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노트

변선우, 복도 (2018 동아일보 신춘문예 - 시)

단테, 정독... '종로학파' 2023. 6. 19. 02:06




2018 동아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변선우, 복도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180101/87972911/1

 

[동아일보 신춘문예 2018/시 당선작]복도

● 당선소감 시 - 변선우 씨 잠들기 전 다시, 시를 쓰러 떠나겠습니다 나를 잡아먹는, 한없이 살아있는 밤 속으로 어둡고 축축한 시간을 지나오다 당선 소식을 들은 건,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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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새로운 한주입니다.
이번 한주는 동아일보 역대 당선작들을 살펴봅니다. 순서는 지난 2018년부터 먼저 거슬러 올라가보도록 할게요. (주말까진 작년 신춘문예로 닿겠어요.)
"소재를 다층적 은유로 확장시킬 줄 아는 시적 사유"는 김혜순 시인과 조강석 교수가 심사평에서 밝힌 핵심적 기준으로, 다양한 시창작에도 좋은 지침이 될 것 같아 따로 인용해놓습니다.
개인적으로 물상보다는 서사와 진술을 더 선호해온 까닭에 제 스타일은 아니지만, 좋은 '참고용'이 될 것 같아요. (정확친 않지만, 한남대 출신의 중앙일간지 당선자를 저도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소감에 나온 손미 시인도 눈에 띕니다. 요즘 시인들의 역량은 후학들에도 경쟁적으로 드러나는 편이네요.)
오늘도 좋은 한주의 시작입니다. ;



   복도



      변선우



   나는 기나긴 몸짓이다 흥건하게 엎질러져 있고 그렇담 액체인걸까 어딘가로 흐르고 있고 흐른다는 건 결국인 걸까 힘을 다해 펼쳐져 있다 그렇담 일기인 걸까 저 두 발은 두 눈을 써내려가는 걸까 드러낼 자신이 없고 드러낼 문장이 없다 나는 손이 있었다면 총을 쏘아보았을 것이다 꽝! 하는 소리와 살아나는 사람들, 나는 기뻐할 수 있을까 그렇담 사람인 걸까 질투는 씹어 삼키는 걸까 살아있는 건 나밖에 없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걸까 고래가 나를 건너간다 고래의 두 발은 내 아래에서 자유롭다 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래의 이야기는 시작도 안했으며 채식을 시작한 고래가 있다 저 끝에 과수원이 있다 고래는 풀밭에 매달려 나를 읽어내린다 나의 미래는 거기에 적혀있을까 나의 몸이 다시 시작되고 잘려지고 이어지는데 과일들은 입을 지우지 않는다 고래의 고향이 싱싱해지는 신호인 걸까 멀어지는 장면에서 검정이 튀어 오른다 내가 저걸 건너간다면… 복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길을 사이에 두고 무수한 과일이 열리고 있다 그 안에 무수한 손잡이



* 2018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