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 집이 무너졌다 미래를 무너트려서 미래는 오래전 알고 지낸 친구의 이름 같고 우리가 함께 골조 작업했던 주소지 같기도 하지 고층 아파트 올려다볼 때 그 끝에 노을이 매달려 있는 것은 일종의 착시 효과 사람들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고 한다 믿음이 없어도 무엇이든 믿을 수 있고 헤어진 당신이 죽은 사람이라 믿는 것은 더 잘 살아가기 위한 방식 혹은 살아남기 위한, 아무렴 내가 발굴해낸 생존전략인 것이다 빈 의자 위로 이불 펼치면 미숙한 트라이앵글 그 아래 작은 아지트가 탄생하고 해 들지 않는 그곳에서 먹고 자고 미래에 관해 생각하기로 한다 이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가 그런 것을 생각하다 번뜩 무너지면 그건 의자가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