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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시 같은 산문을 한편 더 읽다)

[베껴쓰고 다시읽기] 시 같은 산문을 한편 더 읽다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 우리가 물이 되어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 산문 :: 새날이여, 이제 우리를 지난해의 무덤에 덮인 수많은 거짓과 거짓..

문학노트 2023.09.22

강은교, '사랑법' (사랑은 썰물처럼 늘 고요한 법)

[베껴쓰고 다시읽기] 사랑은 썰물처럼 늘 고요한 법 (강은교, 사랑법) : 사랑법 -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은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 강은교, "꽃을 끌고" (열림원, 2022) - 치열한 청춘의 시절들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법입니다. 유난히 지독한 사랑을 앓던 시절이 있었습..

문학노트 2023.09.21

Andre Gagnon - Comme Au Premier Jour (“첫날처럼”)

[Riff & Cafe] Andre Gagnon - Comme Au Premier Jour (“첫날처럼”) https://youtu.be/I6dftIC651I?si=brRnOiDWeFgX83dO 마음이 스산해질 무렵, 자주 찾아 들었던 앙드레 가뇽의 노래가 이른 새벽엔 더 잘 어울릴 접해 한 곡 더 올려놓겠습니다. 벌써 신춘문예 마감일도 이제 불과 두어달 남짓 가량밖에 남지 않았네요… 올해에 도전하실 모든 분들께도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 함께 전합니다.

음악노트 2023.09.21

몇가지 단상

글이 장황스럽고 복잡해지는 이유는 세상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온 편입니다. 이를 지극히 단순하고도 명료히 표현한다는 건 굉장한 오만이라고도 생각해왔습니다. 특히 헌신적인 사랑, 민주주의에의 열망, 진리를 향한 학문적 양심 등과 같은 말들은 평생을 공부한다 해도 과연 이를 정확히 표현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느낌마저 갖기도 합니다. 일생에 걸쳐 단 하나의 말을 정의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철학자, 시인, 물리학자 등등이겠지요... 대개의 경우, 그런 부분들을 '장황스럽고 복잡하다'고 느끼게 된 연유는 듣는 사람의 사랑이 상대적으로 더 적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말하고 있는 상대편에서는 피를 토해내고 있음에도) 즉,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갖는 ..

개인노트 2023.09.20

이형기, '낙화'

낙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 메모 :: 누군가가 제게 물어본 적 있습니다 '그리움'이 무엇이냐고... 생각해보니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 https://youtu.be/XRQjtQ4VoO4?si=GbODtwOUKk1DTv2w

문학노트 2023.09.19

이정화, ‘골조의 미래’ ('당선작'의 최우선 전제조건 둘)

[베껴쓰고 다시읽기] '당선작'의 최우선 전제조건 둘 (이정화, 골조의 미래) : 골조의 미래 푹신한 의자와 비어 있는 벽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선생이 건네주는 사탕 두 알 공기가 더없이 건조해지고 서서히 등이 굽어질 때 묻는다 - 그 집이 제 것이 맞을까요 수년간 지어온 이 집엔 각별한 애정이 있지만 한 발만 들여도 금세 다시 지어야 할 만큼 형편없다 - 전 애인이 가져다준 벽돌 하나. 지문이 남은 채 굳어버린 시멘트. 이유 없이 생긴 자국들. 망치로 못을 내려칠 때 들었던 노래라든가. 한순간에 닫히는 문은 제 것이 아니었는데. 선생과 나는 동시에 나무 집을 만들어간다 니스칠 된 벽이나 바람이끼어들 수 없는 단단함을 떠올리며 코앞 사탕에 손을 뻗는다 사탕 껍질을 벗겨내 입안에 굴린다 - 함께 벽지를 발..

