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노트

박노해, '인디언의 기우제' (가능성 100%는 단지 "시기"만의 문제)

단정, 2025. 3. 27. 05:33




   인디언의 기우제



   대지에 가뭄이 들고
   생명이 타 들어갈 때
   인디언들은 기우제를 지낸다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기적처럼 비가 내린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니까

   나의 기도는 반드시 이루어져 왔다
   이루어질 때까지 기도해서가 아니라
   기도 중에 내 헛된 바람은 사라져 버렸으니까

   지금 나에게는 간절한 바람이 있고
   나는 그것 하나를 위해 온몸으로 기도중이다
   나의 기도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왜냐면, 그건 하나의 기도가 아니기에
   나의 기도가 이루어질 때까지 하루하루 꾸준히
   내 목숨을 다하도록 밀어 나갈 테니까


   * 박노해, 나눔문화 (2015년 10월 27일)



   ...



   가능성 100%는 단지 "시기"만의 문제 :



   대한민국 땅덩어리가 온통 산불에 휩싸여 모두가 걱정을 하고 있을 지금, 일기예보처럼 전국적으로 비가 예상된다는 전갈에 이른 아침부터 내내 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산불이 왜 발생했는지, 비상체계는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등을 놓고도 말이 많겠지만 무사히 잦아들기만을 기도하는 이 무력감은 감추기가 힘든 감정일 수 있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어찌 내 맘대로만 되겠습니까...
   어제의 헤드라인은 온통 차기 대선의 유력주자인 현 야당 대표의 공판 소식이었으며, 아마도 어쩌면 새로운 대통령으로 한걸음 더 다가갔다고도 보여집니다. 현 집권세력이 가장 피하고픈 시나리오가 곧 현실화될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한 친구는 일을 하다 말고 대뜸 카톡창에서 "사필귀정"이라고만 짤막히 답하기도 했는데요... 올해 봄을 지켜볼 일입니다.
   어째서인지 계절은 춘분을 지나자마자 곧장 여름철로 향하는 것만 같아 작년 말에 기상청이 내놓은 4월부터 11월까지의 여름이 실제로 생길 수도 있겠구나 하는 놀라움도 갖게 될 요즘이긴 하고요. 삼십 도를 육박하는 기온들이 곳곳마다 발생했고 어쩌면 꽃들이 피어오르기도 전에 반팔부터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디언식 기우제를 굳이 하려는 목적은? 어쩌면 현실화가 될 때부터가 아닌 훨씬 이전부터 그에 대한 소망을 피력해 둔다는 점 하나 때문일 테고요. 물론 그 가능성은 100%이니까요. 다만 늘 기간만이 문제일 듯해서인데, 이게 아주 짧다면 불과 며칠 또는 몇 달이겠고 또 아주 멀다면 몇 년이거나 평생을 넘어서는 일도 제법 흔한 까닭이겠죠.
   '된다'는 것에만 의미를 두고자 합니다. 이게 오늘이든 다음 주든간에요. (또는 몇 달 후에나 아니면 몇 년 후에나 벌어질 일들이라 해도, 그 기다림만큼은 그 절실함에 대한 표출이기에 담담히 적어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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