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습작

감지하지 못한 우연은 트로이의 필연일 뿐

단테, 연초록, 정독... 그리고, '종로학파' 2024. 9. 6. 05:07




   감지하지 못한 우연은
   트로이의 필연일 뿐



   허연의 시를 읽는다
   참담하다는 말을 배워가는 중이며
   참담한 현실에 괴로워하는 중이다

   시인의 마음은 오죽했을까를
   비루한 감정들은 결코 쓸모없음을
   그 쓸모없음을 꼭 노래해야 할까를
   미처 배우지 못한 까닭이다

   어쩔 수 없음이란 말 앞에 붙여둔  
   갖은 핑계와 섣부른 설렘의 진자가  
   내 시간들을 온통 갉아먹었다

   얼마나 더 쓰라려야만 하는지
   얼마나 더 몹쓸 경우를 겪어야 할지
   그걸 미리 넘겨짚지 못한 어리석음
   결국 낙엽처럼 쌓일 마음의 상흔이

   실은 말 못 해온 진실의 불편함인지  
   끝끝내 숨겨둔 가슴의 치부였는지  

   아프다고만 말해다오
   이미 나는 아프므로*



   * 감정이란 그저
     물가에 주저앉는 속수무책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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