문학노트 2023.09.18

안재찬, '생활' (밀리언셀러 시인 류시화의 등단작)

[베껴쓰고 다시읽기] 밀리언셀러 시인 류시화의 등단작 (안재찬, 생활) : 生活 窓을 닦다 보면 마치 세상의 한 끝을 닦는 것 같다. 어둠의 門을 열고 맨 처음 세상으로 나온 아이의 맑은 눈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아침은 소리없이 움직임만으로 와서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힘 四方에서 입술을 부비며 스며든다. 손바닥 위에 놓인 生의 조각들을 쪼아먹는 소망의 뜰에 내린 새 몇마리 앉아있다 날아간 자리 버리고 남은, 버릴 수 없이 슬픈 이야기들은 모두 지난 밤의 꿈으로 문질러두고 지금 窓을 닦고 있는 내 손길 아래 세상의 어느 한 곳이 닦여지고 있다. 톱밥처럼 흩어지는 日常의 책장들 良識은 굳은어깨뼈처럼 튼튼하지 못하고 길모퉁이에 잠복해 있는 먼지의 덫, 보이지 않는 손들의 굴레 一部分씩..

문학노트 2023.09.15

박미란, '목재소에서' (등단을 해도 첫 시집은 또 20년)

[베껴쓰고 다시읽기] 등단을 해도 첫 시집은 또 20년 (박미란, 목재소에서) : 목재소에서 고향을 그리는 생목들의 짙은 향내 마당 가득 흩어지면 가슴 속 겹겹이 쌓인 그리움의 나이테 사방으로 나동그라진다 신새벽, 새떼들의 향그런 속살거림도 가지 끝 팔랑대던 잎새도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 잠 덜 깬 나무들의 이마마다 대못이 박히고 날카로운 톱날 심장을 물어뜯을 때 하얗게 일어서는 생목의 목쉰 울음 꿈 속 깊이 더듬어 보아도 정말 우린 너무 멀리 왔어 눈물처럼 말갛게 목숨 비워 몇 밤을 지새면 누군가 내 몸을 기억하라고 달아놓은 꼬리표 날마다 가벼워져도 먼 하늘 그대, 초록으로 발돋움하는 소리 들릴 때 둥근 목숨 천천히 밀어올리며 잘려지는 노을 어둠에도 눈이 부시다 #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문학노트 2023.09.14

임후성, ‘볼트’ ('관록'의 힘과 스스로 겨루고자 한 '순수'한 내면의 깊이)

[베껴쓰고 다시읽기] '관록'의 힘과 스스로 겨루고자 한 '순수'한 내면의 깊이 (임후성, 볼트) : 볼트 코끼리를 보라 코끼리끼리는 볼 수 없는 코끼리를 보라 꼬리를 위해 서 있는 네 번째와 세 번째 다리를 보라 걸음을 뗄 때 발을 남기고 벗겨질 것만 같은 발의 접힌 거죽을 보라 달라붙어 있지 않고 그것은 끌려다닌다 우리의 난제였던 바깥이다 실체는 헐렁헐렁하다 그 안에서 기관을 해체하는 망치질 같은 코끼리의 걸음을 보라 눈앞에 직접 정의된 코끼리를 보라 걸을 때마다 부서지고 있지 않은가 간신히 어금니로 연결되어 있지만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지 않은가 코끼리 안으로 들어가지 마라 안과 바깥은 서로에게 통증이 그지없다 뒤쪽 숲을 보라 나뭇잎들이 가지에 붙어 벌어졌다 오므라들었다 한다 나무 주위를 맴돌며 ..

문학노트 2023.09.13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미래의 '여성성'에 관한 한 조언)

[베껴쓰고 다시읽기] 미래의 '여성성'에 관한 한 조언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 우리가 물이 되어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서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處女)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의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萬里)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人跡)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 강은교, “풀잎” (민음, 1974) - 대한민국에..

