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제65회 현대문학상 수상작 :
유희경, 교양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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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일은 두 개의 터널과 고가도로 하나 세 곳의 궁을 지나 어디론가 가는 일이며 기다리고 기다리다 무얼 기다리는지 잊어버리는 일이며 혼자가 되는 일이나 건너편의 나를 우두커니 들여다보게 되는 그런 일이라고 믿습니다. 열두 해 동안 오가며 그렇게 시를 써왔습니다. 도중에 그만둘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싶었던 적은 없습니다. 시를 쓰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수상소감 중에)
강성은, 김기택, 백은선, 서윤후, 안희연, 양안다, 이장욱... 당해년도 후보작들의 면면이었습니다. 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어렵게 수상한 유희경 시인은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을 해 데뷔 12년만에야 생애 최대의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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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는 사람
교양 있는 사람은 노크하며 묻는다 똑똑 계십니까 교양 있는 사람이여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이 없군요 당신을 위해 던져 버렸으니까요 그것은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는 반듯하게 접힌 손수건을 꺼내 자신의 선한 이마를 훔친다 경치가 훌륭하군요 여기까지 올라오는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답니다
나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기다린다 어서 그가 말해 주기를 한 층 한 층 올라설 때마다 떠올렸던 영광된 기억과 희망찬 미래의 이야기들을 거기서 얻어 낸 빛나는 영감들 그리고 그가 낚아챈 상념의 거센 발버둥과 울음소리에 대해서도
몹시 피곤하군요 그는 졸린 눈으로 나를 본다 나는 그에게 의자를 가져다주고 그러면 교양 있는 사람은 자리에 앉아 깊은 잠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일은 매번 반복되지만 나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는 내가 기다리는 교양 있는 사람이고 언젠가 내가 기다리는 말을 해 주리라는 사실을
# 2020년 제65회 현대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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