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인 "시그널"과 "도깨비"의 판타지를 주무기로 삼았던 전개가 이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는 리얼리즘의 거부감도 일정 부분 있었는데, 오히려 이번 드라마의 리얼리티는 그들을 압도하고도 남음이다. '가장 비현실적인 것들을 통해 가장 현실적'이라는 모토는 더 유효해진다. 작가로서의 정점을 찍기도 하지만, 작품이 낳는 결과물의 스펙트럼은 더 풍부해졌다.
무엇보다 극중 인물들 각각에 혼을 불어넣음으로 모든 독자들을 몰입시키는 데 일조한 점, 극중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도 감정이입과 동일시하는 일이 낯설지 않게 됨은 순전히 작품으로서의 미덕이겠다.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 가령 고애신이 구하려는 조선 땅에서 백정과 노비는 살 수 있겠느냐는 유진초이의 물음 앞에 선 모두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조국이란 무엇인가? 또, 사람이 살만한 세상인가, 더 이상의 계급사회는 없는가?
아이러니컬하게도, 반상의 질서가 판을 친 조선이 일제한테 나라를 빼앗기기 전까지의 국호가 '대한'이요 그 '대한'이 비로소 해방을 하고 새롭게 건설한 이 나라는 가장 극렬한 계급투쟁의 장인 자본주의 사회를 택했다는 사실.
대한민국은 무엇인가? 사람이 살만한 세상인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그 결과는 과연 정의로운가?
이 질문들을 내내 스스로한테 되묻는 여운을 남겨주는 드라마 같다.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