문학노트 2023.09.13

꽃다지 - 동지들 앞에 나의 삶은

2023년 9월 9일 (토) 꽃다지 - 동지들 앞에 나의 삶은 https://youtu.be/cmjYj9lWA3c?si=TmSEOo0CWsK7LJBb 깊어가는 새벽,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가끔씩 학교를 방문해 지인들과 반가운 술자리를 가졌던 때가 더러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노래방은 꽤 있었지만 여전히 선술집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고즈넉히 노래들을 각자 꺼내 부르던 시절이었는데, 문득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나네요... 오늘 학교에 얽힌 추억들을 몇자 적다보니, 학교에서 제가 맨 마지막으로 불러보았던 노래 한소절이 함께 생각이 나 배경음처럼 올려놓겠습니다. 편안한 밤들 되시기 바랍니다…

음악노트 2023.09.09

송창식 - 사랑이야 (1974)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네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 어느새 촛불 하나 이렇게 밝혀 놓으셨나요 어느 별 어느 하늘이 이렇게 당신이 피워 놓으신 불처럼 밤이면 밤마다 이렇게 타 오를 수 있나요 언젠가 어느 곳에선가 한 번은 본 듯한 얼굴 가슴속에 항상 혼자 그려보던 그 모습 단 한번 눈길에 부서진 내 영혼 사랑이야 사랑이야 음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렁게 네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 어느새 시냇물 하나 이렇게 흘려 놓으셨나요 어느 빛 어느 바람이 이렇게 당신이 흘려 놓으신 물처럼 조용히 속삭이듯 이렇게 영원할 수 있나요 언젠가 어느 곳에선가 한 번은 올 것 같던 순간 가슴속에 항상 혼자 예감하던 그 순간 단 한번 미소에 터져버린 내 영혼 https://youtu.be/uMj7gzfcD3o?si=QMsodsus..

음악노트 2023.09.07

양안다,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대산문학상, 김수영, 그리고 신춘문예)

[베껴쓰고 다시읽기] 대산문학상, 김수영, 그리고 신춘문예 (양안다,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내가 내 문제를 끝낼 수 있게 도와줘. 우리가 혼절한 단어를 너무 많이 받아 적었잖아. 우리는 해롭고 틀린 방식으로 기절합니다. 새벽이면 우리의 방에 청색 리듬이 필요합니다. 등불이 밤새도록 헤엄치고. 목구멍은 가끔 악기가 되어서. 슬픔에 잠긴 돌, 이름을 붙여줄까요? 중력이 우리를 지배합니다. 무너지는 집을 떠나야죠. 척추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유연함은 우리의 전공입니다. 그래요. 새벽에 적응하지 못한 짐승이 졸도하는 시간이에요. 어두운 숲에서 눈뜨고 잠든 건 나무가 아니라 우리였습니까? 짐승이 되는 꿈은 해일을 일으킨다. 악몽은 당신을 가파른 협곡으로 몰아붙인다..

문학노트 2023.09.05

단테, 종로학파, "너와 나를 우리라 불러봤으면" (퍼플, 2023)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너와 나를 우리라 불러봤으면 단테, 종로학파 시집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차례 시인의 말 너와 나를 우리라 불러봤으면 침묵보다 더 고요한 죽음의 행진 바비도 기행 만약에 나한테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게 있다면 동지들 남긴 술잔엔 태풍의 눈 그해 여름은 이렇게 끝나버리고 시인 류시화씨와의 대담 밤의 말들 겨울, 그리운 집 그래 이렇게 사랑하고 난 다음 노란 신호등 배우, 배우의 연인, 배우의 아빠 거위의 꿈 망상과 기억 사이 사랑의 변주곡 챗GPT로 쓴 '이음 1977' 2035년, 우리가 살던 아파트 외벽 더 글로리 꽃샘추위, 3월의 함박눈이 익숙한 시대 술이 덜 깬 아침 마리를 위하여 동물도 그들처럼 양극화 사..

2023.09.03

Kool & The Gang - Cherish (1985)

오늘의 빌보드 8위곡 (1985) : Kool & The Gang - Cherish https://youtu.be/s09LuDYX12g?si=GY8CdjXVwEpfE6JR Q. 왜 마지막 노래로 1985년도 곡을 선택했는지? A. 이 곡 역시 빌보드에선 2위까지밖에 못했지만, R&B 차트와 국내 차트에선 당당히 1위를 기록했어요. 기억은 누군가가 해줄 때에만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해엔 역시 조용필의 ‘어제 오늘 그리고’였죠.) Q. 원래부터 이렇게 마무리하려던 계획인지? A. 네, 이달 말을 목표로 했었거든요. 팔월 마지막 날이죠? 그동안 문학도 아닌 음악 얘기로 너무 도배만 한 듯해 버틴 게 더 용하죠. ㅎㅎ Q. 그렇다면, 또 앞으로의 계획은? 당장 다음주 초가 김수영 문학상 마감예요. ..

