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경전 저편에서 여자는 소리를 지르고 내 쪽으로 애가 걸어온다. 이리 와 이리 좀, 제 부르는 소리를 곁눈질로 도망가는 모양이다. 지나가는 또래 여자애를, 토종 아저씨를, 바람을 아우르는 검고 투명한 비닐을, 쏟아진 은행 열매오 그걸 주워 담는 도시의 작은 동물들을 보며 애는 웃고, 애 엄마는 거의 울고, 나는 애를 버리고 애 엄마 쪽으로 간다. 길은 골목만큼 좁고 광장만큼 시끄럽다. 애가 신발을 질질 끌고, 사람들은 어깨를 통과한다. 둘은 골목에서 싸우고 셋 이상 모이면 광장으로 간다. 둘은 말없이 싸우고 셋 이상은...... 아무래도 좀 위험하겠지요. 집엘 가지 않고? 환한 벽에는 외발로 선 이웃들이 살겠지요. 우리가 이사를 가면 누군가는 결국 집을 잃어요? 엄마는 대답이 없고 거리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