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예술작품은 하나의 도전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것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순응할 뿐이다. 그것을 해석하는 데에 있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목적과 노력에 의존하며, 우리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에 기원을 두고 있는 어떤 의미를 작품 속에 불어넣는다.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에게 실제로 감동을 주는 예술은 그런 한에서 현대예술이 된다. (중략)
요컨대 하나의 변화가 일어났을 때 왜 그것이 일어났는가 하는 이유는 양식만을 고려해서는 해명되지 않는다. 발전의 최정점은 내적인 기준에 의해 확정될 수 없다. 어떤 양식적 형식이 심리학적, 사회학적 법칙에 따라 형성된 시대정신을 더 이상 표현할 수 없을 때 급격한 선회가 일어나는 법이다. (중략)
사회학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개념은 사고의 이데올로기적인 성격에 대한 발견, 즉 지난 1세기 동안 마르크스의 사적 유물론에서와 마찬가지로 니이체나 프로이드가 '자기기만'을 폭로했을 때 여러가지 다른 형태로 표현되었던 그러한 발견에 기초하고 있다. 자기자신에게 정직하다는 것, 그리고 자기자신의 고유한 성격과 생각과 의지의 전제조건을 안다는 것은 이 모든 정신적 형태 속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요구이기도 하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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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적 근본문제
각 분야의 문화 창조를 담당하고 있는 주체가 현실 속에 살고 있는 구체적인 인간과 근접해 있으면 있을수록 그 주체는 비인간화·탈역사화되는 정도가 적어지며, 그의 사고의 사회적 의존도와 이데올로기적 규정의 정도는 높아지는 것이다. (중략)
마르크스와 엥겔스마저도 각각의 문화적 형성물이 경제적 토대와 취하고 있는 다양한 거리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엥겔스는 그의 『포이에르바하론』이라는 유명한 글에서 이데올로기가 보다 높은 수준에 이를수록 "이념과 그것의 물질적 존재 조건간의 상호관계가 그 중개물에 의해 더욱 복잡해지고 모호해진다"고 쓰고 있다. 문제의 실상에 대한 이같은 진술은 본질적으로 옳다. 자연과학과 수학보다도 예술이나 종교나 철학은 훨씬 더 풍부하게 분화된 내용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그 구조가 훨씬 불투명하다. 이점은 경제적 상황이 보다 직접적으로, 즉 덜 승화된 형태로 표현되고 있는 법과 국가의 내용과 비교해 보아도 그렇다. 그렇지만 어떤 경제체제에 따른 소유 조건이, 같은 시대의 철학이나 예술의 추세에서보다는 그 당시의 법규나 국가 제도에 더 직접적으로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바로 이 사실이 예술과 철학이 법률·정치적 사고보다 현실적인 생활조건으로부터 좀더 독립되어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예술과 철학이, 총괄적으로 시행되는 법이나 도식적인 제도를 통해 꾸려나가는 국가보다는 직접적인 역사·사회적인 현실에 의존하는 경우가 훨씬 더 빈번하다. 예술과 철학의 경우에 사회적 인과관계가 감춰져서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문화적 영역에 비하면 그에 못지않게 결정적이고 포괄적으로 나타난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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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놀드 하우저, "예술사의 철학" (황지우 옮김, 돌베개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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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펴드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