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노트

고애신은 나라를 등질까?

단테, 정독... '종로학파' 2018. 8. 20. 07:52

페이소스.
드라마 "미스터션샤인"도 어느덧 절반을 넘어선 순탄대로를 항해중이다. 블록버스터급 제작비를 이미 해외수출로 다 회수했고 시청률 1위는 따논 당상처럼 여겨진 드라마다.
현대극도 아닌 시대적 배경은 하필 구한말. 친일과 일제와 고종과 의병들과 외세가 한데 뒤섞인 당대의 애잔한 결과들은 익히 다 아는대로다. 그래서 더 애잔하다.
천민의 신분을 떨치고 미군의 대위로 귀국한 유진 초이 (이병헌 분)는 이름난 선비의 집안인 고애신 (김태리 분)을 만나 운명적 사랑을 나눈다. 양반 출신임에도 매국이 아닌 애국의 불꽃임을 자임한 고애신 앞에서 유진 초이의 마음은 비장하다.
이번 주말에 닥친 그의 스승 요셉의 죽음 앞에 유진 초이는 뚝심있는 수사로 일제의 앞잡이인 이완익 (김의성 분)을 향해 총끝을 겨누지만, 시대적 정황은 결코 그의 편이 아니었다.
역설적이게도 그의 행보가 의병들의 정체를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암살의 대상으로 지목되는데, 총대장인 황은산 (김갑수 분)의 지시로 그 일을 맡게 되는 고애신. 운명의 장난이다.
드라마가 끝나고 대뜸 의문부터 든다. 왜 의병들이 적극적으로 이를 해명하고 유진 초이를 품어안지 못했을까, 유진 초이는 왜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걸까.
드라마의 본질은 결국 시대극이 아닌 로맨스로 귀결된다. 현실의 장벽 앞에 선 두 남녀는 늘 드라마와는 다르게 현실을 택하곤 한다. 후회없이 사랑하다 죽으라. 모든 드라마들이 한결같이 부르짖는 표어.
그렇다면 이번 드라마의 결론이 꽤 궁금하다. 고애신은 과연 유진 초이를 택하며 고국을 등질까, 아니면 피끓는 애국심으로 애절한 사랑과의 이별마저 선택하게 될까. 잔인하다.
한편으로 아쉬운 건 작가의 선택. 탄탄한 줄거리의 호평 속에 왜 하필 자살골을 감수하려들까. 연애지상론자나 경직된 우국지사 둘 다 어차피 큰 굴레다.
고애신은 어느쪽을 택한다쳐도 결국 비난받을 운명이 됐다. 그래서 페이소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