음악노트 2023.08.31

원동우, ‘이사’ (사소한 리얼리티와 ‘일상성’)

[베껴쓰고 다시읽기] 사소한 리얼리티와 ‘일상성’ (원동우, 이사) : 이사 아이의 장난감을 꾸리면서 아내가 운다 반지하 네평 방을 모두 치우고 문턱에 새겨진 아이의 키눈금을 만질 때 풀석 습기찬 천장벽지가 떨어졌다 아직 떼지 않은 아이의 그림 속에 우주복을 입은 아내와 나 잠잘 때는 무중력이 되었으면 아버님은 아랫목에서 주무시고 이쪽 벽에서 당신과 나 그리고 천장은 동생들 차지 지난번처럼 연탄가스가 새면 아랫목은 안되잖아, 아, 아버지 생활의 빈 서랍들을 싣고 짐차는 어두워지는 한강을 건넌다 (닻을 올리기엔 주인집 아들의 제대가 너무 빠르다) 갑자기 중력을 벗어난 새떼처럼 눈이 날린다 아내가 울음을 그치고 아이가 웃음을 그치면 중력을 잃고 휘청거리는 많은 날들 위에 덜컹거리는 서랍들이 떠다니고 있다 눈..

문학노트 2023.08.30

송창식 - “바보들의 행진” OST (1975)

시와 노래는 애달픈 양식, 그해 그 시절 우리는 : 송창식 - “바보들의 행진” OST https://youtu.be/clVePPcIy4Y?si=qqGqceO_jbdgfz5C 1970년대의 대학가는 역대 최고의 ‘낭만’이 깃든 시절이 아니었겠나로 추측해봅니다. 1980년 오월의 기억과 상흔으로 얼룩진 나머지 시절들보단 차라리 더 행복하였던 것 같습니다. IMF 시대 이후로 ‘적자생존’과 ‘각자도생’ 뿐인 요즘 대학가들의 각박함에도 언젠가 다시 봄볕이 들까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매달 나왔던 잡지들에서 늘 1위곡이었던 ‘왜 불러’, 들국화가 리메이크한 ‘날이 갈수록’, 그리고 응원가로도 많이 쓰였던 ‘고래사냥’ 세곡 모두 이 하길종 영화의 사운드트랙이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음악노트 2023.08.30

Barry Manilow - Could It Be Magic (1975)

오늘의 빌보드 12위곡 (1975) : Barry Manilow - Could It Be Magic https://youtu.be/I2j-wvlOJ4c?si=fhGaW-ZAKoUjRJwU 1973년에 데뷔해 여든이 넘어서까지 서른 장이 넘는 앨범을 발매하며 큰 인기를 얻은 배리 매닐로우는 유독 국내에서 덜 알려진 편인데, 1980년대의 대학가에서만큼은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 1, 2위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던 편이었습니다. 열 곡이 넘는 Top 10 Song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정작 그의 대표적 명곡들인 ‘Ready To Take A Chance Again’ (“이대생들이 뽑은 최애곡” 2위)이나 ‘When October Goes’ 등이 Top 10은커녕 아예 Hot 100 차트에 진입도 못한 기이한..

음악노트 2023.08.30

김광석 - 나무 (1992)

시와 노래는 애달픈 양식, 그해 그 시절 우리는 : 김광석 - 나무 (1992) https://youtu.be/vXhg-jUpOdY?si=AaDN-96rfodLvyua 대한민국 가요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1위를 기록한 노래는 조용필의 ‘어제 오늘 그리고’가 MBC 금주의 인기가요에서 기록했던 16주 1위였는데 이 기록은 인터넷에 없습니다. 인터넷이 기록하고 있는 가장 오랫동안 1위를 차지한 노래는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으로 14주 1위를 기록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은 1992년의 ‘원톱’은 다름아닌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였습니다. 굵직굵직한 기록들이 많았던 해였죠.. 개인적으로는, 이 시리즈의 타이틀을 노랫말로 한 김광석 3집이 발표된 해라서 가장 좋아했던 라이브 중 한곡인 B면의 첫번..

