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지하지 못한 우연은
트로이의 필연일 뿐
허연의 시를 읽는다
참담하다는 말을 배워가는 중이며
참담한 현실에 괴로워하는 중이다
시인의 마음은 오죽했을까를
비루한 감정들은 결코 쓸모없음을
그 쓸모없음을 꼭 노래해야 할까를
미처 배우지 못한 까닭이다
어쩔 수 없음이란 말 앞에 붙여둔
갖은 핑계와 섣부른 설렘의 진자가
내 시간들을 온통 갉아먹었다
얼마나 더 쓰라려야만 하는지
얼마나 더 몹쓸 경우를 겪어야 할지
그걸 미리 넘겨짚지 못한 어리석음
결국 낙엽처럼 쌓일 마음의 상흔이
실은 말 못 해온 진실의 불편함인지
끝끝내 숨겨둔 가슴의 치부였는지
아프다고만 말해다오
이미 나는 아프므로*
* 감정이란 그저
물가에 주저앉는 속수무책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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