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제66회 현대문학상 수상작 :
황인찬, 이미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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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들은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야기 사이에 생략을 통한 여백이 풍부하고 노래하는 듯한 리듬을 타고 있어서 긴장감과 울림이 크다. (중략) 그 목소리는 목과 어깨에서 힘을 빼고 무심하고 표정 없는 어투로 딴청을 부리는 듯하다. 애써 심오한 의미를 드러내려 하거나 문장을 뒤틀어 어떤 효과를 노리지는 않지만, 쓰지 않으면서도 더 많이 쓴 이 여백은 독자들이 들어와 상상력으로 읽으며 시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심사평 중에)
2010년에 <현대문학>으로 등단을 해, 세 권의 시집을 내는 동안에도 현대문학상과는 인연이 없던 황인찬 시인의 이 수상작은 지난 2020년 <현대시> 8월호에 실렸던 작품인데요, 3년 뒤인 올해에 출간된 그의 다섯번째 시집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에 뒤늦게 수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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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사진
아름다움 하나
나무 의자 둘
잠시 찾아와서 내려앉는 빛
이 장면은 폐기되었고
이해하자 좋은 마음으로 그런 거잖아 하나
서양 난 화분이 쓰러진 모양이 둘
너는 그런 걸 어떻게 다 기억하니(다 날아가고 눈 코 입만 남은 사진 그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날들의 기억)
사진관에 모이는 것으로 마음을 남기던 시절의 기억 속으로 내려오는 저녁이 하나 휘어지는 빛이 둘
(이 순간을 어떤 영화에서 본 것만 같다고 잠시 느꼈을 때, 그것이 어떤 시절에만 가능한 착각이라는 점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나서의 부끄러움)
죽은 아름다움 하나
부서진 나무 의자 다섯
자꾸 뭘 기억하려고 그래(여전히 떠나지 않고 남아 있는 빛) 예전에는 이렇게 많이들 날려서 찍었지?
(작은 강의실이 젊은 옛날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미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귀를 기울이세요 말하는 사람과 이미지인데 왜 귀를 기울여요 말하는 사람)
웃으세요
친구끼리 왜 그렇게 멀찍이 서 있어요
그 말을 듣고 그냥 웃는 사람의 얼굴이 하나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이 사라짐
그 장면은 경험하지 않은 것으로 하고
빛이 들어가면 다 상하니까
어둡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세요
불 꺼진 실내에 웅크리고 앉은 빛
# 2021년 제66회 현대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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