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들의 연결
나는 어제 아침에 일어났다가 오늘
아침에 다시 일어났다.
그것은 누가 죽어가는 긴 하루와 흡사하였다.
창밖은 창밖끼리 모두 이어져 있는데
19층의 창문들이 조금씩 다른 창밖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내가 여기서 바라보니까 누가 저기서
이쪽을 바라보는 것
바깥인데 거기서는 안인 곳에서 휙
사라지는 사람이 있는 것
어느 날 바라보면 문득
뒤집힌 호주머니처럼
나는 초원 한가운데 놓인 침대에서 깨어났다.
죽은 영양과
영양을 뜯어먹는 하이에나들 사이에서
방을 잃어버리고
어려운 적을 잃어버리고
살과 뼈가 구분되지 않는 곳에서
오늘 아침에는 세상의 창밖들이 모두 이어져서
단 하나뿐이었다.
지금 나에게는
아침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놀라운 초원이 보인다.
* 이장욱,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문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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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끝, 4월의 시작 :
올 한 해의 1/4, 즉 3월을 마감하는 날입니다.
회사에서는 1사 분기 경영실적 집계를 할 때이며, 심지어 어떤 대기업은 이 실적만을 놓고 임원평가와 조직개편을 서두르기도 하지만 대개는 아직 불과 1/4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니 나머지 3/4를 어떻게 잘 보내느냐를 놓고 한숨을 고르며 전열을 가다듬을 차례일 것 같습니다.
이장욱의 조금 오래된 시편을 다시 꺼냈는데, 실은 이 시집이 발표된 2016년이야말로 개인적으로는 기념해 둘 만한 일들도 많았어서 문득 그 시절의 기억들이 좀 떠오르지만 유독 '아픈 상처'들이 더 많아 굳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으려 합니다. 대신에 이 시에서 밝힌 그의 주장처럼 "어제 아침에 일어났다가" 또 "오늘 아침에 다시 일어"나는 일이며 "모두 이어져서 단 하나뿐"인 계절일 수도 있겠기에 그 '단절'보다는 '연속'에 대해 생각해보려 합니다.
시점은 어찌할 도리 없이 마주쳐야 하는 '숙명'이지만 이를 맞는 심경을 굳이 억지스럽게 새로이 잡아놓기보다는 원래부터 늘 그랬듯이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준비하고자 하며, 이는 어쩌면 작년의 오늘에도 또 내년의 오늘에도 엇비슷하게 이어져야 더 맞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월요일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이 곧 새로운 시작이듯 이번 한 주 역시 한 달을 마무리하며 또 다른 한 달을 새롭게 시작하는 주인만큼 지난 한 주의 생각들과 앞으로의 계획들을 함께 생각해 보는 아침 시간이 되신다면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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