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 지구
자꾸 네게 흐르는 마음을 깨닫고
서둘러 댐을 쌓았다
툭하면 담을 넘는 만용으로
피해 주기 싫었다
막힌 난 수몰 지구다
불기 없는 아궁이엔 물고기가 드나들고
젖은 책들은 수초가 된다
나는 그냥 오석처럼 가라앉아
네 생각에 잠기고 싶었다
하지만 예고 없이 태풍은 오고 소나기는 내리고
흘러 넘치는 미련을 이기지 못해
수문을 연다
콸콸 쏟아지는 물살에 수차가 돌고
나는 충전된다
인내심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기를
꽃 피는 너의 마당이 잠기지 않기를
전화기를 끄고 숨을 참는다
때를 놓친 사랑은 재난일 뿐이다
* 전윤호, 세상의 모든 연애 (파란, 2019)
:: 메모 ::
연애시의 '정석'이라고 칭찬을 받는 한 시인의 시편에서 그 애절함만큼의 그 비통함만큼의 정서를 잘 읽어낼 수 있다면, 전혀 다른 스토리에서도 역시 이를 잘 응축해낼 법한 이미지들을 찾고 연구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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