음악노트 2023.08.29

Boyz II Men - End of the Road (1992)

오늘의 빌보드 1위곡 (1992) : Boyz II Men - End of the Road https://youtu.be/zDKO6XYXioc?si=hZ6skB2RPEgzXogN 8월 29일은 ‘팝의 황제’인 마이클 잭슨의 생일입니다. 경술국치를 맞았던 날이기도 해 당시의 팰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놓고 아주 오래된 음악잡지인 “월간팝송”에서 이를 크게 개탄하였던 한 칼럼을 읽었던 게 기억이 나네요.. 빌보드에서 가장 오랫동안 1위를 기록한 곡 중 하나였던 ‘Endless Love’가 1981년도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날이기도 하며, 그 기록을 또 다시 깬 이 노래가 1992년도 차트에서 3주째 1위에 등극한 날입니다. (이 곡은 11월 7일자 차트까지 총 13주 1위를 기록하였습니다.)

음악노트 2023.08.29

정태춘/박은옥 - 사랑하는 이에게 (1984)

그대 고운 목소리에 내 마음 흔들리고 나도 모르게 어느새 사랑하게 되었네 깊은 밤에도 잠못 들고 그대 모습만 떠올라 사랑은 이렇게 말없이 와서 내 온마음을 사로잡네 음 달빛 밝은 밤이면 음 그리움도 깊어 어이 홀로 새울까 견디기 힘든 이 밤 그대 오소서 이 밤길로 달빛 아래 고요히 떨리는 내 손을 잡아주오 내 더운 가슴 안아주오 https://youtu.be/IXP8wF3ZFoI?si=mb7YlmsFpw6EmFEL

음악노트 2023.08.29

Bod Dylan - Like A Rolling Stone (1965)

오늘의 빌보드 6위곡 (1965) : Bob Dylan - Like A Rolling Stone https://youtu.be/IwOfCgkyEj0?si=sfyi1a8mimChF1LS 저명한 음악잡지인 ‘롤링스톤’지에서 명예롭게도 “팝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으로 선정된 바 있는 이 노래는 대중가수로는 사상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의 대표곡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앤디 워홀을 저격한 노랫말로도 유명하죠.) 밥 딜런의 ‘저렴한’ 보컬을 듣노라면 가끔 웃음이 나기도 했고, 다분히 ‘올드’한 정취임엔 분명해도 여전히 걸작은 걸작 나름대로의 ‘클래스’라는 게 있습니다. 무려 50년이 넘게 지난 옛 노래한테 노벨문학상이라니… 하면서도 그걸 깨닫고 배워야 할 차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이 아파서..

음악노트 2023.08.28

서영은 - 비오는 거리 (2004)

시와 노래는 애달픈 양식, 가을비 오는 아침 : 서영은 - 비오는 거리 https://youtu.be/YMc4GUxp1EY?si=Es0yaWNbSdD43uZc 밤부터 찾아온 비가 아침에도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리메이크 버전이 하나 생각났습니다. 팔월의 마지막 한주, 김수영 문학상 응모 마감을 코앞에 둔 여름의 마지막 문턱이기도 해요. 내든 말든… 주초인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

음악노트 2023.08.28

곽재구, '사평역에서' ('음악'과 '미술' 사이, 시의 본래적 위치)

[베껴쓰고 다시읽기] '음악'과 '미술' 사이, 시의 본래적 위치 : 郭在九, '沙平驛에서' 沙平驛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待合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琉璃窓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속에 던져주었다 內面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靑色의 손바닥을 불빛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歸鄕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 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和音에 귀를 적신다 子正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문학노트 2023.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