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노트

이장욱, '아침들의 연결' (3월의 끝, 4월의 시작)

단테, 정독 2025. 3. 31. 06:04

   

   

    

   아침들의 연결 

   

     

   나는 어제 아침에 일어났다가 오늘

   아침에 다시 일어났다.

   그것은 누가 죽어가는 긴 하루와 흡사하였다.

​  

   창밖은 창밖끼리 모두 이어져 있는데

   19층의 창문들이 조금씩 다른 창밖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내가 여기서 바라보니까 누가 저기서

   이쪽을 바라보는 것

​ 

   바깥인데 거기서는 안인 곳에서 휙

   사라지는 사람이 있는 것

   어느 날 바라보면 문득

   뒤집힌 호주머니처럼

​ 

   나는 초원 한가운데 놓인 침대에서 깨어났다.

   죽은 영양과

   영양을 뜯어먹는 하이에나들 사이에서

​ 

   방을 잃어버리고

   어려운 적을 잃어버리고

   살과 뼈가 구분되지 않는 곳에서

​ 

   오늘 아침에는 세상의 창밖들이 모두 이어져서

   단 하나뿐이었다.

   지금 나에게는

   아침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놀라운 초원이 보인다.  

 

 

   * 이장욱,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문지, 2016) 

 

 

   ... 

 

 

   3월의 끝, 4월의 시작 : 

 

 

   올 한 해의 1/4, 즉 3월을 마감하는 날입니다. 

   회사에서는 1사 분기 경영실적 집계를 할 때이며, 심지어 어떤 대기업은 이 실적만을 놓고 임원평가와 조직개편을 서두르기도 하지만 대개는 아직 불과 1/4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니 나머지 3/4를 어떻게 잘 보내느냐를 놓고 한숨을 고르며 전열을 가다듬을 차례일 것 같습니다. 

   이장욱의 조금 오래된 시편을 다시 꺼냈는데, 실은 이 시집이 발표된 2016년이야말로 개인적으로는 기념해 둘 만한 일들도 많았어서 문득 그 시절의 기억들이 좀 떠오르지만 유독 '아픈 상처'들이 더 많아 굳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으려 합니다. 대신에 이 시에서 밝힌 그의 주장처럼 "어제 아침에 일어났다가" 또 "오늘 아침에 다시 일어"나는 일이며 "모두 이어져서 단 하나뿐"인 계절일 수도 있겠기에 그 '단절'보다는 '연속'에 대해 생각해보려 합니다. 

   시점은 어찌할 도리 없이 마주쳐야 하는 '숙명'이지만 이를 맞는 심경을 굳이 억지스럽게 새로이 잡아놓기보다는 원래부터 늘 그랬듯이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준비하고자 하며, 이는 어쩌면 작년의 오늘에도 또 내년의 오늘에도 엇비슷하게 이어져야 더 맞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월요일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이 곧 새로운 시작이듯 이번 한 주 역시 한 달을 마무리하며 또 다른 한 달을 새롭게 시작하는 주인만큼 지난 한 주의 생각들과 앞으로의 계획들을 함께 생각해 보는 아침 시간이 되신다면 더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