병국, '가난한 오늘' (십년전의 당선작을 꺼내며)

[베껴쓰고 다시읽기] 십년전의 당선작을 꺼내며 (이병국, 가난한 오늘) : "통념을 깨는 상징을 찾아라, 감각의 명증성을 보여라, 생명의 도약에 공감하라, 세계의 찰나를 경이로써 보여주라." (심사평 중에서, 장석주/장석남) 벌써 10년전입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심사평은 현대시가 갖추어야 할 덕목들을 아주 간명히 드러냅니다. 또 이들 각각은 올해 또 앞으로의 신춘문예 역시 이 '그라운드 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임도 함께 시사하는 대목이겠습니다. 과거와의 결별과 극복, 새로운 단어를 정의하는 인식, 미래를 향한 포부와 전망, 디테일에 능통한 작법의 수려한 정도 등은 아마도 평생을 갈고 닦아야 하는 모든 시인들의 숙명이자 숙제가 아닐까도 싶습니다... 이제 불과 두 달만을 남겨놓은 올해 신춘문예입니..

문학노트 2023.10.01

김명인, '출항제' (김명인 vs. 정호승, 1973년 신춘문예의 추억)

[베껴쓰고 다시읽기] 김명인 vs. 정호승, 1973년 신춘문예의 추억 (김명인, 출항제) : 추석 이후로 처음 아침인사를 드려요, 이제 벌써 올해 신춘문예는 "D-61" 즉 딱 두 달만이 남았습니다. 한햇동안 치열히 준비해온 습작들을 벼르고 또 마지막 퇴고를 시작할 즈음이기도 합니다. 한때는 '반시' 동인으로도 굵고 긴 나이테를 새긴 두 시인은 1973년의 한 신춘문예에서 본심의 경쟁상대로 맞붙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본심에서 겨룰만한 실력은 이미 출중한 두 수준인 까닭에 나머지 한 명 역시 다른 지면을 통해 등단을 하게 됐습니다. 참고로, 전 이 후자의 '서울의 예수'를 굉장히 좋아하던 한 팬이었고요.) 그 재미있는 일화를 담고 있는 당선작 한 편, 오늘의 첫 소개입니다. - 출항제 김명인 겨울의..

문학노트 2023.09.30

박준, '환절기' (계절은 항상 바뀌게 마련이며, 그리움도 계속 희미해져만 가는 법입니다)

[베껴쓰고 다시읽기] 계절은 항상 바뀌게 마련이며, 그리움도 계속 희미해져만 가는 법입니다 (박준, 환절기) : 환절기 나는 통영에 가서야 뱃사람들은 바닷길을 앞이 아니라 배가 지나온 뒤의 광경을 기억한다는 사실, 그리고 당신의 무릎은 아주 차갑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비린 것을 먹지 못하는 당신 손을 잡고 시장을 세 바퀴나 돌다 보면 살 만해지는 삶을 견디지 못하는 내 습관이나 황도를 백도라고 말하는 당신의 착각도 조금 누그러들었다 우리는 매번 끝을 보고서야 서로의 편을 들어주었고 끝물 과일들은 가난을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입술부터 팔꿈치까지 과즙을 뚝뚝 흘리며 물복숭아를 먹는 당신, 나는 그 축농(蓄膿) 같은 장면을 넘기면서 우리가 같이 보낸 절기들을 줄줄 외워보았다 # 박준, 당신의 이름..

문학노트 2023.09.27

동물원 - 가을은 (작별... 직후에 읊는 노래)

[Riff & Cafe] 2023년 가을, 작별... 직후에 읊는 노래 (동물원, 가을은) : https://youtu.be/RRCEWSNGep8?feature=shared 그 가을은 노을 빛에 물든 단풍으로 우울한 입맞춤 같은 은행잎으로 가을은 손끝을 스쳐 가는 바람 속에 허한 기다림에 꿈을 꾸는 이슬 속에 내가 거친 숨결에 사랑이란 이름으로 굳게 닫힌 분노 속에 살아갈 때 다가가라고 먼저 사랑하라고 다가가라고 말해 주네 가을은 회색 빛에 물든 거리 위로 무감히 옷깃을 세운 모습으로 가을은 낙엽을 쓸고 가는 바람 속에 텅 빈 하늘을 보며 고개 숙인 마음속에 내가 바쁜 걸음에 희망이란 이름으로 가슴 가득한 절망 속에 살아갈 때 화해하라고 나의 어리석음과 화해하라고 말해주네 화해하라고 말해주네 … 화해하라..

음악노트 2023.09.25

알랭 드 보통, '사랑'의 정의 (인용)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은 자연스럽게 발생하며, 마음 가는 대로 따르는 것이 옳다’는 낭만주의적 관점으로는 위와 같은 의문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과정이며 결과다’라는 고전주의적 관점이 적합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아끼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현재 처지, 감정을 명확히 상대방에게 설명하고,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후천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https://inspirit941.tistory.com/353 알랭 드 보통 - 관계일반적인 연인관계에서 ‘사랑’의 보편적 정의를 깨부수는 책 사랑은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운명처럼 이끌린다는 낭만주의 애정관을 부정하고 사랑하는 상대..

개인노트 2023.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