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울하십니까?
요즘 우울하십니까?
돈 때문에 힘드십니까?
문제의 동영상을 보셨습니까?
그림의 떡이십니까?
원수가 부모로 보이십니까?
방화범이 될까봐 두려우십니까?
더 많은 죄의식에 시달리고 싶으십니까?
어디서 죽은 사람의 발등을 밟게 될지 불안하십니까?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게 아니십니까?
개나 소나 당신을 우습게 봅니까?
눈 밑이 실룩거리고 잇몸에서
고름이 흘러내리십니까?
밑구멍이나 귓구멍에서 연기가 흘러나오십니까?
양손에 떡이십니까, 건망증에 섬망증?
막막하고 갑갑하십니까? 답답하고
캄캄하십니까? 곧 미칠 것
같은데, 같기만
하십니까?
여기를 클릭
하십시오
* 김언희, '요즘 우울하십니까?' ("요즘 우울하십니까?", 문학동네 2011)
-
:: 메모 ::
그녀는 나한테 이 시집을 읽어낼 수 있겠냐 물었다
자신은 없었지만 그래야 한다 말했고 비로소 다 읽어냈다
약속을 지켜내는 동안 그녀는 진작에 내 주변을 떠났고
이제 내 기억도 곧 망각의 열차를 탈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미처 물어보지도 못한 단어가 몇 백 정도? 더 궁금해졌지만
이제 더는 물어볼 수가 없겠다 궁금해 하지도 않기로 한다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세상의 모든 일을 굳이 다 알려고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침묵할 줄 아는 이, 그가 곧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