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단테, 정독... '종로학파' 2023. 3. 12. 06:56


   더 글로리*



   영광의 무늬를 이름에 새긴 그들
   가문의 역사는 세기마저 뛰어넘었다
   오래된 아주 오래된 역사에선 면죄부를 얻고
   최근의 가장 최근의 뉴스에선 또 죄를 지었다
   이제 곧 역사가 나서서 그들의 죄를 사하노라**

   어쩌면 익숙해진 운명 탓
   아무도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도덕이 밥 먹여주냐, 술잔을 냅다 집어던진 선배 
   그들의 영광을 위해 묵묵히 출근하는 직장인인데 
   선배의 역사야말로 배신, 분노, 환멸의 낙인인데 
   더 이상 문제제기를 안 한다 못한다

   더 글로리
   자본주의 질서의 최고봉
   삼대가 먹고 살 수준을 넘어 국가 전체가 충성!
   트로피와 월계관의 <자유>를 얻은 경외의 대상
   잘하면 위인전도 쓰겠는데, 이미 나왔어 치
   다시 술잔을 기울이면 속이 또 쓰리단다

   분노일까 부러움일까 부러우면 진다던데



   * 2023년 넷플릭스 드라마.
   ** 이정아의 시에서 차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