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습작

글쎄

단테, 정독... '종로학파' 2024. 8. 26. 03:52

  
  
  

   글쎄



   조금 덜 악마화된 사회를 꿈꾸어도
   악마 같은 세상이 도통 잦을 줄 몰라
   부스러기로 쓰러진 생을 간수하느라
   내 청춘에도 이미 녹이 슬어서

   누군가는 카톡창의 오해를 빌미로
   또 누구는 절망스런 인면수심 앞에
   가파른 일상을 애쓰면서 감수하고...  
   분노할 열정이 사그라듬도 깨닫고...  

   늙기도 서러운데 청춘은 웬말이니...  
   그저 쓸쓸하기만 한 남루한 초상 앞
   굴욕과 함께 지불한 양심의 무게로  
   저마다의 생을 굳이 앓아온 것

   어느 자리에서 풀꽃이 일지 않으며
   이 외로움을 견디기 위한 방식이며
   조금이라도 더 버티기 위한 필살기
   그 자리와 앉는 태도를 배우며

   글쎄

   무엇을 얻고자 무얼 잃고 있는지를
   무엇을 그리워하며 기다려왔는지를
   내내 까먹으며 지내온 건지도 몰라
   자리를 옮기며 태도를 고치는 중

   녹이 슨 청춘의 날개는 가벼운 건지
  
   열정이 떠난 흔적을 뭘로 가렸는지

   고쳐서 앉는 자리는 이제 익숙한지

   글쎄

   부끄럽지는 않은지 모르겠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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