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조금 덜 악마화된 사회를 꿈꾸어도
악마 같은 세상이 도통 잦을 줄 몰라
부스러기로 쓰러진 생을 간수하느라
내 청춘에도 이미 녹이 슬어서
누군가는 카톡창의 오해를 빌미로
또 누구는 절망스런 인면수심 앞에
가파른 일상을 애쓰면서 감수하고...
분노할 열정이 사그라듬도 깨닫고...
늙기도 서러운데 청춘은 웬말이니...
그저 쓸쓸하기만 한 남루한 초상 앞
굴욕과 함께 지불한 양심의 무게로
저마다의 생을 굳이 앓아온 것
어느 자리에서 풀꽃이 일지 않으며
이 외로움을 견디기 위한 방식이며
조금이라도 더 버티기 위한 필살기
그 자리와 앉는 태도를 배우며
글쎄
무엇을 얻고자 무얼 잃고 있는지를
무엇을 그리워하며 기다려왔는지를
내내 까먹으며 지내온 건지도 몰라
자리를 옮기며 태도를 고치는 중
녹이 슨 청춘의 날개는 가벼운 건지
열정이 떠난 흔적을 뭘로 가렸는지
고쳐서 앉는 자리는 이제 익숙한지
글쎄
부끄럽지는 않은지 모르겠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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